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할 권리

in #kr7 years ago (edited)

IMG_2093.JPG

신랑과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신랑 친구들 부부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아졌는데

온통 중국인이고 나 혼자 한국인인 상황이 어색한데다
딱히 친화력도 없는 나는 와이프들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 하고 "한국 여자들은 원래 다 이렇게 얌전한가봐..."
라는 얘기나 들으며 즐기지도 또 안 나가지도 못 한채
그저 맴맴 겉돌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나갔으면 어떤 식으로라도 즐기던지,
아니면 즐기지 못 할거면 단호하게 나가질 않던지
둘 중의 하나를 택했을 것이다)

모임을 참석하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중국 문화는
다 같이 식사를 마친 후 남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바로 식사를 마친 그 자리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꺼내 물고)그 많은 남자들이 한꺼번에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음.....컬쳐 쇼크

대학 때도 남자 동기들 중(종종 여자 동기도) 담배 피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은 개인의 기호이기에 아무런 불만 따위는 없었고 그 동기들은 모두 담배 피는 사람들끼리 밖에 나와 피우고 들어오는 것이 그저 상식(!!)이었다.

와이프들은 아무도 피우질 않는데 그 많은 남자들이 앞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 이 많은 여자들(그것도 본인들이 사랑하는 보호해야 할 여자들을)에게 간접 흡연을 선사하다니........

나는 너무나 황당했고 (그 많은 사람 중 아무도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되겠느냐 묻는 사람이 없었다)
주위 와이프들의 표정을 살펴 보았으나 와이프들은 이런 것에 너무나 익숙한 듯이 인상을 쓴다거나 의의를 제기하는 여자들은 없었다..

나의 굳은 표정을 눈치 챈 남의 편은 담배를 피긴 피되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려(나름 배려인듯)내 쪽으로 덜 오게(?) 나의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피웠고 나는 속으로 '그래봤자 니 친구가 내 앞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단다...'라고 생각하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 했다.

그냥 "제가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요"라고 쿨하게 말하고 자리를 뜰까 생각했다가도 그러면 그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가 뻘쭘해질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난 이 모임에서 겉도는 사람인데 그랬다가는 다음부터 진짜 이 사람들하고 사이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채 그냥 그 자리에서 굳은 채로 가마니가 되어 있었다..

흡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술을 좋아하고 누구는 담배를 좋아하고 누구는 간식을 좋아하듯이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의 기호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 에서이다.

나의 행복을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행복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간접 흡연은 직접적으로 다른 이에게 크나큰 건강상의 피해를 주는 것이기에 그만큼 그것은 강력하게 자제되어야 한다.

나는 담배가 어떤 맛일까, 왜 저렇게 피워대는 것일까 꽤 궁금했었는데 남편이 "너도 한번 피워 볼래?"라며 고맙게도(?) 권유해주는 바람에 (남편은 나와 아직 사귀기 전 나와 그냥 만나던 때도 나에게 담배를 건네준 적이 있다..)
태국의 어느 바닷가에서 술에 고주망탱이가 된 채 뻐끔뻐끔 신랑이랑 꿈에 그리던(?) 맞담배를 피웠던 적이 있다.(^^v)

처음 맛 본 담배는 연기를 목까지 들여 마시면 나의 소중한 목이 너무나 괴로웠기에 입으로만 들여 마시고 후~ 뱉어내고 또 입으로 들여마시고 후~ 뱉어냈는데,
연기가 내 입에서 나올 때 왠지 나는 고뇌에 가득찬 생각하는 로뎅이 된 듯이 무언가 내 자신이 분위기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남자들이 처음에 담배를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때 나도 담배의 치명적 매력(?)을 느꼈기에
흡연자들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면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한참 전에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여기서 나이 나온다..) 운전시 신호등이 바뀌었을 때 정지선을 넘지 않는 사람에게 상품으로 냉장고를 주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선을 지키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어떤 한 장애인 운전자 분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혼자서도 그 정지선을 지키며 운전을 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당시 일본과 같은 나라는 정지선을 대부분 지켰고 그것을 우리는 신기해 했다. 암튼 그랬던 우리도 시간이 지나 지금은 정차선을 대부분 지키며 운전을 하고 있고 그것은 하나의 우리의 상식이 되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 당시 식당에서는 남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남자들이 식당에서 흡연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으며 그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식당에 '흡연 금지' 이런 것도 붙여놓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시곤 했다)

내가 그때 부부 모임에서 중국의 담배 문화에 황당해 했던 것도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으니 지금은 중국 문화도 많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게 당연시 되는 문화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고 있을지도, 또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할 권리가 없으며,
우리의 행복을 누군가 침해한다면 그것에 저항해야만 한다.

그런 과정에서 공공연히 묵인되고 있는 나쁜 문화는 바뀔 것이고 우리는 다른 이와 함께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Sort:  

@megaspore님 중국영화를 보면 꼭 남자들이 식탁에 앉아 다같이 담배를 피던데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군요ㅜㅜ 지금은 많이 바뀌어있었으면 좋겠네요!

ramengirl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네 맞아요~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거랍니다 ㅜㅜ
지금 바뀌어가는 중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길빵도 너무너무 싫어해요 ㅠ
저의 의지가 아닌데도 담배냄새를 맡아야 하니까요...
자유는 존중 받아야하지만, 메가스포어님 말씀처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일 때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leesongyi님 안녕하세요!

저도 길빵을 무지 싫어해요..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이 피해 봐야 하는지 ㅜㅜ 가끔 너무 열받을 땐 차라리 내가 피워버리고 싶다 그 생각 해요 ㅡ_ㅡ 모든 사람의 자유는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단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제한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ㅎㅎ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정말 문화적 차이는 맞긴 한 듯 합니다.
일본이나 필리핀의 경우도 담배에 굉장히 호의적이지요.. 최근에는
무서운 대통령이 공공장소 금연을 선포해서 좀 거리가 나아졌지만
정말 전에는 장난 아님 수준이었습니다. 당연히 저항하는 권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남을 위한 배려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김성민님~
나라 전체가 담배에 호의적이면 담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ㅜㅜ 차라리 내가 담배를 피워버리면 억울하지라도 않을텐데 ㅎㅎ 자유도 좋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러니까요 오래전 일본에서 총각시절이었지만 디즈니랜드를 갔느데 흠연구연에 유모차를 끌고 와서 흡연을 하는 많은 새댁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간접흡연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듯 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네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결국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도 돌아간다는 걸 알아야 할텐테 말이죠..

중국도 애기를 한손으로 안고 한손으로 담배 피는 사람들을 한 십년전쯤에 많이 보고 깜짝 놀랬어요 ㅜㅜ 지금은 많이 바뀌었길 바랍니다~~ 간접흡연이라는 개념을 알면 그렇게 못 하겠지요~~ㅜㅜ

네 요즘 저도 금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megaspore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 동기부여가 되는 듯 하네요.. 노력해서 금연을
꼭 성공해야 겠네요.. 제가 항상 실패했었거든요 ㅋㅋㅋㅋ

네~~ 흡연과 금연 모두 자신의 의지이지만 자신이 금연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흡연에 끌려다니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

남편도 하루에 한개피로 줄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받거나 피곤하면 자꾸 담배 피러 나가는 것 같길래 내가 스트레스 받으면 초콜렛 찾는거랑 비슷한가보다 했어요..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 초콜렛이 도움이 되고 참기가 힘들거든요 ㅎㅎ 그런데 요즘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단걸 많이 안 먹으니 그래도 체중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흡연에 대한 욕망, Danger(단거)에 대한 욕망을,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것으로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운동이라던지 다른 취미 생활이라던지~~ 스트레스가 유지되면 절대(?) 끊기 힘들 것 같아요~~~ 이기기가 쉽지 않기에 ㅜㅜ

아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2일째 된 것 같네요.. 최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을 해 야 할 듯 싶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구나 생각하니 꼭 해야되는 일이 되어 버렸네요..
정말 힘들텐데 ㅋㅋㅋ 벌써 걱정은 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참 웃을 일이 아니네요.
20년전만해도 우리나라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으니 우리가 많이 바뀐 건가요.

cheonillhwan님~
맞아요 우리나라도 20년전에는 그랬으나 개선됐듯이 중국도 곧 개선되길 바랍니다~~~^^

6년동안 중국에서 유학을 했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을 말씀드리자면 중국에 길거리에 보면 '술,담ㅂㅐ'라고 쓰여있는 상점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에 담배와 술은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술과 담배가 없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연하게 만나면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십니다. (요즘 세대는 잘 모르겠네요)

남자들 사이에서 담배와 술은 아주 중요한(?) 문화중 하나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주변 와이프들도 아무말없이 당연한듯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비흡연자가 있는 곳에서 상대방에 배려없이 계속해서 담배연기를 뿜는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megaspore64 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저도 비흡연자라 엄청 많이 당했었거든요 ㅠㅠ
팔로우하고 갑니다!

ronepv님~
중국 어디에서 유학 하셨나요? 저는 항주에서 유학을 했답니다~ 비흡연자로서는 참 힘든 문화 같아요~ 아마 점점 개선되리라 싶습니다~~

한 4년전인가? 중국에 갔었는데 호텔 엘리베이터에 담배를 물고 타시더라구요..쑈킹했었는데 ..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한국도 저 어렸을때만해도 고속버스 뒷좌석에 잿떨이가 있던 시절도 있었어요.
문화의 차이도 아니고 그냥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rollick님~
고속버스 재떨이 ㅜㅜ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저도 한 몇년간 중국본토에 안 살아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호텔 엘리베이터까지 ㅜㅜ

아예 나쁘다는 인식 자체를 못 하는게 문제인듯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개선되었듯이 중국도 점차 개선되겠지요...

오랜만에 메가스포레님의 글을 읽게 되었군요.
다 읽고나서 알았는데 왜일까요 다 읽고나서 아이디를 보며 '응 역시 메가님의 글이야'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희미하지만 익숙한 향수의 느낌처럼
역시 글도 향기의 내음이 있는가봅니다.

자주 들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소철님!!!!!

너무나 오랜만입니다~~~!!!^^

저도 소철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 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저를 신규작가로 선정해주신 후 소철님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찾아주셨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도 향기의 내음이 있다는 말씀이 너무 좋네요^^

오랜만에 찾아와주셔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흡연은 개인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안줄수가 절대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입장인데요...

저도 중국이나 홍콩을 방문 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게 일본이라는 나라인데요...
일본은 흡연에 대해서 엄청 관대한 나라입니다.

이유는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남성, 여성 상관없이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금연 장소가 아니니 피우는 것이겠죠?)

군수산업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건지...
담배회사의 이익을 위해 금지를 안 시키는건지...

세상은 언제나 요지경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할 것 같아요 ㅜㅜ

맞습니다! 담배라는 것은 연기로 피해가 가니... 타인에게서 자유로울수가 없죠.. 태생이... 그나마 요즘 유행인 전자 담배류로라도 전환이 빠르게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론... (냄새라도 덜 하더라구요.)

얼마전에 식당 테라스자리에서 밥을먹는데 옆자리 중국인들이 바로 그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려다 주의 받는것을 보앗습니다...
원래 그런 문화엿군요...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옛날엔 그랫던거 같습니다 ㅎㅎ 중국도 얼른 개선되어지면 좋겟군요!

ico-altcoin님~
우리나라도 옛날에 그랬지만 지금 개선됐듯이 중국도 빨리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ico-altcoin님~
우리도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 신경 안 쓰고 식당에서 밥 먹은 후 흡연하는..
지금은 바뀐 이 문화가 자연스럽지만요~ 중국도 점점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누구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행복이 침해 받는 것은 옳지 못 하니까요~~^^ 우리 모두가 같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크게 공감가는 바가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헌데 저의 경우 중국에 머물면서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한 것 같네요. 분명 중국은 우리보다 흡연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심지에 엘레베이터 앞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 중국에 있으면 담배연기 때문에 크게 곤혹스러웠던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되려 한국에 들어오면 몇 배는 더 힘들었지요. 이상하게 한국 사람들은 버스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타기전에 무엇에 쫓기듯 담배를 뻑뻑피다 급히 올라탑니다. 마찬가지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뽑아 들죠. 하지만 적어도 여유작작(?)한 중국인들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식에 상반되는 경험담이지만 담배연기에 꽤 민감한 저의 짧지 않은 얘기니 참고로 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최근 얘기에요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7271.13
ETH 3515.41
USDT 1.00
SBD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