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의 시작, 소련의 끝 8월 19일
1987년과 91년 8월 19일 어떤 시작과 끝
1987년 8월 19일 충남대학교에는 팔도의 사투리를 쓰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한 달여 전 고 이한열의 장례식 때 연세대에 집결한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전국적 대중 조직 결성에 합의하고, 몇 차례의 사전 모임 끝에 이른바 '전씨 가문'의 시작이 되는 '전대협' 즉 전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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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은 그 이후 6년간의 역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을 남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전대협의 깃발이 휘날리던 시기는 한국 학생운동의 전성기였다. 아 전대협이여 우리의 자랑이여를 외치는 노래 소리는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메아리쳤고, 전대협 '의장'들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인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 백발 성성한 재야 어른들과의 회의장에서 "전대협 의장님 입장하십니다."란 맹랑한 소리가 울려 퍼졌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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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 출범 꼭 4년 뒤 1991년 8월 19일 오전 6시. 러시아의 TV와 라디오에서 갑자기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자칭한 집단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유고와 야나예프 부통령의 대통령 권한 대행을 발표한 것이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는 국가보안위원회(KGB) 위원장 블라디미르 크류치코프, 소련 부통령 야나예프, 수상 발렌틴 파블로프, 국방장관 드미트리 야조프 등 8명이 주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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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의 목적은 개혁 정책을 밀어붙이던 고르바초프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보수파의 세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개혁 세력이 추진하던 신연방조약, 즉 소비에트 연방 정부의 권한을 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화국에 대폭 이양해 보다 느슨한 형태의 새로운 연방 구성안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신연방조약은 "위대한 소비에트"의 종말이었던 것이다.
탱크에 올라타고 쿠데타 반대를 호소하는 옐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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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비에트는 1917년 이후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던져 이룬 인류 사회의 새로운 꿈이었지만 일찌기 단호했지만 잔인했던 공산주의자 짜르에게 배신당했고, 그 뒤로는 바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쿠데타를 일으킨 8인과 같은 노멘클라투라, 즉 공산주의 사회 속의 특권층에 의해 짓밟혀 왔다. 혁명의 낫과 망치는 녹슬었고, 붉은 바탕은 인민의 피로 물들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의 마지막 구절,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게 된" 혼돈의 현실일 뿐이었다. 그리고 1991년 8월 19일의 쿠데타는 거대한 역사의 하수구로 통한다. 소비에트의 본산에서 공산당이 불법화되는 날이 곧 닥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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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의 깃발은 이미 사라졌지만 전대협과 함께 했던 인물들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대협의 오늘은 외관상으로는 결코 빈약하지 않다. 아니 휘황찬란하다. 그 출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자가 그 몇이며, 감투를 쓴 자는 무릇 얼마이며 오늘 청와대 안에 들어가 있는 이들은 그 얼마이던가. 그들의 끝이 어떠할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돈 심부름을 하다가 쇠고랑을 찼던 왕년의 우리 학교 부총학생회장처럼 "날아오는 황금탄"의 희생양이 될지, 기득권에 집착하다가 고요한 돈 강의 오리알이 된 소비에트 최후의 8인이 될지, 아니면 그 모두에 반하여 그들의 과거보다 더 성공적인 미래를 이끌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가 부정하든 말든 전대협 활동을 자양분 삼아 오늘의 키에 이른 이들은 분명하게 기억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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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그 자리에 올린 것은 자신들의 능력이 아니라, 그들을 무등태웠던 사람들의 어깨와 손길이라는 것,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혀 가며 '의장님'을 보위하고자 각목을 휘두르고 경찰에게 몸을 내던지는 바람에, 폼나는 국가보안법 위반도 아닌, 경관 폭행같은 잡범이 되어 빨간줄 그였던 이들의 어둠이 기라성같은 전대협 동우회원들의 빛을 키워 왔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전대협이 빛을 발했던 것은 의장짜리들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사회의 그늘과 뒤틀린 현실에 시선을 두고 그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마음의 합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기억해야 옳다.
잘 읽었습니다.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 청년들은......
취업에 청춘을 저당잡혔네요.
안타까워요.
안타깝게도 그 현실은 저 386들이 만들었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