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바, 너 뭐야?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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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목격자>를 보았다.

살인장면을 목격한 주인공이 두려움을 이기고 결국은 살인자를 신고하고 살인자를 물리친다는 어쩌면 아주 뻔한(?)내용이다.

뻔한 내용에 비해 내내 쫄깃한 긴장감을 놓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만하고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주인공의 내면 변화이다.

수수방관하던 소극적이던 주인공이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옳은 선택을 한다. 그것이 자신을 막다른 곳에 몰지라도.

어쩌면 옳은 선택을 내릴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목격자인 주인공과 살인자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데 그때 주인공은 살인자의 목을 조르며 이러한 대사를 한다.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씨바, 너 뭐야? 악마야?”

욕과 함께 나온 이 말을 할 때 자신을 찾아온 운명을 회피하기만 하던 주인공은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운명에 맞섰다. ‘씨바!’이라는 욕을 하며 말이다.

운명을 제대로 직면하려면 욕을 해야 한다는(?)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당연히 (나말고) 아무도 없을테지만 여기서 욕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욕이 터져나왔을 때 드디어 주인공은 자신을 짓눌렀던 두려움을 튕겨냈다. 아니, 두렵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절규이자 비겁했던 자신을 탈피하기 위한 자기해방의 욕이다.

우리는 제정신으로는 자신을 이기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유전자 보존 본능으로 안전을 추구한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일을 만들려 죽도록 노력한다. 본인이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철학자 강신주가 이런 말을 했다.

“번지점프대에 한번 서봐야 해요. 씨바, 나 왜 이렇게 비겁하지? 비겁하고 비겁하다 보면 결국 이런 자기 자신이 너무 싫어서 뛰게 돼요.”

이 번지점프대는 진짜 번지점프대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부르는 그 마음의 소리,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옳은 선택을 두려움 때문에 회피해왔던 비겁한 내 자신을 한번쯤은 이겨내고 뛰어버려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 과정은,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는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절로 욕이 나온다.

하지만 그 길이 옳은 선택이기에.

내가 그 길을 선택함으로써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든 그것이 옳기에,내면의 갈등을 이겨낼 힘이 나오는 것이다.

인생을 수수방관해왔던 우리,
언젠가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겁하고 비겁한 자신을 보고 또 보고 자신이 너무나 싫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내가 용기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야 인간은 변화를 한다.

그러니 나를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냉정하고 험한 세상이 어쩌면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세상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정도의 자극이 아니고서야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막다른 골목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 내면에서 이것이 내 인생을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 계속 외치지만 두려움에 계속 회피해왔던 그것을 이제는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내면의 부름을 외면하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내 인생에서 나는 늘 수수방관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코 원치 않았던, 나를 찾아온 평범치 않았던(어쩌면 아주 평범했을)상황을 겪으며 나는 나도 그리 약하지만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 과정에서 조금은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욕이 저절로(?)나왔다.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인거 같다.

You Only Live Once.

한번밖에 살 수 없다는 너무 당연해서 희안한 그 사실.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는 그 안타까운 사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우리는 살아오면서 어떠한 경험을 했고 그것이 행복한 경험이든 불행의 경험이든 우리는 이미 그 세월을 겪었다.

객관적으로 행복했던 과거든 불행했던 과거든 우리는 이미 그 세월을 겪었다. 다시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경험을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나의 자산이 되도록 만드는 일 뿐이다.

그것이 상처였다면, 우리는 상처 받은 사람들의 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방법은 없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경험 내에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상처였다면, 우리는 최소한 우리가 받은 똑같은 상처를 타인에게 전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다. 겪어봤으니 얼마나 아픈지 잘 알지 않은가.

우리가 겪은 모든 것을 아픔으로만 간직하면 우리의 지나간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 더이상 내 인생의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다면 그 경험을 내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어찌됐건 그 세월을 겪었고 돌이킬 수 없다면 그것을 상처가 아닌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의 숨기고 싶은, 나를 막다른 곳에 몰았던 그 과거조차도 어쩌면 우리를 위한 것이다.

뻔한 자기계발서식 결론은 짜증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으로 더 낫게 살아야 한다. 더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없겠지만 태어난 이상 ‘내가 이래서 태어났구나’라는 사명감이 자신을 진실로 숨쉬게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소명이 무엇인지는,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는 아마 우리 가슴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회피하는 삶이 아닌 직면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 뒤에 어떤 결과가 찾아오든, 그것이 결국은 옳은 선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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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맞딱뜨리기 싫어서, 회피하는 것이 당장에 편해서 돌고 돌다가 결국에 나중엔 씨-바와 함께 맞딱뜨리곤 하죠...!
그래도 또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지나가지더라고요!
어디서 들었던 "딸아, 아들아 너는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피하고 싶었는데 피할수록 결국엔 씨-바와 함께 맞딱뜨릴 수 밖엔 없는거 같아요..아..인생이란.. 씨-바 ㅜㅡㅜ

두려움 속에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인가 보군요. 살면서 그런 상황에 수도 없이 직면하게 되는것 같아요. 우리는 한 번만 살아거 지금 이 순간이 한번 뿐이고 그 한번이 완젹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불완전하고 심지어 두렵고 불행하기까지 하다면 그걸 이겨내는 것이 개인에게만 달려 있다면 정말 힘겨울거 같아요. 그 가운데서 터져나온 쌍욕::: 결국에는 자유로와지는 그 순간의 느낌은 어떤 것일지 알 것 같기도 해요.....
상대의 선한 의도를 알아주기 위한 욕구가 다 있다고 해요. 표현되는 말만 듣고 화를 내구요 우리들은. 그 속애서 힘들어 하고 두려워 하고... 살인범을 마주하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 그보다 더 한 두려움 안에서 살고 있는 경우도 많구요... 그단적인 두려움이 아니라도 약간의 스트레스와 조금의 서운함... 속에서도 씨바~! 를 치환하늠 무언가가 필요할 듯보입니다. 남은 주일 잘 보내세요 메가님

대사 속의 욕이 왠지 불편하기보다는 시원하게 들리네요. 사이다 한 컵!
살다 보면 욕 나오는 상황이 많이 생기죠. 가끔은 뱉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욜로라는 말의 시작은 좋아하지만 그 말이 유행하며 만들어낸 왜곡된 가치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어요. 한탕주의나, 성실과 절약 등의 미덕에 대한 평가 절하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런데 you only live once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과거를 통해 배우고, 현재를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4일이 지난 포스팅을 보면서 언제 메가님 글이 올라왔었지...? 하는 늦은감이 있었는데 댓글들을 읽어 보니 늦어서 더 재미나네요.
다 성격의 다름에서 오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비교적 감정에 솔직한 편이고 사고를 행동에 옮기고 책임을 지는 성격이라
많이 참고 망설이는 경우가 적었던 듯.
그래서 오히려 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에 매력을 느끼곤 한답니다.^^

"그게 무엇이든 회피하는 삶이 아닌 직면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 뒤에 어떤 결과가 찾아오든, 그것이 결국은 옳은 선택이기에."

늘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직면하고 사는 편이 속으로 썪는 것 보단 암예방에 좋지 않을까요...^^

YOLO 유행 지나지 않았나요... 다행히 영화는 최신영화네요.
<운명을 제대로 직면하려면 욕을 해야 한다는(?)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당연히 (나말고) 아무도 없을테지만> 그런 뜻으로 받아드렸는데.. 뜨끔~~ ^^

<우리는 제정신으로는 자신을 이기기 힘들다.> 라는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안전하고 안일한 방법으로 과연 무엇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싶네요. 정신줄 놓고 홍콩가서 메론빙수 큰컵해야하는데...

스동무 어쩐지 오랜만에 뵙는군요 ㅋㅋㅋ

언젠가 스(프링)동무가 스동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시던데... 알고보니 서로 아련했나요..
괜찮은거니.. 어떻게 지내는거야..

<YOLO 유행 지나지 않았나요>

아... 사실 쓰면서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애매했는데.. 유행의 선두주자 스프링님이 지났다면 지난거겠죠...

<다행히 영화는 최신영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도 사탄의 인형 이런거 예로 들었으면 아주..

가끔 변하지않는 자신을 보며 욕을 해서라도 박차고 일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한번의 박참(?)이 필요할텐데.. 참 변화란 쉽지 않네요..

피하고 또 피하다가 결국에 이런 내 자신이 너무나 싫어서 씨...!! 하면서 박차고 일어나게 되는가 봅니다..

원망스러웠던 세상의 냉정함도 어쩌면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변화하게 만들어주는, 변화해야만 하는 선물일까요.. (근데 저는 주인공처럼 목격하지 않고서야 변화하지 않는것인지.. 씨...ㅜㅡㅜ 지금 씨..까진 나왔는데 언제쯤 박차고 끝까지 다 나오련지..)

정신줄 놓고 한다는게 겨우 큰컵..

<미쳐야 미친다>란 말이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무언가 자꾸만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미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맘속으로 꾸는 그 꿈에 미치기는 참 힘든가봐요...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아주 큰데.... 두려운 것인지.. 게으른 것인지... 원한다고 말은 하면서 사실은 그렇게 원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인것인지...

전 메가팬클럽 십주년 되기 전엔 아무도 안 만날건데... 스프링님이 미쳐서 홍콩 와서 댓글 남기면...

미친 척 하고 일년 후에 확인한 척 할게요....

뒤늦게 욜로에 합류하시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

뒤늦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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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배우는 속도에도 개인차가 있다고.. 배우는 개 느리다고 혼내선 안된다고 하더군요.

같은 '정모'세대로써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륵) 우리의 시간은 남들보다 조금 빠르지만,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는 조금 느리단 것을요..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왠지 안쓰럽네요......

어렸을때 그래서 욕을 많이 했나 봅니다.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일을 만들려 죽도록 노력한다

갑자기 머리가 띵~ 하네요.

나 자신이 한없이 싫어지고 작아지고 어이없이질 때.. 저 자신에게 속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C..미친ㄴㅕㄴ..’
스스로에게 화가나서이기도 하고..
정신차리란 의미에서이기도하고..
정말 그렇게 느껴서 말하는 것도 있고..

이 영화 입소문이 대단하더군요.^^
싸이코패스 살인자를 직면하는 것과 내 삶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는 것은 어느 것이 더 쉬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아무래도 살인자가 더 무섭다는..ㅎ

내 삶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는 것이 백번 나을거 같습니다..ㅎㅎㅎ

그런 면에서 우린 지금 백번 나은 행복한(?)직면을 하며 살고 있네요 ㅎㅎㅎ

제목조차 처음이예요
요즘 많이 회자되는 영화군요
적어주신 내용을 보니 용기를 갖고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이예요 무서울 것 같아요ㅠ
현실에서는 가능할지도 궁금하고요
일단 저부터 못 할 것 같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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