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으로, 더 이기적으로

in #kr8 years ago (edited)

둘째 아이가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질 않아 유도분만을 했다.

나는 첫째는 한국에서, 둘째는 홍콩에서 낳게 됐는데 홍콩은 한국이랑 차이가 있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분만 스타일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건 다음 편에..ㅎ)

아침 일찍 샤워를 하고 유도분만 입원 수속을 밟았는데 세상이 어디나 그렇듯이 친절한 사람 반 사무적인 사람 반인 것 같았다.

나야 아이를 낳는 일이 일생일대의 중대한 일이지만 그들은 매일매일 하루 왠종일 하는 일이 이 일이니 그렇게 사무적이고 시큰둥한 것도 이해가 된다. (가끔 시큰둥한 사람 때문에 빈정이 상한 적이 있다면 나도 일상의 반복으로 시큰둥해질 때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태동 검사를 한참동안 한 후 의사가 오더니 하는 말:

“유도분만 합시다”

(아니 유도분만 하려고 온 거잖아)

길어질지 모르는 유도분만 전 나는 간단히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웠는데(너무 배불리 먹으면 안 좋다는 말에) 간호사가 오더니 내가 겨우 샌드위치로 배를 때운다면서 신기하다는 듯 그 얘기를 다른 간호사한테까지 전했다..

샌드위치를 다 먹자마자 아까 관장으로 속을 비웠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배가 부글부글..
급히 화장실을 박차고 들어가 다시금 관장약의 효과를 보고 있는데..

간호사가 언제 나오냐고 재촉을 하여 급히 나왔는데 간호사가 내가 못 알아듣는 광동어로 쏼라쏼라 뭐라뭐라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침에 광동어 못 한다고 분명 말했는데도 잊어버렸는지 못 알아듣는 말을 계속 하길래 내가 “네? 뭐라구요?” 라고 만다린으로 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굳은(내가 보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광동어로 계속 쏼라쏼라.. 뭔 말 하는건지..ㅡㅁㅡ

암튼 나는 내가 못 알아듣다고 미리 말했는데도 끝까지 광동어로 말하는 그녀가 맘에 안 들었고 무언가 나를 탓하는 듯한 그녀의 무표정한 표정은 안 그래도 아이 낳기 전 긴장되어 있는 나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그래 저 사람도 무의식중에 자기네 언어가 나오는 거겠지. 매일 하는 일이니까 사무적일 수 밖에 없겠지..’하며 사실은 빈정이 상한 나의 마음을 다시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억지로(?)돌리며 그 간호사를 따라갔다.

따라가보니 나는 빨리 무통 시술을 하러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었고 새우등을 하고 무통관을 등에 삽입하고 유도분만을 드디어 시작했다. 오후 1시 반쯤 유도분만 시작해서 오후 7시 48분에 낳았으니 6시간 정도 분만 시간이 걸렸다.

인생의 모든 것이 첫 경험이 가장 잊을 수 없고 감동적이듯이 솔직히 둘째 출산은 첫째 출산 때만큼 환희와 감동에 차진 않았으나 그래도 순산했다는 안도감과 또 신랑을 닮은 건강한 아들의 목청이 쉰 듯한, 하지만 제 딴에는 힘껏 울고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너무나 기쁘고 큰 일을 잘 치뤄낸 내 자신이 뿌듯했다^^

한국은 분만 후 산모를 휠체어에 태워 입원실로 옮기는데 홍콩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분만 침대 자체를 밀고 입원실로 옮겨주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출산 다음 날부터 수유를 하러 다녔고 며칠 후엔 모유량이 많아져 유축을 하기 위해 새벽에 유축기를 빌리러 프론트에 나갔는데 왠일.
직원들 모두가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피곤해 다들 엎드려 곤히 자고 있는 모습에 나는 차마 누구 한명을 깨울 수가 없었고 나는 그저 그 주위를 어슬렁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슬렁대는 기척을 느꼈는지 한 간호사가 몸을 일으켰는데 그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쏼라쏼라하던 그 간호사였다.

그 간호사는 피곤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뭐가 필요하냐고 친절하게 물었고 유축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에게 유축기를 갖다주고 유축기 사용설명법까지 친절히 알려주고 자기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유축을 하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불친절해보이던 간호사가 그렇게 피곤해 엎드려 불편하게 잠을 청하던 모습을 보니 나는 일순간에 며칠 전 그녀에게 가졌던 안 좋은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그렇게 무표정으로 시큰둥해 보였던 그녀가 이해가 되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사실은 그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세상을 원망했던 나의 마음은 일순간에 사그라들었고 내가 어쩌면 그들을 오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더 큰 문제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 했던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선한 것은 아니며 정말 그저 자신의 감정 해소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가 무조건 참아주고 이해해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님을.

우리는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존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타인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을 때 우리는 마땅히 걸맞는 대접을 요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화를 내야 할 때도 있고 가끔 마찰이 생기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 내가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 그의 고충을 헤아려 보는 것은 나의 내면의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의 마음 속이 사랑으로 가득차야만
나는 비로소 평안해질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생각보다도 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이기심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속을 정도로 감쪽같이 말이다.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자신의 내면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를 조금 더 이해해보려는, 그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보려는 태도를 가져 더 이기적으로 모두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행복이 넘치고 넘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밖에 없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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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포어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보며 마침 오늘 제가 포스팅한 글이 떠오르더군요.
'이해'와 '오해'에 관한 글입니다. ^^

'이해'와 '오해'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소연의《마음사전》중에서 -

너무 맞는 말이에요...

곰곰이 곱씹어보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Megaspore 님, 정말 이해가 되는 말씀이네요. 그 당시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시니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둘째가 태어날때는 잠시 마트를 나간사이에 급하게 아이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ㅎㅎ 둘다 사내아이지만 그래도 막내가 더 애교가 있고 장남은 역시 묵묵합니다. 저 역시 자신을 속일정도의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마트 나간 사이에 ㅎㅎㅎ
막내들이 더 애교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막내인데 저희 언니보다는 제가 더 (저희 엄마 말씀으로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애교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ㅎㅎ

네 ㅎㅎ 저도 막내라 한 애교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항상 딸대신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ㅎㅎㅎㅎ
김성민님 팍상한 사진 표정으로 봤을 때 귀여운 스타일이신걸 짐작했어요 ㅎㅎ

막내들은 어쩔 수 없이 막내티가 난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아 네 ㅋㅋ 아셨군요^^

네. 제가 촉이 좋습니다.

팍상한 보고 귀여운 스탈이신걸 진작부터 짐작했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조금 다른 예일수도 있지만,
저도 한 순간의 이미지로 그 사람을 규정하고 멋대로 판단하다가, 그 사람이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에 색안경을 벗는 모습을 가끔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자신의 내면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를 조금 더 이해해보려는, 그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보려는 태도를 가져 더 이기적으로 모두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구절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스팀잇 뉴비입니다. 계속 소식을 들으며 소통하고 싶어 팔로우하였는데, 시간되신다면 제블로그에도 한번 들러주셔서 소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순산하셔서 정말 다행이예요..
저도 둘째 낳으러갔을 때 수간호사가 얼마나 불친절하던지...
기분 나빠하고 있었는데..
정작 아이 낳을때 너무 힘들때 잘하고 있다고 산모만한 사람없다고 조금만 더 힘내자고 나를 다독여주시는 분도 그 수간호사!!
그 작은 위안에도 얼마나 힘이 되던지..
작은 행동에 오해하고 그 사람 전체라 생각했던게 미안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타인의 고충을 헤아려보면 세상에 미워할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것 같군요^^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메가스포어님!
그리고 순산도 축하드립니다 ㅋ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둘째 무통분만 했는데 더 힘들었던 기억이...
느낌이 없으니 힘 조절이^^
똑같은 사람이여도 컨디션에 따라 가끔 퉁명스러울 때가 있듯
그 간호사도 그런 날이 있었나 보네요.
책상에 엎드려 자면 다리도 붓고 쏫아지는 잠에서 깨기도 힘들었겠네요.
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이해하려는 노력이 너무 이기적이신 듯 ㅎㅎㅎ

맞아요~ 알고보면 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사실 아이 낳으려는 임산부의 감정으론
오히려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은 맘이 당연한 거예요. 저라도^^
그렇게 다 이해하려는 맘으로 사시니 자신의 맘이 너무 넉넉해 지시잖아요.
정말 이기적이시네요. ㅎㅎ
마음이 부자.

저도 메가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첫째아이출산때 출산의 두려움과 고통속에서 힘들어 할때 말투가 무뚝뚝한 간호사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어요.. 출산후 무뚝뚝하게 생각한 그간호사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작은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셔서 그불쾌한 감정이 눈녹듯 녹더라구요^^ 그순간 잠시나마 미워한 감정이 어찌나 미안하던지 8년이지난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 ~ㅎ
오늘도 좋은글 잘보고 갈께요~^^

카페모카님^^

우리는 참 사람의 어느 한 순간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의 전체 인격을 평가해버리는 오류를 자주 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오해하기도 또 쉽게 오해를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 사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출산할때 그기억은 평생가는거같아요~
진통을 격을때 간호사의 한마디가 참 힘이 되는때죠~
언어가 안통하니 더 힘드셨을거같네요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태도 ~
지금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많이 노력해봐야겠어요
좋은글 잘읽고 가요~^^행복한 시간되세요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스포어님 포스팅을 통해 접하니 또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홍콩에서 둘째를 낳게되신 건지 그 과정도 궁금 하네요ㅎㅎ

순산 축하드립니다.

타국에서인 만큼 감정적으로 동요감이 없지는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둘째 아기를 보게 되어 기쁘네요

일련의 과정을 다 읽고 난 이후에..

사람은 자기 생각보다도 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이기심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속을 정도로 감쪽같이 말이다.

라는 말에 읽었던 내용들을 잊어버렸다고 해야하나요
지금의 저에게 무척이나 와닿는 말네요.....

저도 최근들어서 타인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나 자신을 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하거든요...

그런 과정이 저는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인식하고 있으려고 합니다.

잘 보고 가요

신도자님^^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했다고 해서 스스로 내가 왜 이리 이기적이지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기적인만큼 다른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내가 나의 이기심을 이해해주듯이 타인의 이기심도 조금은 너그럽게 받아주는 마음을 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봅니다..^^

신도자님이 인식하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신 일입니다.. 자기가 사실은 이기적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죠...

내가 왜 이리 이기적이지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위안 감사합니다.

신도자님이 인식하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신 일입니다..

과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지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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