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냥이의 추억] 4. 안녕

in #kr6 years ago (edited)

이번 편으로 갈냥이와의 추억을 마무리 짓겠네요.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5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갈냥이와 만난지 3개월 정도 되었을까요? 비에 쫄딱 젖은 모습을 7월에 처음 봤죠. 먹이를 주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10월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해서 자연스레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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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찾아오던대로 옵니다. 누런 녀석도 처음보다는 많이 편하게 여기고 가까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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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딘가 민망한 이런 모습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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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계획이 있으니 이사를 가야겠지만 더 이상 밥을 챙겨줄 수 없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노랑둥이가 갈냥이를 잘 챙겨주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둘이 사이 좋게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봐서 약간은 마음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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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다시 보니 몹시 웃기게 생긴 집에 살았네요. 집을 보러 오신 분들이 있었는데, 갈냥이가 창가에 나타날까 조마조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싫어하시는 분이 보면 계약하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눈치도 없이 녀석이 나타난 겁니다. 역시 멍충이 다행히 들키진 않았습니다. 집 보러 온 분이 다른 곳을 살피는 사이 갈냥이의 어두운 그림자가 창가를 스윽~ 스치고 지나갈 때의 스릴이란...

이사를 가던 날.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사짐 업체가 짐을 싣고 있는데 트럭 주변으로 동네 온갖 고양이들이 지나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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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분위기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동안 봤던 동네 고양이들이었습니다. 골목에도 사료를 뒀기 때문에 갈냥이 말고도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죠. 마치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뭉클하네요. 이때부터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음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전래동화나 신화, 민담을 보면 동물이 잘 따르거나 동물에게 도움을 받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저도 뻥을 조금만 더 보태면 비슷한 스토리가 될 듯 합니다. :)

갈냥이와 그리고 동네 고양이들과 이렇게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내와 함께 길을 가다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보면 가끔 갈냥이 이야기를 합니다. 비에 젖어 제 앞가림도 못하던 녀석이 보고 싶네요. 녀석도 저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갈냥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동네의 다른 고양이들 사진을 가지고 한편 더 쓰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갈냥이의 추억 시리즈]

  1. 갈냥이와 만나다
  2. 갈냥이의 동행자
  3. 당신은 나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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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동물들에게도 촉이 있는거 같아. 아마 진짜로 인사하러 왔을거야.. 그 동안 고마웠다고.. ^^
나도 우리 강아지가 나 결혼하기 전날.. 많이 아팠어. 담날 결혼식이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데 멍멍이 응급실가고 그러느라 2시간 잔거 같아..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거든..
근데 병원가도 아무 이상이 없는거야...
아마도...마음이 아팠던게 아닐까 싶은게 참 내 맘이 슬펐던 기억이 나네 ㅠㅠ 흠...
보고싶겠다 냥이들.. 그래도 정이 많이 들어서..

응응, 정말 동물들 촉이 확실히 있는 거 같아. 강아지가 누나 가는 거 알았나보다. 말은 못 하니 달리 표현할 길이 없고 서글퍼서 아팠나보네.

냥이 이야기는 무조건 보팅입니다 🐱

그렇습니다! 고양이가 보이면 무조건 보팅입니다!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ㅎㅎㅎ

그렇습니다. 고양이 더럽... thelove...

아쉬운 이별이네요.
특히 마지막이 감동적입니다. 정말 떠나는걸알고 다들 마중나온듯 싶네요. 다들 잘살아 있길 ...

정말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었어요. 그냥 많이들 지나간 건가 싶기엔 진짜 많았거든요. 10마리 넘게 본 듯합니다. 짜식들... 의리있어요.

길냥이 이야기 잘봤어요~^^
아이들은 잘지낼거라 생각하고 싶어요~~
아이들 사진이 너무 귀엽네요~ 다리쭈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있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묘생이 나쁘지 않았길 바랄 뿐이죠.

동네의 신선이셨군요..

조금 더 노력했으면 묘선이 되어 변신도 하고 막 그랬을 거 같습니다. ㅋㅋ

고양이 들이 이사가시는 것을 알고 있었을거에요
길냥이들이 밥 주시는분 만나기 어려운데...
수고 하셨네요 ^^

이사오신 분이 잘 챙겨주셨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텐데 말이죠.
지금 사는 동네는 길냥이 급식 스팟도 제법 있고 사람들이 해코지도 안하는지 느긋해 보여서 보기 좋답니다.

에구~~ 많이 서운하셨겠어요~~ 그래도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네요~^^

세상 역시 혼자 사는 게 아니죠. 잘 못 챙겨서 마음 쓰이는 녀석이었는데 동행이 생기니 안심이 되었답니다.

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죠... 아쉬워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아쉽고 생각이 많이 나죠. 크게 슬프진 않았지만 자주 생각난 걸 보면 정 많이 들었나봐요.

길냥이들 사진찍기어렵던데 잘찍으셨네요 9번방님!~

아마 녀석들도 밥값을 하느라 포즈를 좀 취해준 것이 아닐까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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