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삶 자체에 견주면, 시라는 것은 하찮은 물건이다. 시를 포함한 문학이나 여타 예술은, 별의별 거룩함의 너울을 거기 씌우려는 이해 당사자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 그러나 문학은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액세서리다. 그리고 시는 그 문학적 아름다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고종석이 쓴 『모국어의 속살』 책머리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중략 기호를 경계선으로 하여 앞의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그 뒤의 것들은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잘 쓰여진 시와 그것을 조합해 낸 작자를 좋아하면서도 시를 문학의 정수로 여겨본 일은 없다. 시에는 시의, 소설에는 소설의, 희곡에는 희곡의, 제가끔의 미적 소임이 주어질 따름. 독자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구별될 따름. 거기에 골품제적 순위 매기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별안간 문학 타령을 하는 까닭은 뒤늦게 본 알쓸신잡 때문이다. 발화자들이 시인의 존재를 한껏 띄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중 한 화자는 옆에 앉은 소설가 면전에서 시를 쓰지 못해 소설을 쓴다는 식의 말까지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한 분위기에서 오간 말이었음에도 내게는 좋게 비치지 않았다. 괜스레, 장정일 자선시집 『라디오와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내용 가운데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에 적힌 문장이 떠올랐다.
시인이란 뭔가? 시인이란 시를 쓰기 위해 젊어서부터 무작정 시집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생겨났으며, 시인이 된 뒤에도 시인이 되기 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시집을 읽어대는 사람이다.
스님이 그냥 스님이듯 시인은 그냥 시인이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시나 모국어의 순교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잘못 산 인간들일 뿐이다.
오랜만입니다. 시의 우위도 일종의 신화인 것 같아요.
오랜만이에요, jamie님! 말씀대로 저도 그것을 일종의 신화라고 보고 있어요.
페페 페페 페페님이당~ 👀)
zzing님! 답이 늦어 미안해요. 항시 건강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