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 나름의 인생이 있어
부모님께선 모두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정을 부양하고 경제력 있는 남자로 자라나셨고
어머니는 이모들처럼 삼촌들을 위해 꿈을 희생한채 '엄마'가 되었다.
1년 전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휘청거릴 때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인지 갓 자격증을 딴 엄마는 오히려 더 큰 돈을 벌고 계셨고
심지어 젊었을 때 취직하느라 포기했었던 대학교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 아버지 당신께선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계셨던 것 같다.
믿었던 상사에게 배신을 당하고 벌이도 시원치 않아졌는데
아내는 하루 24시간을 오로지 학업과 커리어에만 투자하니 섭섭하셨으리라.
어느샌가 어머니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셨다.
아버지는 불만이 있으면 술을 먼저 드시고 감정표현을 하는 타입이다.
좋게 표현하면 술주정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술주정인 것 같다.
(솔직히 고쳤으면...... 소주 2.5병을 마시고 의사무능력 상태에
빠지면 자기 입장을 어떻게 제대로 변론할 수 있겠는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것은.)
이런 감정표현의 징조가 발견되면 나는 얼른 어머니한테 알리는 편이다.
일도 학업도 모두 중요하지만 가족간 큰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소통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선.
엄마도 엄마 나름의 인생이 있어.
이젠 엄마도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고 싶어
사실 나와 가족들은 여태껏 엄마에게 학업과 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로서 역할도 강요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모든 자본이
아들(삼촌)들에게 깨끗이 몰빵 되는 상황에서
(삼촌들은 두각을 못 내면서 막내이모를 제외한 이모들이
전교권에서 놀았다는 것은 함정)
어머니도 소외감이나 박탈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제서야 학문을 즐길 여유가 생겼는데
나까지 발목을 잡았던 것은 아닐까?
그 때 이후로 나는 저녁 준비나 설겆이를 대신 한다.
어머니가 맡았던 일을 아들들이 분담해서 맡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아버지가 보기에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군자가 부엌에 들어서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은 아니지만
영 그런 모습을 반가워 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두 분은 크게 싸웠다.
갈등의 모든 원인을 아버지에게 돌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그 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커리어에 몰입하는 여성은 갈등을 겪게 만드는 이런 분위기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싸움 뒤로 어머니는 하루 1시간 이상 정도는 가족들에게
시간을 투자하신다.
('1시간 이상'은 절대 적게 느끼지 않는다.
여태껏 평생을 친정과 우리들을 위해 희생해 왔으니까.)
아버지는 이후 집안일을 같이 도우셨고
경제력이 강력해진 엄마에게 경쟁의식을 느끼거나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같은 배를 탄 수평적인 동료로 느끼고 계신다.
이러한 변화를 겪고 한가지 느낀 것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혼 여성이란 어느 한가지에 몰두하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고민해본다.
이분법적이고 일차원적인 답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을 느낀다.
여태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들은.
어머님의 멋진 삶의 태도를 보는 것 같습니다.
네.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 ^^
집안일을 하는 것이 어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가 보수적이죠.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 것이 멋집니다.
네.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었는데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네요...
꿈을 가진 젊은 여성이 결혼을 위해 뭔가 희생하는거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연민에서 우러나는 안타까움보다 딱 조리있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부당한 것을 보고 있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댓글 감사합니다. ^^
어머니가 가정 안팎에서 하셨을 고군분투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정말 강인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동료로 느끼고 계신다고 하니 당연한 일인데도 워낙 보기 드문 모습이라 멋지네요.
네 맞아요.^^ 얼른 독립해서 효도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실 아버지도 굉장히 파란만장한데 나중에 글로 조금만 풀어볼까 해요... 요샌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라 보기 좋네요. ㅎㅎㅎ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데...,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린 종종 잊고 살아왔죠, 너무 미안하죠. 그런데 이런 생각하는 거 정말 힘든데...
이름 석자도 거의 쓰이지 않고 '엄마'라고만 불렸던 존재...... 그래서 그런지 김사장님이란 새로운 호칭으로 부르면 씨익 웃으셔요. ^^ ㅎㅎㅎ
덕분에 저희집도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네요... 맞아요 기혼여성이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서 너무나 자연스러워요.. 조금씩 바뀌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뿌리의 잔재는 남아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 글 쓰기 조심스러웠는데 공감 감사합니다. ^^ 젊은 세대도 그렇고 기혼 여성들은 참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닐까 생각해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혹시 뿌리부터 잘못된 것은 없었나 살펴보려고 합니다...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