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 셈 멘데스, 2019

in #kr5 years ago (edited)

여유있는 주말이라 집앞에 있는 CGV를 가본다 가본다 하다 거의 한 달 만에 가보네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좀 놀랍긴 했습니다. 대부분이 '인생영화 특별전'이라 대부분 봤던 영화들이었어요. 마침 30분 남은 영화를 보니 1917이 있더군요. 제목은 연도인 것 같고, 보아하니 1차대전의 시기라 그 때를 다룬 전쟁영화 중 하나겠거니 하고 킬링타임용으로 좋겠다 싶어 그냥 티켓을 사서 들어갔습니다.

통신이 끊겨 버렸지만 최근 항공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군은 작전상 거짓 후퇴한 독일군의 함정에 빠져 총공격 하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공격중지 명령을 내리려는 사령부는 두 일반병사를 파견는데 이 영화는 바로 이 두명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 같았던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뒤에 나오는 사람입니다. 처음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는 어쩌면 까메오에 가깝죠. 주인공같지 않던 배우는 영화의 1/3지점에서 주인공으로 바뀝니다. 이 영화는 그 길면서도 짧은 과정을 쉼없이 그려 나가면서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조용하고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의 광고문구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을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관객들을 급하게 몰아간다'는 표현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보통의 영화가 가진 전투신도 부족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상당히 조용하게 풀어냅니다. 대부분의 전쟁영화가 가진 당연하고도 뻔한 클리셰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영화들과 1917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긴장되는 언덕을 몇 번이나 넘게 되는 걸 보면 참 잘 만든 영화같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후에야 @himapan님께 우리의 기생충과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경쟁자였다는 걸 들었군요.

이 영화는 알프레드 멘데스 Alfred Hubert Mendes (1897-1991)의 경험담으로부터 시작된, 실화에 바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셈 멘데스의 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가로도 활동했고 말이죠. 주인공의 활약으로 공격을 중지했던 데본셔 2대대는 실제로 독일군을 지연시켰다는 공로로 프랑스측으로부터 전쟁훈장 Croix de Guerre을 받았습니다. 전쟁훈장이란게 있군요.

영화 황산벌에서 극 중의 김유신은 "다들 미쳤으니까 전쟁을 하는거다.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게 전쟁이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권력자들의 다툼 혹은 만용에 가득찬 결정이 전쟁을 일으킬 때, 그 참상을 몸으로 겪어야 하는 것은 누구인가요. 전쟁의 참상을 차분하고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영화, 1917이었습니다.


1917

샘 멘데스
2019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530915-1917?language=en-US)
별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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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영화중에 하나입니다.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봐야 겠네요^^

내가 전투에 참여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준다는데, 그랬어요?

@dozam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차분하면서도 어떻게 몰입도를 높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보는 내내 무슨 범죄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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