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에서 '선전(Propaganda)'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

in #kr6 years ago (edited)

먼저 이야기 두 개부터 하지요.


시리아의 장난감 밀수꾼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전쟁을 벌이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이 전장이면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참극을 봐도 무덤덤해지게 됩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내전의 참상을 보도하는 사진의 폭력적인 수위가 일정 상태 이상으로 올라가버리면 사람들은 가능한한 그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대중 매체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시궁창에 빠지는 전쟁을 보도하다 뭔가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식을 찾아내면 열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시리아 태생으로 핀란드에 살고 있던 40대 초반의 한 남자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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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태어났으나 어렸을때 핀란드로 이민가서 건강식품업체를 운영하던 라미 아드함(Rami Adham)은 2011년 모국인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보고 무관심할 수 없어 홀로 구호활동에 나섭니다. 사비를 털어 음식과 약품을 사서 시리아행을 결심했을때 그의 3살 딸 야스민이 "내 바비인형도 전해주고 싶어요"라고 했다죠. 이 말을 들은 그는 곰인형과 바비인형 60여개를 사들고 터키 국경 근처의 난민캠프로 갔다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놀 거리를 잃어버렸던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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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에서 재난대비 물품으로 아이들 장난감까지 챙겨야 한다고 쓴 것은 이런 사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려면 안 움직이고 할 수 있는 보드 게임류가 가장 좋습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 넣는 PPL입니다. ^____^;;;)

이 반응을 봤던 그는 Suomi Syria라는 단체를 만듭니다(Suomi는 핀란드어로 핀란드인 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시리아 출신의 핀란드인들”이라는 단체죠). 그리고 두 세 달에 한 번씩 시리아를 찾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가 이 양반의 이야기를 처음 기사로 썼던 게 2016년 7월 10일입니다. (The toy smuggler of Aleppo: how one man brings joy to the faces of Syria's children http://www.telegraph.co.uk/news/2016/07/10/the-toy-smuggler-of-aleppo-how-one-man-brings-smiles-to-the-face/)

그리고 9월 즈음부턴 우리나라 매체들도 이 훈훈한 소식을 전하는데 동참합니다. (알레포 아이들에 희망 선물하는 ‘장난감 밀수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62217005&code=970100)

하지만 불과 한 달 뒤인 2016년 10월. 핀란드의 한 매체에 라미 아드함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보기엔 너무 좋은 이야기라는 꼭지로 장문의 기사가 실립니다. 아드람이 운영하는 단체에 35유로를 기부하면 아이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돈은 9유로에서 20유로며, 그가 지하디스트 설교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언급하면서 그가 테러조직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였죠. (A story too good to be true – The toy smuggler of Aleppo’s jihadist connections, made-up stories and an orphan project run aground http://www.hs.fi/ulkomaat/art-2000002926544.html)

이 보도가 나간 후 바로 핀란드 경찰은 기부금 유용 혐의에 대해 예비조사에 들어갑니다. ('알레포의 장난감 기부천사' 사기꾼 정황에 경찰 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26/0200000000AKR20161026130900009.HTML) 이 보도 이후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핀란드에서만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경, 핼싱키 지방법원은 탈세, 마약범죄, 회계부정, 폭행 등의 혐의로 5개월 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이트 헬멧(시리아 민방위대)


역시 시리아 이야기입니다. 2012년전 20여명 정도의 시리아 활동가들이 터키에서 구조 훈련을 받고 하얀 헬멧 하나 쓰고 시리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정부군의 공습으로 불길에 휩싸인 건물에 들어가 피투성이 부상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합니다. 2016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랐던 시리아의 민방위대, 화이트 헬멧 이야기입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전쟁터 누비며 6만명 구한 ‘하얀 헬멧’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757570.html#csidx6bfe6477a58eeb29079465103180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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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야기는 41분 정도의 짧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2016년 국제다큐멘터리 연합으로부터 최고 단편 부분을, 2016년 헴톤 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단편으로, 그리고 2017년에는 단편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오스카상을 받았죠.

그런데...

Netflix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보를 imdb.com에서 찾아보면 평점이 형편없습니다 아니, 오스카를 받은 작품이 왜 평점이 그 모양인가를 찾아보니 이런 댓글들을 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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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러시아의 IP주소를 가진 분들께서 집단적으로 몰려가 쌍욕을 퍼부어놓으신 겁니다.

음, 근데요... 특정 IP대역의 댓글?? 좀 낯익은 광경 아닌가요?

거기다 이 내용들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전장에서 무슬림 테러조직들은 아주 빠른 이합집산을 합니다. 경쟁 조직이 폭격으로 모두 죽어버리거나 일부 극소수만 남으면 그 조직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요... 2017년초반까지 저 지역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던 이들은 이슬람 국가를 만들었던 DAESH입니다. 이들은 알 카에다는 물론 탈레반하고도 사이가 안 좋아요. 그런데 ‘미국인들이 기억할만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선전물이라고 했네요?

( https://steemit.com/kr/@ravenclaw69/propaganda-2 로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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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빼고 제 보팅을 받으시죠 ㅎㅎㅎㅎ

책도 좀 사주세요.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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