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난 일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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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늘도 약속이 생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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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늦다면 늦은 나이에 창업을 준비중이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은 초록색이 없다.
그저 잿빛으로 물든 아스팔트 길과
바쁘게 달리는 차들의 매캐한 매연뿐이다.

평일에는 당연히
일을 하고 외주업체와 미팅을 하고,
또 일을하고, 또 외주업체와 미팅을 한다.

내가 갑일 때는 거드름도 피우고,
내가 을일 때는 간신처럼 히히덕거리며 재롱도 피운다.
그래서 평일은 지친다.
그러니 주말에는 쉬고 싶다.

하지만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약속이 생겼다.
이 전 직장, 나의 팀원들이었다.

'쉬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 거짓말을 강요했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웠던 '옛 기억'이 그 약속을 허락하게 했다.
이 때문에 옛 추억이란,
참 도움안되는 녀석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오늘, 토요일.

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솔직히 말하면 반(半)백수나 다름없다.
그러다보니 더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서
평소보다 더욱 멀끔하게 차려입었다.
약속장소에 나가고, 이 전 팀원들을 만났다.
다들 너무 반가웠다.

그 중에는 나와 똑같이 그만둔 아이들도,
다른 곳으로 이직한 아이들도,
고시생의 길로 빠진 아이들도,
그리고 계속 그 곳에 머무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그래도 나름,
서울에 살고 있는 20~30대라면,
혹은 강남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에 다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선배들을 제치고 이른 나이에 부팀장이라는 직책도 달았다.
물론 회사의 직원들이 젊은층이다보니
중견기업치고는 빨리 부팀장을 단 것도 있다.

그런데 몇 년만에 만난,
그 곳에 머무는 아이가 바로 나의 위치까지 와 있었다.
그 녀석이 '부팀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녀석 어깨에도 꽤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는 멋지게 1차를 계산해버렸다.

질투나 시기심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 공허함이었다.
나에 대한,
무언가 말 할 수 없는 그런 공허함이었다.

그 공허함은 2차 때 그 녀석의 한마디로 더 커졌다.

부팀장님은 이럴거면 왜 나가셨어요.
그냥 남아있으면서 진급이나 하시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지금 일을 생각해보자면,
뭐...
할말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을'을 연습했던 것 만큼이나,
히죽대면서 멋지게 받아쳤다.

난 월급을 받기보다, 월급을 주고 싶었으니까.

솔직히 우습다.

그 곳에 머무는 아이도,
아니 지금은 그 회사 부팀장도,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내가 그 회사에서 나온 이유는
CEO의 독단적인 경영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때문이었다.
그래서 부팀장 주제에
감히 CEO와 한바탕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그런데 지금,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오히려 지금의 '을' 역할이
그 CEO의 밑보다 더 억울하면 억울했지,
나아진 것은 전혀 없었다.
아니면, 가끔씩 하는 '갑'의 역할에 만족하려고
회사를 나온 것인가. 난?

과연 전 직장에서 때려친 '이유'가
지금 내가 헤쳐나가면서 '겪고 있는 일'과
무엇이 다른걸까.

결론이 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새벽일 것 같다.

사실 일기를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왕 생각이 많아진 김에,
응모도 할 겸 일기를 써본다.

아니면,
오늘 이 일을, 오늘 이 기억을
내일의 나에게 되뇌라고, 가슴깊이 박아 놓으라고
쓰는 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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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창대해지는 복을 기원합니다

넵!! 더욱 창대해지겠습니다 ^-^
복을 기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왕 새롭게 시작하시는 일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서로에 대한 갑과 을이라는 시선이 다를 수 있지만 미래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겠죠. 지금이라는 곳에 머물면 안타까움밖에는 없잖아요.

음!! 좋은 말씀이네요 ㅎㅎㅎ
지금이라는 곳에 머물면 안타까움밖에는 없다. 오호라.. ㅎㅎㅎ
기둥님의 말씀 듣고 더욱 힘내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ㅎㅎㅎ

이렇게 뉴위즈님을 또 알아가네요. 창업의 길이 험난에 보이지만 왠지 뉴위즈님은 잘 이겨내고 우뚝 성공할 것 같은 기가 느껴집니다.^^ 저도 8년 넘게 잘 다니던 직장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독립할때 정말 많이 불안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말.. 이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 ㅎㅎㅎ 저도 나름 좋아하는 말입니다ㅋㅋㅋ
저도 지금 준비하면서 불안감과 설렘 두 감정이 마구마구 공존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키위님께서 성공할 것 같은 기가 느껴지신다고 하니 좀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ㅡ' 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쉽지 않은 길이죠 ㅜㅜ
응원합니다!

역시나 모든 길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ㅎㅎㅎ
그래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

화이팅! 하세요~~ 그저 그래 보이는것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월급을 주기위한 시간이 더 빨리 오리라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ㅎㅎ 맞습니다!! 월급을 주기 위한 시간이 더 빨리 올 겁니다!! ㅎㅎ
꼭 그렇게 해야죠!! ^-^ ㅎㅎ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어나세요.


출처 : 유튜브

일어나아아아!! 일어나아아아아!! ㅋㅋㅋㅋ
음 지금 듣기에 딱 좋은 노래네요!! ㅋㅋㅋㅋ
이렇게 영상하나로 큰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raven님!! ^-^ ㅎㅎㅎ

창업을 준비중이셨군요~
높게 날아오를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저도 창업은 아니지만 계획하는 일이 있어서..
같이 화이팅해요!!!

ㅋㅋㅋㅋ 와방큐트님께서 그려주신 대문의 기운을 받아서
더 높이높이 날아오르겠습니다!! ^-^ ㅋㅋㅋ
와방큐트님도 계획하시는 일 꼭 잘 되시길 기원할게욥!! 저희 둘 다 퐈이팅!! ㅎㅎㅎ

기존 시스템을 비판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는데요 저도요.. 떠든만큼 성과를 회수할수있을지 불안하긴 합니다만 살면서 한 번은 배팅을 해봐야하지 않겠습까ㅎㅎ!!

맞습니다!! ㅎㅎㅎ 살면서 한 번쯤은 인생에 베팅을 해봐야죠!! ^-^ ㅋㅋㅋ
오쟁님도 꼭 준비하시는 일 성과 회수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

저도 40대 직장인이라...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힘 내세요...^^

모든 직장인들의 품에는
언제든지 내밀 수 있는 '사직서'를 품고 있다고 하죠ㅎㅎㅎ
코마이님께서도 힘내시길 바랄게욥!! ^-^ 퐈이팅!!

새로운 일을 하는게 쉽지 않지만 나중에 그래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시면 좋겠네요:)ㅎㅎ

넵!! ㅎㅎ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아, 꼭 그런 날이 오게끔 만들겠습니다!! ^-^ ㅋㅋ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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