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실시간 렌더링이 한국영화 제작에 도입된다면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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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김우형 촬영감독을 동네에서 만났습니다. 김우형 촬영감독과 같은 동네에 사는데요. 김우형 촬영감독은 최근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런던에서 찍고 돌아왔습니다. 영국<BBC>와 미국<AMC>등이 공동 제작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파이 스릴러물입니다. 아마도 원작 소설을 읽고 꽤 좋아하는 독자들이 한국에도 많을 거에요(책이 제법 두껍습니다.). 197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스파이가 된 여배우의 삶을 그려낸 작품으로, 플로렌스 퓨,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이클 섀넌 등이 출연합니다. 지난 10월28일 BBC에서 첫 방영되자 외신들은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그중에서 <가디언>은 “촬영감독 김우형은 특별한 앵글을 만들어낸다”고 김우형을 꼭 집어 언급하기도 했어요. 이 드라마는 촬영감독 김우형의 첫 드라마이자 <워리어스 웨이>(2010) <만추>(2011)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프로젝트입니다. <리틀 드러머 걸>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그가 최근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가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와 나눈 대화의 일부분을 살짝 보여드릴게요.

-근황 얘기도 해보자.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뭔가.
=그 작품이 뭐가 될지 아직 얘기하기 어렵지만, 알렉사나 레드원 카메라로 실제 인물이든, 디지털 캐릭터든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찍으려고 하고 있다. 디지털 캐릭터라면 <아바타> 같은 영화가 될 거고. 어쨌거나 애미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경계가 모호한 동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아바타>와 어떻게 다른가.
=픽사 애니메이션나 <아바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면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어간다. 가령, 그린매트를 활용해 합성한, 애니메이터들이 만든 가상 세계 안에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인물과 배경을 찍는 거다.
-그게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출시된 콘솔 게임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 투입된 ‘실시간 렌더링’ 기술인가.
=맞다. 카메라가 아닌 렌더링 등을 위한 ‘실시간 엔진’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다. 가령, 위험천만한 카체이스신을 찍을 때 카메라에 기반을 둔 기존의 영화는 두 대의 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추격전을 실제로 연출해 카메라에 담는다. 실시간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로를 그린 뒤 차를 직접 배치해 카메라에 담는다. 최근 한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의 카체이스신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그걸 기존의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스턴트맨들이 목숨을 걸고 찍지 않나. 그런데 영화를 찍는다고 목숨을 걸면 안되는 거잖아. 실시간 렌더링을 활용하면 위험천만한 장면도 안전하게 찍을 수 있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모팩 스튜디오 지하에 있는 공간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리틀 드러머 걸>은 그리스에서 촬영한 뒤 체코로 가서 넘어갔는데, 이 드라마를 이 기술로 찍었다면 오전에는 그리스 분량을, 오후에는 체코 분량을, 그 다음날 영국 분량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스트는 내년 1월말쯤 끝날 예정이다. 이미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몇 편이 있는데 그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 기술이 투입될 것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예전에 복잡하게 작업했던 것도 훨씬 빨리 끝낼 수 있게 된다.
-왜 이런 생소한 도전에 참여하는가. 리얼한 영화를 주로 찍던 촬영감독이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하는 게 독특하다. (웃음)
=장성호 대표도, 나도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고,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한다. 인류가 영화라는 매체를 처음 알았을 때, 멜리어스의 무성영화 <달나라 여행>(1902) 같은 영화를 통해 우주선을 타고 달로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나. 매일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상은 하지만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테스트를 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매 작품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 마음이 답답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음이 편해진다. (웃음)

그저께 밤 친구와 극장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실시간 렌더링 얘기가 나와서 김우형 촬영감독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어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영화 제작에 안착되면 김우형 촬영감독의 말대로 단순히 콘텐츠 제작 방식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는 영화라는 매체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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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이미 콘솔 게임에서 시작된지 오래 됐습니다. 김우형 촬영감독과 나눈 대화에서 언급한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처럼 최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저지 아이즈 : 사신의 유언> 또한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로운 디지털 캐릭터를 창조해 실시간 렌더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저지 아이즈 : 사신의 유언>은 우리가 잘 아는 일본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를 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에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기무라 타쿠야라는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서 그와 똑같은 디지털 캐릭터를 창조해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한 뒤 게임 배경에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게임은 아직 엔딩은커녕 맛보기만 했는데, 실제 배우가 등장하니 디지털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보다 훨씬 실감나고 내가 이 배우를 가지고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불분명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어요.

앞으로 실시간 렌더링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이유가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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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아이즈 이거 해봤는데 뭔가 리얼하긴 한데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어떤 지점에서 웃긴지 잘 압니다. ㅋㅋㅋㅋㅋ ^^

영화에도 혁신적인 기술이 밀려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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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게임, VR에선 시도된지 오래된 기술인데, 영화에 적용되면 VFX 작업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 이건 진짜 재밌겠습니다

각 잡고 엔딩을 봐야 하는데 계속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안타까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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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2018 마지막 불금 ♥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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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엔젤님, 해피 뉴 이어!

행복한 2018 마지막 월욜 ♥ 보내셔용~^^
2019황금돼지해(^(00)^)~복 많이 받으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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