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중독 8. 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1)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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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1)

  • 4차 산업혁명, '지혜로운' 인공지능의 태동
  • 4차 산업, AI 세상 속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한 고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미래 인간의 직업을 빼앗을 것이란 우려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달나라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데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가까운 미래에 고전적인 직업들이 AI의 영향을 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는 결단코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AI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의 결합 가능성과 그 시너지 효과를 간과하고 있고, 이미 현실에 점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수준, 이를테면 애플 스마트폰에 내장된 '시리(siri)'와 같은 AI 음성인식 서비스라든가, KT에서 서비스하는 '지니(ginie)'와 같은 기술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굴지의 기업들이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물들은 최종적으로 결합했을 때, 상당히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며, 어쩌면 인류가 현대에서 공유하던 모든 정치, 경제적 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 같다.

하여 지금부터 이에 대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그 대응방안,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하는지 여러 편에 나눠 찬찬히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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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정의란, 여전히 실제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1. 지식과 경험의 결합은 ‘지혜’다. ‘지혜로운 인공지능’의 태동 가능성.


‘라면을 끓일 때, 450ml의 물을 끓인 뒤, 스프와 면을 함께 넣고 3분간 익히세요.’

이와 같은 설명이 있다면 이것은 ‘지식’이다. 라면을 한 번도 끓여보지 않은 사람도 이 문구를 읽으면 라면을 끓여볼 수 있다. 해본 적이 있든 없든, 라면 끓이는 법에 대해 알게는 된다.

하지만 라면을 끓일 때 어떤 냄비를 선택하느냐, 스프 이외에 어떤 다른 부가적인 재료를 넣어서 또 색다른 맛을 내느냐, 익히는 중에 면발을 더 쫄깃하게 만드는 방법, 라면을 조리하다 뜨거운 물이 튀어서 손이 데일 가능성 등, 실제 라면을 익히면서 터득하게 되는 지식들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축적할 수 있다. 물론 먼저 경험한 사람이 이를 문서화해서 공유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이 ‘경험적 지식’은 체득하기 전엔 얻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이가 ‘지식’과 ‘경험’을 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는 최소한 라면 끓이기에 관해선 통달한 사람이다. 이때 이 사람이 가진 것을 바로 ‘지혜’라고 하며, 그 사람을 ‘(그 분야에 한해)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모든 지식은 지혜를 바탕으로 나오기 마련이며,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혜의 영역을 침범할 수는 없다.

문명화된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야생에 뛰어든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곳의 원주민들이라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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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저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그의 저서에서 파푸아뉴기니에 들어가 원주민들에게 된통 꾸지람(?)을 당한 사례를 언급했듯이, 문명화된 인간이라 할지라도 파푸아뉴기니의 정글에선 한심한 지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경험을 축적한 선대의 사람들로 부터 얻은 정보로 많은 위험을 피하면서 동시에 이익을 얻었으며, 이 누적된 기회비용을 통해 문명을 꾸릴 수 있었다.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들이 독화살을 이용해 짐승을 사냥함으로서 야수로부터 몸을 지키고, 그와 동시에 고기를 얻는 지혜를 발휘한 것처럼, 인류는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왔다. 이런 과정이 점점 고차원적인 것으로 진화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진보된 과학‧기술 문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선 AI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아무리 AI가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흡수해도, 그 스스로 체험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출력장치뿐인 컴퓨터가 여행 수속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여행 수속을 밟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AI가 인간 사회를 경험해볼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AI도 소위 ‘지혜’라는 것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지혜로운 인공지능(Wise AI)*'의 탄생에는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먼저 AI가 충분한 지능을 갖추고, 이를 식별할 능력, 그리고 시행착오를 실행하는 일련의 알고리즘을 갖는 것이다.

*‘지능’에 ‘지혜롭다’라는 형용사를 수식하는 것은 어색하다. 그러나 본문의 ‘인공지능’은 인공으로 생성된 지능을 갖춘 ‘어떤 것’이라는 실존적 존재로 가정하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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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건 간에, AI에게 뛰어난 연산처리능력은 필수적 요소다.


AI의 지혜를 실천할 이론적 토대는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과 우리에게 익숙한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이진수의 개별 단위를 처리하는 고전컴퓨터와는 달리 양자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연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컴퓨터는 제곱단위의 속도로 계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처리해나가는 과정과 다른, 모든 뉴런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뇌와 흡사한 처리 방식이다.

아직까진 양자 컴퓨터는 공상의 영역으로 치부되지만, 얼마 전 양자컴퓨터를 상용화 하겠다고 선언한 기업(비록 진정한 양자컴퓨터는 아니었지만)의 사례도 있었듯이, 양자컴퓨팅 기술은 상당히 진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양자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슈퍼컴퓨터, 혹은 메인프레임 급의 처리장치를 통해서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고 있는 추이를 봤을 때, AI가 기반으로 삼을 만한 지능의 거점은 충분히 갖춰진 것 같다. 문제는 시행착오를 겪고 어떤 해결을 유추할 수 있는 ‘생각’이 있느냐는 것인데, 이는 잘 알려진 ‘딥 러닝’ 기술이 대표적이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치른 ‘알파고(AlphaGo)’가 딥 러닝 기술을 이용해 수많은 대국을 스스로 실행하면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물리적 경험이 아닌 사고실험의 영역에서, 엄청난 연산 속도를 자랑하는 AI가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그 축적된 경험의 양은 가히 인간의 것을 훨씬 능가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사고의 영역에서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것을 AI가 능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언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세상의 어떤 종류의 것이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언어 생성기’를 타고난다. 이 능력은 5세 전후로 사라지게 되지만, 이 시기의 언어 학습이건, 성인이 된 뒤의 언어 학습이건 모든 언어 능력의 기초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다.

현재의 언어 번역기가 우스꽝스러운 번역을 보여주는 까닭은 언어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그것을 실천할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I apologize to you’ 라고 한다면 ‘네게 사과한다.’ 라는 뜻이 되지만, 이를 같은 언어로 다시 번역하면 ‘너는 사과다’라는 이상한 문장이 된다. ‘사과’라는 동음이의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는 현재의 AI가 단어를 언제 어떤 뜻으로 사용해야하는지 식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충분한 연산능력을 갖춘 AI가 딥 러닝 기술을 이용해 인간 생활 중 ‘사과하는 상황’에 대한 1억 건의 대화를 모두 분석하고 겪은 뒤에 번역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매끄러운 번역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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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미래 산업 경쟁에서 구글은 단연 선봉이다.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글이 과도한 정보수집으로 인해 EU의 규제를 맞이한 까닭이 그저 지나가는 이슈는 아닌 것 같다. 딥 러닝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알파고를 만들어낸 것도 말이다. 개인이 찍은 사진, 대화, 위치 정보 등 모든 것을 수집하고 시행착오 능력을 갖춘 AI가 인간의 생활양식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해당 AI는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미묘한 바디랭귀지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도 머신 러닝(Machin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분석하고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한 'TAY'라는 챗봇(Chat bot)을 실험했던 적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장난으로 챗봇이 극단적인 사상을 가지게 되자 이를 중단해 촌극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러한 일들은 ‘실제로’ 실험되고 있다.

AI는 인간과는 달리 한정된 계산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빅 데이터(Big date, 방대한 자료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이끌어내는 기술) 기술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하여 인공신경망을 통한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일련의 기술을 통해 AI가 인간의 생활양식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모든 종류의 인간에게 대응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빅 데이터와 딥 러닝 기술로 무장한 AI가 인간의 생활을 이해한 순간, ‘지혜’를 갖추게 된 순간,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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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뿐아니라 4차산업에도 관심이 많으신가보네요..AI 를 소재로 한 영화중에 엑스마키나 재밌게봤습니당.. ㅋㅋ총균쇠의 내용은 주어진 자연환경에서 경험을 통해 최선의 삶을 찾는다는건데 자연환경의 제약이 별로없는 요즘은 AI가 인간의 모든 지식을 주입받는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ㅎㅎ경험이라는게 점점 수치화되고 지혜보다는 지식위주의 세상이되어가는것같아요..지혜가 중요하다면 노인분들이 지금 이렇게 스마트폰을 배우느라 힘들어하고있지는않을것같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엑스마키나... 이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보고싶다는 생각이 물큰 솟았습니다ㅎㅎ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보겠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경험이 수치화되는 세상에서 AI가 집단적으로 인간의 경험을 흡수한다면, 노인분들이 스마트폰을 배우기 힘들어하듯 언젠가 인간도 AI가 주도하는 세상을 점점 어려워하다가 종국엔 도태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얼마전 가천의대에서 AI의사 '왓슨'을 도입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벌써 이 부분은 현실 영역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만...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얼마전' 로봇시대 인간의 일' 을 쓰신 구본권 작가님 강의를 들었었는데요.
가천의대 왓슨이야기 하시며 의사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했다구..
그리고 삼성병원에 약제조하는 실에 AI 약제조기가 들어와서 약사분들이 긴장한다구

영화 'her'에서
주인공을 사랑했던 AI가 자신과 더 이야기가 잘통하고 생각수준이 비슷한 이들을 따라서 인간을 떠나게되는 것처럼.
AI의 속도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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