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잡담 #6 - 시선

in #kr6 years ago (edited)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선의 방향이 곧 사진의 방향이다. 삶의 방향이다.


2013.12.28. 부산, 아이폰 4.


부산 바다에 들른 적이 있다. 바다와 갈매기, 하늘 - 정말로 뻔하디 뻔한 소재이지만 사람마다 어떤 시간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장면은 달라질 것이다. 화각이 아주 넓은 렌즈를 쓰지 않는 이상 ( 360도를 모조리 담을 수 있는 어안렌즈 같은 것이 아닌 이상: 사실 그러한 렌즈는 날씨를 조망하는 기상청의 것이다.) 사진은 결국 세계를 크롭(crop) 한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가운데, 어떤 것을 취하여 내재화하고 어떤 것을 버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눈에도 화각(angle of view)이 있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 나갈 때엔, 뒤를 보지 않는다. 뒤를 보려면 고개를 돌려서 봐야 한다. 뒤를 돌린다는 행위도 결국 시선의 선택이다. 나는 사진을 삶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나 삶에 대해 비유를 사용할 수 있고, 또 그에 따라 추상화한 가치와 철학을 품고 산다. 내가 사진을 그에 빗대는 것은, 스스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이리라.

나는 아직도 광각 렌즈와 그 결과물을 좋아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그러니 광각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최대한 많이 눈과 마음에 담으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 혹은 일부러 잘리어 나간 시각이 있기 마련이다. 화각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이상, 모든 렌즈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기에 선택해야 한다. 어떠한 시선을. 어떠한 방향을. 어떠한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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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도 완벽한 것은 없을 것이고 어느 것에 만족하게 된다면 그 이상을 또 꿈꾸게 되겠죠, 사람이란 ^^;; 사진에 담고 싶은 화면의 객관적 정보 이외의 그 때의 느낌, 찍는 사람의 생각, 그 상황의 이야기 같은 것이 사진을 더 풍성해 주리라 믿어요. 틀린 사진은 없고 다른 사진만 있는 것이겠지요.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네. 각자의 다른 사진이 있을 것입니다. 사진이 그러한 다름을 잇는 매개체가 되면 좋겠네요. 답글 감사합니다.

한 부분을 자세히 보느냐, 많은 부분을 넓게 보느냐... 빠른 전환이 가능한 줌렌즈가 답...?🤔

Nikkor AF-s 28-300mm 같은 렌즈가 생각나네요. 저는 그냥 발줌으로 달립니다... (...)

줌렌즈로 사진을 시작해서 현재는 23.2 단렌즈로 가볍게 사진을 접하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줌렌즈의 장점이 가끔 그립지만 단렌즈로 조금 더 몸을 움직이면서 보이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마다의 화각이 있기에 정답은 없는 게 아닐까요.

네. 그렇습니다.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각자 선택하는 화각이 결국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할 뿐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진찍는 사람으로써 저는 망원을 좋아합니당 ㅋㅋ 저도 부산에 살았었는데 바다에 갈메기가 일몰가 어우러져 멋있네요

망원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삶의 디테일함까지 집중해서 잘 살펴보는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제 망원렌즈의 한계는 60mm 까지였습니다... ) 사정없이 달려드는 갈매기는 참 무섭기도 하더군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롭바디에 번들렌즈 하나로 몇 년을 버티고 있는 초보입니다 ^^
렌즈 하나라 화각 걱정을 덜하게 되네요 ^^
다 못담으면 작게 담지 뭐 하면서 ㅎㅎ
반갑습니다.
해운대랑 동백섬으로 보이는데... 맞는지 ^^

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화각에 대해 편안함을 가지고 계시니 아마 사진들도 부담없이 편안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저도 초보라서 그냥 썰을 풀 뿐인지라, 조금 민망하긴 하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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