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ha essay 1. 나는 늦게 피는 꽃이 아니라 천천히 피는 꽃입니다

남들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나는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다고 속상해 하며 울었습니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오는 바람에 남들보다 많이 늦어 슬펐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니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나는 느린 게 아니라 천천히 가는 것 뿐이야.'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핍니다.
봄이면 벚꽃 가을엔 코스모스...
가만 생각해보니
어떤 벚나무는 찬바람이 부는 데도 꽃이 피기도 하고요
가장 늦게 피어서 오래오래 사랑받는 나무도 있습니다.

서둘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고 열매도 빠르게 맺습니다.
하지만 서둘러 핀 꽃은 큰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네요.
천천히 나중에 핀 꽃에서 크고 탐스러운 열매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것도 걸음이냐고, 내가 기어가도 너보단 빠르겠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려도 신경 쓰지 않으며 살려고 합니다.
나는 느린 게 아니라 천천히 가는 것뿐이니까요.
남의 얘기를 듣느라 내면의 소리를 놓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요.

저는 너무 빨리빨리에 중독되어 있나 봅니다.
이젠 잊지 않을게요.
빨리 핀다고 큰 열매를 맺는 건 아니라는 것을요.
나는 늦게 피는 꽃이 아니라 천천히 피는 꽃이기에 더 큰 열매를 맺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