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위대함

in #kr8 years ago

시부모님과 아침을 먹는데
시어머니의 말씀을 시아버지가 들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 경청하는 진지한 눈빛,
이야기를 듣는 엷은 미소.

몇 십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직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다는게
참 대단해 보였다.
더 대단한 것은 상대방(시어머니)은 그런 똑같은 경청과 존중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자신의 배우자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참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신랑과 태국에 여행가서 불친절한 민박집(혹은 나름 호텔)사장의 태도로 묵을 곳 없이
그곳을 떠나 하루를 어디서 묵어야 되나 고민하는 신랑의 말을 어떠한 외국인이
아주 경청해서 들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신랑의 말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의 단 하나뿐인
말을 듣는 것처럼 그리도
깊은 눈으로 진지하게 들어주었는데
난 몇 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그 외국인의 경청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신을 내세우려 하지도, 나와 상관없으니 그냥 대충 들어주면 되지 하는 눈빛도 아닌
정말로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아니 마음을 들어주는 그 눈빛.
이상하게도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더라.

아까 출근길에 어떤 외국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외국인과 나의 차이점은
나는 잠깐 눈을 마주치고
눈을 먼저 피한다는 점이고,
그 외국인은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진지한 눈으로 쳐다본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동양의 문화는 계속 이유없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고 (어따 눈을 똑바로 치켜떠 뭘 봐 이런 식)
서양의 문화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그 사람을
바라보지 않으면 신뢰감을 줄 수 없는 사람,
오히려 이런 행동을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랑과 낮은 산을 등산할 때 조깅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우리 동양인 둘에게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하이!" 했는데 첨엔 당황스러웠는데
그 인사가 그 하루를 왠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인생이,
기쁨이,
행복이라는 것이,
존중이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나 사소해서
우리가 지나칠 뻔했던,
바로 그런 것에 인생의 열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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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상대방의 눈을 더 자주 마주한 것 같네요ㅎㅎ 시아버지라는 분이 궁금하네요, 처음부터 그러셨던 건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으셨던 건지.. 남편은 분명 시아버지를 닮으셨을 것 같네요^^(혹은 닮아갈 겁니다ㅎ)

시아버지는 원래가 그런 성향을 가지셨다고 여겨져요.. 시어머니가 기가 세신 분이라 거기에 맞추다보니 더욱 그렇게 변하셨을 가능성도 있지만 원래 안 그러신 분이 그렇게 남을 배려하도록 바뀌기란 힘들 듯 해요.. 남편은 안타깝게도 자기 엄마 성향을 빼닮았었는데 님 말씀처럼 점점 자기 아빠 모습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 말을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님 말씀처럼 자기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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