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글을 써 온 그대들에게..

in #kr7 years ago (edited)

스티밋 얘기를 자꾸 하게 되네요. 그냥 내 얘기를 해나가야지 하면서도, 블로그들을 한 바퀴 휘돌고 오면 또 우리 스티미언들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여기 스티밋에 몰려드는 지금의 스티미언들 중에는 나름 글 좀 써 봤다, 글 쓰기가 일상이었어.. 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뭐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우리라고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많이 기다렸습니다. 우리글의 가치를 알아줄 독자를, 또한 자본을 말이죠. 투고도 해보고, 기고도 해보고, 홀로 출판도 해 보고, 뭐 어떻게 어디다 이렇게 저렇게들 해 보며, 여지껏 글들을 써 오셨을 겁니다.

글 쓰는 일이란 벌거벗는 일 같아.. 충분치 않은 것.. 출렁이는 뱃살 같은 걸 사람들에게 내보이기도 뭣해서 말이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공을 들였을 겁니다. 그러다 식스팩은 아니어도 똥배는 좀 들어간 것 같고, 어디 가서 삼각은 아니어도 트렁크 수영복쯤은 입어도 되겠다 싶어, 문단이든 블로그든 돌아다니셨을 겁니다.

근대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겁니다. '본사의 출간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 아쉽지만..' 이따위 소리 좀 들으셨을 겁니다. 심지어 뱃살 내놓고 다니는 인간들한테도 기회가 마구 주어지는 것 같은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오른 것들 후욱 훑어보면, 역겨울 것 같은 구토물 같은 것들이 촘촘히 꽂혀 있는 것 같은데.. 우리의 자식들은 빛도 못 보고 하드에서 먼지만 쌓여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졌을 겁니다.

개중에는 예민한 독자들 눈에 띄어 여기저기 링크도 되고 조회수도 올라가고, 덕분에 파워머시기 소리 듣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 뭐 한답니까. 보상이 제로에 수렴하는 데 말이죠. 허명입니다. 그냥 이름만 날라다녔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내 자식들의 결과물들 말이죠.

그러다 그러다 스티밋을 만난 거예요. 이거 이거 돈을 준다네.. 읽어도 주고, 댓글도 달아주고, 게다가 돈도 준다네. 흐어억.. 혹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언제나 착취당하던 우리들 아닙니까? 조심스레 포스팅을 날려 봅니다. 보팅이란 게 있네요. 7일이 지나면 가상이어도 화폐가 내 지갑에 딱하니 꽂힙니다. 야.. 이거.. 욕심이 납니다. 드디어 내 세상이 오는가 싶습니다.

그러다 그러다 고래가 후욱 곁을 지나갑니다. 은혜를 입어 보팅액이 초시계처럼 올라갈 때는, 뭔가 막 뭔가 세상이 막 변한 것 같습니다. 아 이런 게 세상이구나.. 이래서 살 만하구나.. 이러다 부자 되는 거 아니야.. 계산기를 막 두들겨 봅니다. 평균을 내보고 예상 수입을 따져 봅니다. 그런데 어째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합니다. 스티밋 시스템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야.. 뭐야 이거 자본주의자나..

누가 아니랩니까.. 그냥 쫌 뭔가 기능이 더 있는 암호화폐의 일종일 뿐입니다. 스티밋.. 우리 모두 기대가 넘 컸습니다. 그런다고 하던 블로그로 돌아가면 땡전 한 푼 생기는 것도 아니면서.. 기대가 실망이 되니 화도 좀 나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막 뭐..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냐. 막 불평과 불만.. 그리고 뭐 어떤 대안을 막 얘기하는 겁니다. 한국말로 말이죠.. 한국말로 막 외쳐보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 고래들이 듣고 마음을 바꿔 먹고 뭘 어떻게 바꿔 줄까요? 그걸 그렇게 하면 적폐가 막 청산이 되는 겁니까?

우리들.. 너무들 지쳤습니다. 보상 없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오랩니다. 저도 나름 글 좀 썼다 생각했는데 어떤 스티미언 님, 나름 파워블로거라 불리며 쓴 글이 만개가 넘는다는 소리에 입 닥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 쓰며 거쳐온 그 시간이,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만개의 화살이 되어 제 가슴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 기대와 절망, 위안과 실망, 반응과 무관심의 간극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을, 그대들의 순간순간들이 뿌리치기 힘든 아우성처럼 쏟아져 들려왔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이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아니면 사라지고 말거라는 암호화폐의 95%와 함께 없었던 일이 될지.. 그래도 그때에도 바라는 것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수만 시간을 공들여 해왔던 이 노릇이..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포기가 안돼서 붙들고 있던 이 노릇이.. 비록 쓸모없는 노릇이 된다 하여도.. 수백, 수천, 수만의 자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아직은 끝이 아니니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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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종일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여기 쓰여 있네요. 제 복잡하게 엉킨 생각이 이렇게 풀어져 쓰일 수 있다니....신기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셨군요. 텔레파시?^^ 풀어지셨다니 기쁩니다..

그렇죠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ㅎ

감사합니다 ^^

스팀잇에서 가능성을 봤고 그를 믿어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스팀잇의 생태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그렇지 않더라하더라도 스팀잇이 개척한 이 신박한 방향에 대해 더 희망적인 플랫폼이 등장하겠죠. 분명 이전의 블로그보다는 발전한 것이니까요. 글에서 강조하여 말씀하신 거 처럼

그래도 그때에도 바라는 것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가야 하리라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마지막 카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타로 10번 카드에요. 의미는 각자 느끼시는 대로..

맞아요! 우리 멀린의 콧수염 마법사님!ㅋㅋ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우리가 떠날 때까지 떠난 게 아닙니다! 코인도 팔 때까지는 손해 본 게 아닙니다! 재밌게 글쓰고 소통하며 지내요 우리 :) 아 제가 글 많이 써 본 작가라서 우리라고 한 것은 아니구 ㅎㅎ 그냥 공감 돼서^^

앤님도 우리죠 ^^

글쟁이들의 대변자십니다 오늘...!!!

지혜를 늘리는 지식외에는
모르는 게 약이다 아는 게 병(힘×)이다
이리 생각하며 사는 게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비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깊은 나라에서 몸부림이
무슨 소용있겠나요

님의 말씀처럼
포기하지 않고서 이렇게 살다보면
미약하게나마 먼 후일에는 변화된 세상이
후배들에게 주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와 더 어울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산주의가 아닌 진짜 원 개념의 사회주의요 물론 알지요 이뤄질 수 없는 게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일 겁니다

어쨌든
스팀잇.....녹록지 않은 곳입니다

바라시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뭐라고 부르든 말이죠

저는 이제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스팀생태계가 불합리 하다면 증인을 통해서 바꿔나가야죠. 이를테면 보팅봇 운영하는 증인들을 우리힘으로 바꿀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거죠.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계속 플랑크톤에 머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다못해 크릴새우정도는 되어야 뭉쳤을때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질날도 오지 않을까요?

시험대에 오른 건 우리모두겠죠. 그동안 제도와 기득권 불평으로 자포자기였다면 더욱..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응원이 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서 뜨끔했지만, 앞으로 의식하면서 열심히 써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응원할게요^^

SP 임대해드렸습니다. 적은 SP지만 대역폭 문제는 신경 안쓰셔도 될듯합니다.

아이고.. 방금 SP임대 받으신 분 축하드린다고 쓰고 왔는데.. 선물이 ㅎㅎ .. 제 나름의 생각이 있어 SP전환을 안하고 있었는데 .. 기왕 주신 거 감사히 잘 활용하겠습니다. 꾸벅~

멀린님 써 주신 글들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너무 재밌습니다ㅎㅎ 요즘 스팀잇이 좀 시끄럽지만 꾸준히 좋은글 쓰시는 분들은 분명 그 가치를 얻을꺼라 생각합니다

항상이라고 말씀하시니 부끄럽네요. 즐겨주심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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