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성북동 나들이...

in #kr4 years ago

성북동은 꼭 한번 살고 싶은 동네 중 하나다. 강력한 후보로선 강릉도 있고 통영도 있지만 이런 곳들은 인문보다는 자연이 만들어준 부분이 더 큰 곳인데 비해 성북동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살면서 만들어낸 동네이다.

성북동에 뭐가 있냐고 갑자기 물어온다면 너무 많아서 일단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뭐부터 얘기해야지...? 유년시절 청소년기를 부산에서 보낸 필자에게 서울은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로부터 소개되었다. 서울에 올라온 후 필자를 성북동으로 이끈 것은 바로 <간송 미술관>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간송 미술관은 5월과 10월에 2주만 오픈하여 관람객을 받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2시간여 기다린 뒤에 마주한 고미술품들은 말할 수 없이 감동스러웠다.

간송미술관.jpg

이렇게 습관처럼 찾게된 성북동에는 길상사도 있고 심우장도 있고 최순우옛집도 있다. 하지만 이 성북동에는 예전에 지나간 기억이나 시대와 뒤떨어진 유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필자는 심우장이나 최순우옛집이 유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일년에 한번 어쩌다 찾는 곳이 아니라 배가 고플 때 은은한 차가 생각날 때 또는 맛있는 빵이 땡길 때 유투브가 아닌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언제든 가면 되는 곳이다.

쌍다리돼지불백.jpg

<쌍다리돼지불백>은 상호부터가 익살스러운데 삼겹살로 만든 돼지불고기가 유명하다. 처음엔 기사식당으로 시작했을텐데 지금은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광릉불고기와는 사용 부위가 달라서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돼지불고기라도 광릉불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고 쌍다리돼지불백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그때 마음 땡기는대로 가면 그만이다. ㅎㅎ

수연산방.jpg

이제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마셔야하나 차를 마셔야하나...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다. 그래도 성북동이니 차를 마셔야지 생각한다면 쌍다리돼지불백에서 도보로 3분거리에 <수연산방>이 있다. <수연산방>에선 어떤 차도 기대 이상이지만 필자로선 솔잎으로 만든 '송차'를 추천한다. 왜? 다른 데선 마실 수 없으니까. ㅎㅎ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부부의세계'에 흥미롭게도 <수연산방>이 떡집으로 나온 적이 있다. 아주 잠깐 스친 장면이지만 예리한 필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ㅎㅎ

우드앤브릭.jpg

그래도 오늘은 디저트로 커피와 빵이 땡긴다고 하면 <우드앤브릭>으로 가라. 여긴 <쌍다리돼지불백> 바로 길건너편이라 <수연산방>보다 더 가깝다. 커피맛은 솔직히 별거없다. 하지만 필자의 커피에 대한 미감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지 스타벅스보다는 훨씬 나으니 안심하고 방문하시라. ㅎㅎ 하지만 <우드앤브릭>의 빵은 그야말로 탑클래스다. 살찔 걱정만 없다면 무지하게 먹고싶은데 자제하기가 좀 힘들다. 파리바케뜨 같은 것은 빵이라고 치지 않으니 비교하는 것은 너무 심한 장난이 될 지도 모른다.

리홀뮤직갤러리.jpg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커피와 빵도 먹었으니 좀 나른하기도 하고 맘 편히 음악들으면서 쉴 곳은 없을까? 왜 없겠어! 성북로를 따라 조금 위로 걸어올라가면 <리홀뮤직갤러리>가 있다. 여기선 탄노이 풀레인지 스피커와 빈티지 오디오로 수만장의 LP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원음 재생을 목적으로 하는 하이엔드 오디오와는 달리 빈티지 오디오는 그 오디오가 갖는 고유의 특성이 재연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역시 이 성북로에는 하이엔드 오디오보단 빈티지 오디오가 걸맞다.

성북동! 언젠가는 한번 꼭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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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ubymaker님

랜덤 보팅!!

소소하게 보팅하고 가요

Turtle-lv1.gif

돈많이 벌어야 하것다.

돈 없어도 시간만 많으면 됩니다. ㅎㅎ

리홀뮤직갤러리는 저희 아부지가 참 좋아라 하시는 곳이에요!!ㅎㅎㅎㅎ 스팀잇 포스팅에서 접하니 반갑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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