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은 왜 다 어둡지

in #krlast year

오은영 박사의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 성인 ADHD엄마와 분노발작 아이편을 보았는데, 솔직히 엄마는 별로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ADHD같지 않았고 아이는 분노발작 정도는 아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내는 정도는 나보다 오히려 덜한 것 같았고(지극히 정상 범위)아이의 분노는 발작 정도는 아니고 우리딸아이도 예전엔 그랬었다..

지금 초1이 된 딸아이도 이년전쯤만 해도 뭔가 화가 나면 드러누워서 너무 심하게 분이 풀릴 때까지 괴성을 지르면서 분노의 끝까지 거의 미친 것처럼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긴 했다. 그때 나도 나름 오은영 박사의 조언대로 우선은 아이가 화가 다 풀릴 때까지 지켜보고 그 뒤에 얘기를 하라그래서 아이가 분노의 끝까지 푸는 것을 우선은 지켜보았다.

근데 지켜보는게 보통 쉽지 않고 너 왜 그러냐면서 아이의 분노를 돋우기가 쉬운데 그때 아이가 화 풀릴 때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바로 내가 바로 그 직전에 아이의 지금 이 상태(분노발작?)보다 더 심한 상태를 책으로 간접 경험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화가 나서 난리 치기 전에 응급의학의 남궁인 의사의 응급실 이야기를 책으로, 또 강의로 들었다. 응급실 이야기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끔찍했고 안타까웠다. 난 그러한 훨씬 더 심한 현실을 (아이가 분노발작하는 것보다) 강의와 책으로 간접 경험했기에 아이가 분노 발작을 한 것을 봤을 때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이 정도야 뭐... 딸아 그래도 건강하게 내 옆에서 화내줘서(?)고맙다‘ 이런 마음가짐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한테도 실제로 크게 화가 나지 않았고 자기 분을 다 푼 아이는 나중에 자기가 알아서 엄마한테 와서 다시 원래의 정상적인(?)딸아이로 되돌아왔다. 아들은 옛날에 더 심했다. 화가 나면 자기 머리를 멍이 들 때까지 찧는 것이다. 그때도 마음은 안쓰러웠지만 아들이 화가 풀릴 때까지(지가 다 찧고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자기 스스로 울면서 그만 찧을때까지) 지켜보았더니 나중엔 자기만 아프니까(엄마는 별반응도 없고 자기만 손해니까)그 버릇을 멈추었다. (이제는 남매끼리 ”너 죽어~^^” 라면서 놀길래 -_-;말이랑 생각은 자꾸 하면 정말 이루어진다고 애들한테 빨리 그말 취소하라고 했더니 이젠 5살 아들은 잠꼬대도 “취소”라고 한다..)

<살인자의 기억법>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저자 김영하 작가에게 어떤 독자가 왜 문학작품은 다 어두운 분위기냐고 물었다. 나도 예전엔 궁금했다. 왜 작품성이 있다고 하는 작품들은 다 그렇게 어두운 내용인지, 왜 하하호호 행복을 얘기하는 작품은 문학성이 있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것인지 나도 그점이 궁금했다. 보통 상업성이 있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고 문학성이 있는 것은 불행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멋진 사람보다는 이상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말이다)

그때 김영하 작가의 대답은 “우리가 불행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는 그말에 별감흥이 없었는데 나도 응급실 이야기를 책으로 간접 경험하고 나니까 실제의 가벼운 불행(아이의 분노 발작)이 나에게 찾아왔을 때 미리 불행의 근력(?)을 키워놓은 것처럼 ’이정도 쯤이야 애가 다친 것도 아니잖아‘ 하면서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는 것이었다. ㅎㅎ

근데 솔직히 나도 예전에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문학작품도 좀 읽히더니 이제 좀 행복해지고 나니까 문학작품이 어두운 느낌이면 좀 읽기가 꺼려진다.. 뭔가 그 세계로 다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다시 그 세계로, 다시 그 느낌을 받기 싫은데...

그런데 난 안다. 내가 다시 불행의 느낌이 다시 찾아왔을 때, 불행을 이야기 하는, 나보다 더 이상해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그게 실제든 픽션이든) 얼마나 내 가슴을 파고들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느낌인지. 그 불행을 얘기하는 작품들은 나를 위로해주고 ’그래 이정도는 별거 아니야‘ 하면서 내가 다시 힘을 내서 오늘 하루를 죽을 생각 안 하고 다시 살게 하는 것이다.

옛날에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는 예능 같은 것도 솔직히 다 공허해보이고 말장난 같았는데 지금 좀 살만해지고 나서 보니 그런 것도 재미가 있었다. 요즘엔 코미디 영상을 자주 찾아서 본다. 예전에 즐겨보았던 어두운 느낌의 책들은 다시 보려고 해도 읽히지가 않는다...

문학작품도 예능도 나한테 불행만 자주 털어놓는 한말 또 하는 친구도 또 만나면 재미만 추구하는 친구도 조용한 친구도 또 시끄러운 말 많은 사람도 다 어느때는 딱 나와 들어맞는 때가 오는 것이다. 그 타이밍이 안 맞으면 우리는 원수가 될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은 파악이 된 상태라면 남탓만 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상황과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 너가 나쁘거나 내가 나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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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잘 보내셨어요?
올해 축하메세지는 인스타그램 메세지로 보내봤는데 확인을 안 하신 것 같아서... 나이 먹는 게 두려운 나이가 되신 거겠죠?!??ㅋㅋㅋㅋㅋ
갑자기 부쩍 추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구요~ (이제 슬슬 건강을 THE 생각할 나이~ㅎ)
하루하루 행복한 웃음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어머!!! @_@ 올해도 역시나 칼님께서 축하하러 와주셨군요!!!!! 요즘엔 칼님이 스팀잇 안 오셔서 축하 메시지 보내주실줄은 몰라서 제가 생일땐 스팀잇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어김없이 생일축하메시지를 생일에 남겨주시니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인지요...ㅠㅡㅠ

칼님은 이제 정말 50이시겠지요???

저도 이제 사십대라 건강에 이제부턴 신경 써야 할거 같은데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네요...인생도 점점 짧아지는데 왜 점점 게을러지는지.... 인스타도 확인 못했는데 인스타로도 축하 메시지 보내주셨군요!!!!! 정말 감동이에요....ㅠㅡㅠ

홍콩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우리 50대가 되도 40대가 되도 동심을 잃지 않으며 하루하루 한번이라도 더 웃기로 해요~~^^

요즘 걷기 운동은 계속 하시나요? 이젠 추워서 밖에서 걷기도 힘들겠어요~~~><

나이 먹는게 두려운 나이가 됐다는 말씀 ㅋㅋㅋㅋㅋㅋㅋ 생일이라고 스팀잇도 들어올 생각도 안 한거 보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나보네요...ㅋㅋㅋㅋㅋ

아이에게 '말'은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정신적인 능력으로 신체를 이길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인도 그럴텐데 더구나 아이라면 말은 도움이 안됩니다.
그저 꼭 안아주는게 최고죠 ^^

꼭 안아주는걸로 많은 것을 느끼겠죠? 더군다나 아이라면 ㅎㅎ

모든 것은 타이밍이 문제군요^^ 간접경험이 나를 단련시킨다는 말 공감합니다. 직접경험도 그렇고요. 뭐든 경험의 양과 깊이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멋진 답이네요

우리가 불행을 대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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