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무서운 부장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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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동안 어깨를 짓누르며 점점 다가오던 기획이 드디어 코앞에까지 왔다. 기획 좀 쓰려고 일부러 아침 발제를 살살 했다.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나한테만 일이 몰리고 맨날 기사가 커져서 숙제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또 순전히 혼자만의 느낌일지도 모르는데 모두가 발제를 살살했다. 이럴 때 발제를 받는 부장들의 행동은 크게 네가지다.

  1. 그대로 편집국 회의에 들어가 "쓸만한 발제가 없어요"라고 배짼다.
  2. 전화를 들고 발제가 부실하다며 각 팀장을 깬 뒤 몇십분 내로 추가발제를 지시한다.
  3. 본인이 발제를 한다.
  4. 아이템을 주고 발제를 시킨다.

우리 부장은 4번이었다. 나름 훌륭한 부장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그 아이템이 보통 나한테 돌아오기 때문에 오늘 발악을 했다. 그 일로 후배들과 넋두리하다가 재밌는 부장들의 특징이 보였다. 바빠 죽겠다면서 이 포스팅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아래에 나온다.

A부장의 경우

부장 : 요건 C(막내급)가 하도록 하자.
C : 부장 저는 어제 시키신 이것도 있고 그제 시키신 저것도 있고, 수요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그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것도 절 시키시면 물리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부장 : 그래? 그럼 D(또다른 막내급)랑 같이해.
C : 아니 두명으로도 부족합니다. XX팀 사람도 나눠주세요.
부장 : 허허 그래? 알았다...

B부장의 경우

부장 : 내가 어제 저녁자리에서 이런 얘길 들었는데, 이게 최근 이런 사건 때문에 나왔다는 거야. 요거 오늘 하나 씁세. 이걸 언넘이 어떻게 했고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체크해 주면 될 듯.
S : 근데 거시기는 언제 론칭하나요. 1회 데스킹 끝났던데 저는 2회 진도를 거의 못 나갔습니다.
부장 : 허걱. 올린다고 하지 않았나.
S :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지난주에 업무량 폭발...
부장 : ㅋㅋㅋ 백퍼 책임 통감한다. 담주 월욜 론칭 목표. 아직 시간 있으니 차분차분 해서 담주 화욜꺼정은 올리삼. 음하핫.
S : 뉍
부장 : 오늘 자료들은 별 것 아니니 내가 안에서 정리하겠다. 거시기에 올인하삼.
S : 뉍

A부장과 B부장의 결정적인 차이를 한 마디로 말하면 뭘까.

A부장은 무식한 거고 B부장은 무서운 거다.

A부장은 뭔 일이 터지면 무조건 막내를 시켜 왔다. 막내 한 사람에게 어떤 일들을 얹어 놨는지 기억도 못하면서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면 막내를 다 시킨다. 막내가 죽어라고 일해서 빵꾸를 안 내니까 모르는 거다. 얼마나 과부하가 걸려있는지.
그래서 참다참다 막내가 악 소리를 낸다. 그럼 그 때라도 얼마나 힘든지를 헤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또다른 막내급을 하나 더 붙여 준다. 이런 경우 대체로 그 또다른 막내급도 거의 똑같이 부하가 걸려 있다. 어깨에 일더미를 잔뜩 짊어지고 있는 둘이서 또 죽어라고 일하는 거다.
부장은 맘이 편하고 위에 수두룩한 선배들은 검나 한가할 거다.

B부장은 누구에게 얼만큼의 일더미가 쌓여 있는지 다 안다. 부장이 궁금한 건 '이놈이 견딜 수 있는 용량은 얼만큼인가', '요놈의 한계는 어디인가'다. 그래서 모두에게 일거리를 차곡차곡 쌓아 준다. 부원들 모두 일거리를 잔뜩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부장은 앞에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을 또 툭툭 던져 준다. 부원들은 일을 짊어진 채 앞에 놓인 일들을 우선 처리한다.
부장은 어떤 넘이 먼저 비명을 지르는지, 어떤 수준으로 얼만큼 해낼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러다가 악 소리를 내면 검사는 끝난다. 부원들은 부장이 판단하는 각자의 용량에 맞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용량은 부장의 기준일 뿐. 모든 부원은 선후배를 불문하고 그 부장을 벗어날 때까지 악 소리를 내기 직전의 강도로 일하게 된다.

눈치들 채셨겠지만 B부장은 우리 부장이다. 존경할지언정 좋아하기엔 너무 무섭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는 부원이
비명을 지를 때 뭘 던져줘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ㅋㅋㅋ 백퍼 책임 통감한다'

이 말은 'ㅋㅋㅋ 너의 용량은 이정도구나'로 번역하면 될 것 같다.

'오늘 자료들은 별 것 아니니 내가 안에서 정리하겠다. 거시기에 올인하삼'

이 말은 '니가 원하는 게 이거지?'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A부장 밑에 있든 B부장 밑에 있든 힘들면 힘들다고 일 많으면 많다고 말해야 한다.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수도 있지만 위에선 정말 말 안하면 모르는 것 같다. 찍 소리, 악 소리 안 내는 사람이 손해다. 소리 내는 사람한테 갈 일도 조용히 일하는 사람한테 간다. 부장들은 몇 번 경험이 쌓이면 그냥 기계적으로 돌발 업무가 생겼을 때 조용히 일하는 넘한테 맡긴다. 본인들도 껄끄러운 건 싫으니까. 나도 까칠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악 소리를 내서 받은 소중한 시간 중 1시간을 포스팅에 할애했다. 이제 일해야지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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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악! 악!

ㅋㅋㅋㅋㅋ 요즘 악소리나제 거기

부장님들 뜨끔뜨끔하시겠는데요??
하지만 뜨끔만 할 뿐...변화는 없을것...이라는....예감...ㅎㅎ

👍👍👍👍👍👍

정말 위가 누구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해요.
인정 받고 싶어서 스스로 참고 일하다가 한방에 훅~ 갑니다. 일하다 뒤로 넘어간 사람 보고 완전 놀란적이 있어서요.
후배로써 보면 A가 더 멋지지만 업무적으로요,, 좋아하게는 안되는 것 같아요. 무서워서요..^^

B이죠 ㅋㅋ

저..저...저요? 아니예요...
왜 이러세요. 저 O예요. 오나무잖아요 ㅋㅋ

A유형의 부장에 대한 설명이 저렇게 자세할 수 있는 것은... 겪어본 또 다른 부장이신가요? ㅎ
그래도 무식한 것보단 무서운 상사가 낫지 싶습니다. 무식에는 답 없잖아요...
시호님 포스팅에 정말 백만년만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ㅠ

A부장은 옆....

a부장도 b부장도 힘들긴 똑같네요! ㅋㅋ
시호님이 부장이 된다면 부하직원들 잘 헤아져 줄듯 하네요! 아닌가! ㅋㅋ
소중한 1시간... 감사합니다^^

'백퍼 책임 통감한다'는 말에 쿨한 부장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밑에 시호님 번역기를 통해 보니 아차 싶네요 ㅋㅋㅋㅋ 식은 땀 흘렀습니다.

ㅋㅋ 평소의 그를 알기에 번역이 되는 거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알수 있는거군요 ㅎㅎㅎ
b부장님 멋지다라고 생각했는데 시호님이 이야기해주시니 탁! 박수가 나오네요 ㅎㅎ
시호님 화이팅!!1

ㅋㅋㅋ 고맙습니닷

예전에 '제이티비씨 정치부회의'를 봐서 그런지
글을 읽다가 그 모습이 떠오르네요^^

능력자들에게는 일이 안 몰릴수가 없죠
허술한사람에게 일 맡기느니 내가하고 맡테니까요
할수있더라도
스스로의 능력과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야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ㅎㅎ
때로 죽는소리 우는소리 하는것도 능력이죠
자신감 느껴집니다 ㅎㅎ

*와중에 스팀잇 이라니ㅋ * ㅋㅋ
이 주제로 이벤트해도 재미있겠네요

가즈아용 이벤트겠네요 ㅋㅋㅋ

악 소리 안내는 사람이 손해인건 확실한데,
주구장창 악악거리는 녀석들 때문에 죽을맛입니다 ㅜㅜ
다같이 죽자고 같이 악악거릴수도 없고... ㅎㅎ

관리자적 입장이시군요 ㅋㅋㅋ 저는 아직 새파란 평기자이기에.

아닙니다 ㅋㅋ 팀원이 저 포함 세명인데,
두명이 허구헌날 악악거리니 하는 말입니다... ㅠㅠ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십시오 ^,.^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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