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다

in #kr4 years ago

나는 어릴 때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보통 한국 사람들보다 많이 까만 피부에 눈도 찢어졌다. (지금은 쌍커풀 수술 후 덜 찢어졌다^^)

내 입으로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내 애기들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___^)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사람은 내면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성인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시절,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무시하는 눈빛 같아서 알바 같은 것도 구해볼 생각을 못했다. 누가 이런 나를 뽑아주겠나 싶었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외모로 사람들 칭찬을 받자,

나는 마음이 상당히 뿌듯해졌다...

이런게 말로만 듣던 대리만족이구나......(오 찬란해...)

아이들을 후줄근하게 입혔는데도 칭찬 받은 날은 더더욱 속으로 우쭐하다.

친정 엄마한테 말한다.
"우리 애들은 예쁜거 입히면 안돼. 안 그래도 튀는 얼굴이라서....." (풉)

나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심지어 곧 칠순인 친정엄마 옷을 빌려 입고 다닌다. 신발 밑창은 떨어져 본드로 붙였다. 지금 애 운동화 찍찍이도 떨어져서 덜렁대고 있다.

나도 십년에 한번 정도 백화점에서 몇십만원짜리 비싼 옷을 사고 뾰족구두를 신을 때가 있다.

당연히 사람들이 예쁘졌다 칭찬해준다.

으쓱하다. 내가 원래 이런 '예쁜' 얼굴인데 숨겨왔던 것 뿐이야.

그러나 머지 않아 다시 원래 후줄근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당연히 게으름이 그 원인이겠지만 더 큰 원인이 내 무의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사랑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나는 편한 것이다.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갈구하면서도 막상 연결되면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 연결이 사랑일지라도.

차라리 누군가 나를 미워해서 나에게 관심을 안 주는 것을 내 무의식은 더 원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외롭지만 외롭기를 자처한다.

사랑하며 살고 싶다 겉으로 말하지만 사랑하며 사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아이들을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것이 뛸듯이 기쁘고 우쭐해서 미칠 지경이지만 절대 예쁜 옷을 입히지 않는다.

내 아이들이 사람들 관심을 너무 많이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부담스럽다면서 사람들 없는 곳을 찾아와서 몰래 글을 쓰고, 또 누가 좋아요를 눌러줬는지 자꾸 확인해본다.

이런 이상한 나와 결혼해준 그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고마우면서도 그 사람과 평생 살 생각을 하면 참 부담스럽다.

이러한 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난 오늘도 사람 없는 곳에 와서 이런 이상한 나를 고백한다.

그리고 조금 후면 이상한 나를 받아준 사람이 있는지 좋아요를 확인하겠지.

정말 싫다 이런 내 자신이...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그래도 아예 사람 없인 못 살 것 같다...
이 모순 덩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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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웃었습니다. 참 메가님도 자식 자랑에는 은근 뿌듯해 하는,, 부모들 순간 으쓱하죠? ㅎㅎ 근데 외롭지만 외롭기를 자처한다 는 말은 저도 심철렁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바보같을 때가 있거든요.

네 ㅎㅎ 엄청 뿌듯해요 이게 바로 대리만족이라는거구나... ㅎㅎㅎㅎ

외롭지만 결국 외로운게 가장 편하다고 생각해요~~~ㅜㅜ

다른 방식을 조금씩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은 해요~~~ 그렇지만 익숙해진 삶의 방식이 바람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래도 가장 편하다고 생각이 드니...

그래도~~ 새로운 삶의 방식을 어느날 갑자기 짠 하고 도입하지는 못해도 내 자신도 속일 정도로 아주 조금씩 새로운 것을 조금씩 들여놓으면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조금씩 시도해봐야죠~~~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더라도요~~~^^

이상한 사람 아니라면서요... 이런 모순덩어리!!!

오늘 스팀잇 처음 들어왔는데 3분전에 남긴 당신 댓글.....

부담스럽죠....

사랑스러워요...(당신은 남편을 닮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Actualmente sufro de acne, asi que se lo que se siente. Pero mantengo mi frente en alto

원래 인생이 다 모순덩어리 아니겠습니까... 외롭지만 외롭기를 자처한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저도 좀 외로와 하는 면이 많은 듯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서도요...

외롭지만 외롭기를 자처한다.

이거 너무 마음 푹 깊이 찌르는 말이에요. 그 느낌 너무 알 것 같아요. 메가님 글 자주 써주세요 :D !

여기 있습니다 펜. ㅋ
좋아요 확인하세요~

최작가님의 좋아요 너무 좋아요!!!

ㅋㅋ 저도 새까맣고 못생겼고 사람들 눈에 띄는게 싫은데... 신기하게도 저를 누군가 알아봐요 ㅜㅜ

아 ㅋㅋㅋㅋㅋㅋ

알고보면 매력적인가봐요!! 알아보는거 보면요 ㅎㅎㅎㅎㅎㅎ

깊은 공감, 동감을 느껴도 될까요? ㅎㅎ

from 이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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