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 :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쓰는 추천의 글

in #kr7 years ago (edited)

나의한국현대사.jpg


유시민이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책을 썼다니,
그의 뚜렷한 정치색에 거부감이 먼저 생기는가?
반대로 기대감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유시민은 훌륭한 지식인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빨갱이로 통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이 책은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음에도)그의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부분은 미약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강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정치성향을 이유로 이 책을 거부할 수 없음은
작가의 글빨, 이것 하나로 모든 단점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직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던 시기,
신입사원의 자소서와 경력직의 자소서는
달라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풀리지 않는 글을 붙잡고 끙끙대던 시기였다.

경력직의 자소서는
열정을 호소하며 희망찬 당당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회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내겠노라, 겁없이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이력과 내 경력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어야 했다.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그러면서도 건조하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는 글.
이것을 짧은 분량 안에 풀어내야 했다.
그렇게 글 한 편 못쓰고 아둥바둥대는 상황에,
우연한 행운으로 발견하게 된
유시민의 글빨이었다.

그의 글은 명료했고 간결했다.
기교를 절제했음에도 서술하는 내용에 감성이 묻어있었다.
이따금씩 보여주는 스토리텔링까지도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한국전쟁은 우리민족의 내전인 동시에 동서 내전의 개막을 알린 국제전이었다.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50년 6월 25일 대한민국을 침략했다. 북한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우쩌둥 주석의 동의를 받고 소련 스탈린 수상의 지원을 받으며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김일성은 한 달 안에 '통일전쟁'을 끝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낙동강 전선에서 국군이 인민군의 총공세를 죽기 살기로 막아내는 동안 유엔군이 상륙했다. 인민군이 압록강까지 밀려났을 때 중국 인민지원군이 들어왔다. 결국 1953년 7월,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들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지 못한 채 군사정전협정에 조인했다.

한국전쟁을 요약하는 단 7문장.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입장
여러 여러 인물들의 생각과 역할을 보여준다.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걷어내고 핵심을 뽑아
짧은 문장에 압축적으로 담아내기.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은 스릴러 소설처럼
독자를 몰입켜버린다.

그의 글빨을 내 자소서의 레퍼런스로 가져왔다.
글을 쓰다 막힐 때면 이 책을 읽고 썼고
새로운 내용을 쓸 때 다시 책을 펼쳐보곤 하며 자소서를 완성해갔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내 머리 속에서 윤곽조차 잡지 못하던
경력직 자소서가 만들어졌다
내 이력과 업무 경험을 추려서
간결하고 명료하게 핵심만 정리했고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짜임새 있게 서술했다.
주요 단락에 B급 느낌의 소제목을 붙여
글 분위기에 리듬을 부여하며 마무리했다.

운영하며 얻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 정보공유는 타이밍
첫 직장에서 시작한 커머스 사이트 운영업무는 웹 기획의 기본인 실무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고객사의 요청을 받아 디자이너와 퍼블리셔를 통해서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이슈가 발생하곤 합니다. 여러 사람의 협업이 필수이기에 커뮤니케이션 이슈는 늘 중요한 고려사항이었습니다. 각 상황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하면 무조건 해달라는 고객과 할 수 없다는 작업자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 때문에 작업일정을 조율에서부터 디자인 시안 검토와 수정, 이후의 관리 과정까지, 여러 사람들을 중재하고 때로는 설득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에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면서도, 조금씩 생겨나는 노하우를 활용해 극복해 나갔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는 질문과 정보 공유를 통해 발생 가능한 오해를 사전에 막았고, 필요한 경우 작업자와 현업자를 직접 대면시킴으로써 상대방을 생각하며 의사결정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첫 회사의 첫 업무경험과 이를 통해 얻게 된 업무 노하우.
앞에 언급한 한국전쟁 전개양상 서술을 레퍼런스 삼았다.
그 글에서 처럼
다양한 사람의 입장과 생각들이 긴장감을 형성하고
이 긴장감 속에서 희망을 생성하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혹여 유시민의 글과 나의 글 모두 비루한 글이라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이는 당연히 있을 법한 일이다.
다만 글을 쓰겠다 다짐한 자라면
어떤 글에 매력을 느낄 것이고
그것을 레퍼런스삼아 글을 쓸 것을 추천한다.

아직 그런 매력을 느낀 글을 찾지 못한 자가 있다면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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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월요일, 즐거운 한주 되세요

저도 참 매력적인 문장에 빠져서 즐겁게 읽었던 책 중에 하나인데 여기서 보니 굉장히 반갑네요 :D

다른 건 몰라도 유작가의 문장력과 논리는 보수 쪽에서도 인정하던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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