[태국라이프] 셋. 대형서점 키노쿠니야에 다녀왔습니다. (뻘글주의)

in #kr7 years ago (edited)

사라져가는 것들

우리가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로 많이 알려져 있죠. 정보나 지식의 수집에 둔감하단 건, 뭐 썩 좋은 일은 아닐겁니다만, 500년간 조선시대는 분명, 성리학이란 특수한 학문의 좁은 스펙트럼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식인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었죠. 지금도 정보와 지식이 많은 사람을 지배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필요하고 필수적인 지식/정보들은 다른 방식으로 또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으니,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너무 문제삼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글자를 쓰는 것이 그 사람의 내공을 보여주던 시절에 글씨를 잘 쓰는 건 중요했지만, 이제 그런 기준은 사실 큰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타이핑 능력이 훨씬 요구되는 오늘날, 손편지를 쓰지 않는 오늘날의 문화도 우리가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것 처럼 취급받게 만들지만, 손편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감성의 소진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 아닐겁니다. 그런 것들은 분명 한 시대를 의미했지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이후에 생겨난 그리움 그 이상은 아닌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그 덕에 그런 복고의 감성은 그것이 일반적이었을때 보다 훨씬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역이득(?)도 있죠. 그러니 모든 건 있을 때만 소중한게 아니라, 있었을 때, 즉 없을 때도 소중한 것 아닐까요.

도종환 시인의 시의 한 구절처럼 말이죠.

꽃 한송이를 사랑하려면,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책에서 미디어로

우리는 사실 책을 통해 배우던 지식과 정보를

눈 나빠진다, 자세 안좋아진다, 엉뚱한 짓 한다, 게임이나 한다, 공부 안한다, 너무 많이 쓴다, 사람과 대화가 사라진다, 도로에서 걸으면서 쓰기 때문에 위험하다…

등의 이유로 가능하면 사용을 덜 해야 된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익힙니다. 이제 우리는 책보단 그런 것들에 의지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좋건, 싫건. 물론 자세에 문제가 생기거나 도로에서 보면서 다니면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책에서 미디어로 거의 넘어왔죠. 그러니 책을 안본다고 걱정하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동시에 염려하는 것은 참 이상한 태도인 것이죠.


탈종이 시대

아마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책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아날로그 감성의 책이 주는 편안함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환경'-요샌 '생태'라고 바꿔서 표현하더군요 - 의 일환에선 탈종이paperless운동이 일어납니다. 기계를 만드는 물질만이 오염을 부르는 것 같지만, 우리가 감탄해 마지 않는 하얀 종이야말로, 지구의 나무를 남아나지 않게 만듭니다. '천연펄프'란 참 좋은말 같지만, 그건 '생나무의 신선한 속살'이란 잔인한 말과 같은거죠. 그래서 스마트패드로 전자책, 전자문서를 주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의 눈과 척추건강에는 악영향이 미칠지 몰라도, 적어도 생태계엔 훨씬 이득이죠. 1톤의 종이재료인 천연펄프는 30년산 나무 17그루 정도가 소비됩니다. 그리고 그 종이를 하얗고 깨끗하게 만들기위해 쓰이는 표백제는 강물과 바다를 오염시키죠. 심지어 파주 출판단지에서 상품성이 다한 책들은 한 번 펼쳐지지도 못한 채 새책 그대로 한번에 몇 천권씩 그대로 불태워지기도 하더군요. 참 아이러니죠.


서점엘 가다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정리안된 생각들을 잔뜩 풀어놓았군요. 여튼 생각이 많다는 건 좋을 때도 있지만, 사람을 자꾸 산만하게 만들고 주제를 흐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ㅜㅜ

이 모든 역경(?)에서도 지금이 책의 기능을 미디어가 완전히 대체한 시대는 아닙니다. 더 깊이있고, 방대하고, 차분한 방식으로 책은 우리에게 다가오니까요^^ 그래서, 찢어진 바지를 사러 갔다가 서점엘 갔습니다. 기분이 이상해서 엉덩이를 만져보니 살이 만져지고 있었습니다. 급히, 아주 급히 여유로운 척을 하며 바지를 사러 갔습니다. 찢어진 바지가 서점에 잘 가지 않는 저를 책으로 인도해 주네요. '찢어진 바지 따위가(!)' 오늘은 제 생각의 인도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엉덩이가 보일정도로 찢어지고 나서 보니, 그동안 제 하찮은 바지가 제 엉덩이를 감싸주고 있었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단 것을 상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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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쿠니야. 아시아 전역에 지부를 갖고 있는 일본 서점 체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방콕에만 세 개의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Asia Books란 다른 체인과 함께 가장 크면서 사실상 유일한 대형서점 체인들이죠. 태국 사람들, 우리보다 더 책을 안읽습니다. 그래서 출판시장이 매우 작습니다.

방콕시내 가장 큰 백화점 엠포리움이 길 건너 새로운 3동짜리 건물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4조각, 혹은 1/4이죠. Quarter의 프랑스어 Quatier입니다. 이제 한 2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새로운 백화점에 엠포리움에 있던 서점을 옮겨왔습니다. 더 커졌네요. 가장 큰 지점은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백화점, 시암파라곤 Siam Paragon에 있습니다. 어림잡아 영어책은 70% 정도. 일본어 책 20%, 태국어 책은 약 10%정도 비중인 것 같습니다. 중국책도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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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잡지는 아직도 종류나 분야별로 제법 장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잡지들이 많네요. 우리는 이제 잡지가 거의 사라졌죠. 저는 어릴 때, 'PC 사랑'이란 월간잡지를 한권씩 사 보는게 큰 의미가 있었는데요… 가물가물한데 5,000원 정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말 세상에 컴퓨터 기술에 관한 온갖 제품들의 광고와 리뷰가 가득했었죠^^ 행가도 가끔 샀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요... 하우스 디자인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있었던… 아마 지금도 나오는 것 같은데… 근래는 '작아'(작은 것이 아름답다) 환경잡지를 한 2년 정도 꾸준히 구독했습니다. 모든 생활을 생태적으로 바꿔 보겠다고 겁없이 덤볐는데, 결국 관련된 지식들을 남기고, 임상은 실패했죠. 하지만 그 지식이 제 일상의 태도를 많이 바꿔놓은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또한 재생지에 관한 많은 진실(?)에 대해 알게되는 기회였기도 했습니다. 재생지 이야기는 언제 한 번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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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한국의 대형서점과 별로 다를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규모도 그렇고, 사람들의 수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 고객들은 외국인들이죠. 익숙한 책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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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요가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도에서 요가는 대표적인 철학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제 우리에게 요가란 몸과 호흡을 통해서 하는 새로운 명상 혹은 스트레칭 이상은 아니지만요. 암튼 대개 그 분야를 '하타요가'라고 부르는데, 현대 인도 하타 요가센터들 중에서 메이저급의 하나로 알려진 아헹가요가의 자세를 다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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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유명인을 반매장 시켰던 사건이었죠. 이른바 '타블로 온라인게임'으로 알려진. 세상엔 잘못된 것에 대한 잘못에 대한 비난과 지적이 그 자체가 옳지 않은 방식으로 행해질 때 어떤 부작용이 생겨나는지, 또 우리 스스로의 잔혹성에 대해서도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영어 (Pieces of you)로 먼저 출판되고 한국어로 번역된 에픽하이 타블로의 단편 소설 모음입니다. 태국어로도 번역되었군요. 한글 제목과 영어제목을 표지디자인에 활용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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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극장에 Wu Kong이란 영화가 걸렸더군요 Monkey king 2가 나온다더니 아마 그 영화인가 봅니다. '서유기'는 절반의 중국문화권인 태국에서는 제법 유명한 것 같습니다. 몇 종류의 태국어판 서유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태국말로는 싸이우(ไซอิ๋ว)로 옮겼군요. 근데 만다린이 아니라 광동어 사전은 '싸이유' 에서 음사를 따왔다고 말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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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고전이죠. 세계사 편력을 쓴 에른스트 곰브릿지의 걸작 서양미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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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코너를 한 번 둘러봤습니다. '한국, 한국인의 성품'이란 책이 눈에 띄는군요. 그들도 우리를 열심히 연구하나 봅니다^^ 참 우리만큼 일본을 모르는 사람들도 없죠. 세계에서 북한과 일본을 가장 모르는 것이 한국사람'이란 말이 무심코 넘어가기 힘들죠. 무턱대고 나쁘다거나, 반대로 선진문명을 무조건 좋다고 할게 아니라 좀 여러 컨텍스트 위에서 제대로, 자세하게 알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국화와 칼'이라도 다시 꺼내 읽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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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작년에 돌아가신 에코옹의 유명한 사회 비틀어 보기 교과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의 일부 원본이죠. 개인적으로는 저한테 러셀과 함께 가장 큰 영감을 준 분인데요. 인문학도들에게 그의 책 '논문 잘쓰는 방법'은 참고서이자 사전이죠. 그러니까 없으면 안되는 책이죠. 제목이 '연어와 함께 여행하기'네요. 에코가 생선을 호텔에 사가서 미니바에 넣어두었다가 상해서 버리게 된 사건에서 이런 제목이 나왔다는군요. 태국어론 이렇게 써 두었군요.

วิธีเดีมทางกับแชลมอน

  • วิธี 방법
  • เดีมทาง 여행
  • กับ and
  • แชลมอน salmon 아... 이건 연어란 영어의 음사어였군요…

요 짧은 말을 찾아서 사전을 뒤지는데 또 한 30분 흐르네요… 언젠간 30초 만에 찾는 날도 오겠죠. 태국어로는 우리와 정확히 거꾸로 나열하면 되네요. '방법-여행-and-연어' 정확히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이군요^^

그럼 이 대목은 우리는 스팀kr의 히어로 @jack8831님을 호출해 드려야 하는 부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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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방콕에도 지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 MUJI제품의 상품 카달록이네요… '무인양품 대전 373제품 완전평가'라는군요… 1만원이 넘습니다. 이걸 서점에서 팔다니… IKEA같으면 그냥 줄텐데… 아 여기서 이렇게 찌질하게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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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에 관련된 논문모음집이 출판되었길래 하나 샀습니다. 795밧 약… 20,000원 정도 하네요… 책값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저자의 공력을 생각하면 뭐… 키노쿠니야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예쁜 비닐포장을 무료로 해 준다는 겁니다. 물론 쓰레기 확대 재생산이긴 한데 ㅜㅜ 그래서 책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옛날에 우리가 하던 것처럼. 자꾸해봐서 그런지 포장기술이 좋습니다.

연회원 가입을 하면 약 500밧 약 16,000원 정도…에 5% 할인을 해주는데 목돈이 아까워서 카드를 안만들었지만, 자주 애용한다면 도움이 됩니다. 요새 필요한 책은. 일본계 - 또 일본 ㅋㅋㅋ - 중고서점이 큰 곳만 약 3군데 정도라서 그곳에서 공수하는 편이죠…

좀 둘러본 소감입니다. 대형체인서점 키노쿠니야의 모습을 전해드린다면서 엉뚱한 말을 잔뜩 늘어놓았네요. 뻘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수였습니다.


수수의 [태국라이프]
하나. 찡쪽에게 배신당하다 https://steemit.com/kr/@soosoo/6xhmdp
둘. 라이딩 & 소나기 피하기https://steemit.com/kr/@soosoo/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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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신 @floridasnail님과 @jungs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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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주사위 당첨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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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정말 감사드려요~~ ㅜ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차분하고 지속적인 이벤트 적극지지 합니다

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어쩌면 스마트폰과 PC가 없으면 더 멍텅구리가
될 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취미도 정보수집도 일까지도 컴퓨터와
함께하니까요
시대가 바뀌는군요.
그 가운데 스팀잇과 가상화폐가 있기를... : )

구러게 말입니다. 스팀잇이 언젠간 모든 이들이 아는 메이저가 될 거라 믿습니다.

PC사랑.ㅎㅎ
군대에서 선임이 자주 사서 봐서 어깨 너머로 보곤 했는데.ㅎㅎ
선임이 처음 응모했을때 스피커 당첨됐던 기억이.ㅎㅎ
PC사랑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응모하는 사람들에게 선심이 크다고 하더라구요.ㅋㅋ

우와~ 그랬군요. 암튼 저한텐 정말 보물이었었죠. 이제 제법 오래된 것 같습니당...

이렇게 뵈니 반갑습니다. 저도 방콕에서 7년정도 거주하고 지금은 잠시 뮌헨에 있는데요^^ 내년에 다시 돌아갈 예정이랍니다! 언제 시간이 되신다면 스팀잇 하시는 분들끼리 식사한번 하면 좋을 것 같네요!

@brianyang0912님 ^^ 관심감사드립니다. 뮌헨서 방콕으로 돌아오시는지요?

네^^ 내년 3월초에 다시 돌아갈 예정입니다

태국의 서점은 이런 모습이네요~~
월간pc진짜 오랜만에 들어봅니다ㅋㅋㅋ역시 같은 세대!!!

ㅋㅋㅋ 넵 pc사랑 하나 사서 집에 오면 그 행복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죠 ^^ ㅋㅋㅋ

이름이 일본스럽다 했더니 일본 서점이었군요.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
저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바지는 잘 사셨나요?

ㅋㅋ 넵 바지 샀습니다. 급히 샀는데 36인치가 한 종류밖에 없더군요...근데 제가 100킬로 이상의 거구라... 요샌 다들 날씬해서 쩝... 근데 스판이 너무 타이트해서 좀 웃겨용... 느낌은 편한데 사람들이 보면 좀 웃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

아무리 컴퓨터가발달해도 아날로그적 감성때문에 종이책은 안없어질꺼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맞습니다. 그 감성이 하루아침에 쌓인게 아니니까 말이죠^^ 처음 뵙는군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팔로 합니당

감사합니다!

흥미진진하네요...

책안보고 핸드폰 본다고 뭐라하는것 보면 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ㅋ

그러니까요. 되게 이율배반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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