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모르는 누군가

in #kr8 years ago

얼굴 모르는 누군가가 카페에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나와 비슷한 고민이었고 나를 떠올리며 진심을 담아 공감해주었다.
그 분은 내 답글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오히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진심이 더 통할 수가 있다고..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끼리 차라리 마음이 편할 수가 있다고.. 내 마음을 더 보여주고 그 사람을 더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건 왜일까.

너무나 가까운 사람끼리
오히려 더 멀리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아마도.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는 나를 잘 안다.
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십년을 나와 함께 해온 내 자신도 나를 아직도 잘 모르는데 가까운 가족이라고 나를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그를 잘 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너무나 잘 안다고 확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서로를 잘 알게 되는데 방해가 된다 .
나는 이미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모습이 이미 그의 본연의 모습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저 내 마음안에 형성된 그의 모습이 내 눈안엔 비칠 뿐이다. 그가 무슨 말을 하여도 무슨 행동을 하여도
그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그를 잘 알아. 그는 지금 이런 심정일거야. 라는 생각이 그의 현재 모습과 마음을 나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는
아예 백지이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나도 그가 나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나에 대해 더 편안하게 드러낸다.

원인 중 또 하나는 아마도.
기대감.

나는 그에게 이런 것을 원해.
그는 나에게 이런 것을 원할거야.
라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우리는 나에 대해 드러내면
그가 나에 대해 실망할까봐
내가 그에 대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알 수 없는 압박감에
그에게 선의를 베풀기를 오히려 망설인다.

밖에 나가 봉사활동하기는 오히려 쉬워도
가정에서 가족에게 잘해주기는 어렵다.

가족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지금까지 나의 무언가에 가려졌던 진실이
더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타인을 볼 때,
경계심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해 편견이 없어
더 가식없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보면,
타인을 대할 때의 불편함과 마음 속의 저항이
조금은 누그러질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좋고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도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다.

가족을 대할 땐
타인을 대하듯이 예의있게

모르는 타인을 대할 땐
가족을 대하듯이 친근하게

그렇다면
우리 지구촌은
조금 더 따뜻해질지도..

나의 마음에도
온기가 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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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잘 안다고 확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서로를 잘 알게 되는데 방해가 된다 .

정말 명언입니다...

밖에 나가 봉사활동하기는 오히려 쉬워도
가정에서 가족에게 잘해주기는 어렵다.

그러게 말이예요. 그런데 메가님.. 저는 언제부턴가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기분이랍니다. 저희 엄마는 어느날 한 순간 '약자' 가 되어버리셨고.. 제가 엄마를 '엄마' 로 대하면.. 아빠는 노하시지요. 안그래도 상처많은 아버지라서.. '약자' 인 엄마에게 모녀지간 투정이라도 부리면 엄마의 '보호자' 인 아버지가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시는 거지요. 아빠가 아니더라도 저는 이제 엄마의 엄마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1년 전 글이라서 그나마 댓글에 마음을 털어놓지만 메가님이 부담스러우실 수 있으니 감칠맛만 보시라고 샘플 드리고 떠나요 ㅎㅎㅎ 저의 수수께끼같은 매력에 또 빠져버리실까 걱정이네요.. 메가님 좋은 글 추천 감사해요.. 이 작가가 글을 참 한올 한올 잘 쓰더라구요.. 완전 취향저격♥ <근데> 1년 전 글이 있다는 것도 놀랍고.. 118보팅인데 저까지 6명이 봤다는 건..ㅜㅜ 뭔가요?? 이거야말로 수수께끼인가요??

스프링님..와주셨군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저도 가족 문제로 많이 힘들었던 적이 많았어요.. 저는 엄마의 보호자인 아빠는 안 계셨고 엄마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빠가 계셨어서 (현재는 두분이 이혼하셨어요..) 스프링님의 심정을 백분 이해는 못 하겠지만..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집에서 어느 순간부터 약자가 되셨고 스프링님은 그저 딸이 할 수 있는 보통의 투정을 부릴 뿐인데 그걸 엄마의 보호자인 아빠께서 공격으로 받아들이시고.. 그래서 집에서 왠지 봉사활동 하는 엄마의 엄마가 된 기분...

그러한 기분을 느껴본적은 없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집에 있기 싫을 것 같아요...
집이라는게 뭘까요.. 가족이라는게 뭘까요..

집이란 내가 가장 자유로운, 세상에서 지친 내가 쉴 수 있는 가장 편한 곳이 되어야만 하고.. 가족이란 아무리 세상에서 다 욕을 해도 가족만은 서로를 사랑해주는게 그게 가족과 집의 이상적인 모습이겠죠..

어떻게 하면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저도 가족간의 문제를 어릴 때부터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이런 생각들을 해보는데요..

사랑이란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있게 해주는 것.. 그 사람이 내 앞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고 내가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면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스프링님 아버지께서 상처가 많으시다고 하셨는데 제가 저 스스로를 포함 주위 사람들을 보면 원래 상처를 가지고 아직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 한 사람들끼리 상처를 서로 주고 받더라구요.. 그들도 원치 않지만 왠지 모르게 말이에요..

결론은 정말 자기가 행복해야 하는것 같아요.. 언뜻 보면 이기적으로 보이는데 상처 받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게 되지만 그들중 한명이라도 자기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하다면 아무리 상대방이 상처를 주려고 발악(?)을 해도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없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왜냐면 내가 그에게 줄 상처가 이제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은 행복한 나로 인해서 그 상대방도 나로 인해 상처 받지 않게 되고 처음은 이기적인 출발이었을지 몰라도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저는 진작부터 스프링님의 수수께끼같은 매력에 빠졌답니다.. 내 사랑 스프링필드...

제가 생각해도 이 작가가 참 글을 한올한올 잘 쓰더라구요.. 믿고 읽는 작가라 추천 드렸어요..^^완전 취향저격~

그리고 밑에 눈 모양은 조회수가 아니라 잘 봤다고 글 읽고 따로 눌러준 게 아닐까요?? 저도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국졸이라 딱히 지식이..

메가님 글 한 자, 한 자에 담긴 진심이 제 마음 가라앉은 곳을 채워주네요.

어릴 때, 사랑은 하지만 이해는 잘 되지 않는 가족 구성원을 보며 사람 마음과 심리에 대해서 혼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이 들며 그의 상처가 보이고, 그것을 물려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온 노력을 알기에(이제 아빠는 제가 가장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이예요) 지금은 가족에 불만이 없지만 메가님이 말씀하신, 내가 나일 수 있고 쉴 수 있는 '안식처' 로서의 가족이 정말 필요해요. 그래서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을 때도 있어요.

다행히 사랑하는 방법을 점점 터득해감에 마음에도 여유가 깃들어서 메가님 말마따나 이젠 누가 날 상처주겠다 발악해도 '지금 화가 난다고 화를 낼 것이냐, 정말 화를 내야할 때 화를 낼 것이냐' 를 늘 먼저 생각해요. 아직 수행이 부족해 2번까지만 참고 '소리질러~~' 를 시전하는 게 함정이지만..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이 얘기도 하고 싶고 저 얘기도 하고 싶지만 오늘은 이 글을 제 마음에 담는 데 더 정성을 쏟을래요. (얘기 많이 안 한 척..) 투정 부릴 곳 마땅치 않은 저에게 잠시 쉴 곳이 되어주어서 고마워요, 내사랑 메가님.. 아마 한국가면 세차게 흔들릴텐데 그때마다 와서 이 댓글을 읽고 갈 지 모르겠어요. 탄복하여 저도 모르게 누른 보팅의 보상 금액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제 고마운 마음(과 사랑)만은 잘 전달이 되었기를...♥

아ㅜㅜ

<탄복하여 저도 모르게 누른 보팅의 보상 금액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ㅜㅜ 스프링님 왜케 웃겨요......

진짜 스팀잇 일년 인생 중 라이벌을 능가해서 본 받고 싶은 분이 처음 나타났네요..

제가 사실 풍파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서 겉으론 웃고 밝아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어둡고 음침한 사람이거든요.. 음침하다고 쓰고나니 또 링크를 걸고 싶어지네요.. 저의 음침한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글을..

<나의 반갑지 않은 오래된 친구>편 참고. (새침)
https://steemit.com/kr/@megaspore/mxt1h

제가 알고보면 굉장히 어두운 사람인데 스프링님 댓글 보고 정말 많이 웃어요 헤헤.. (순박한척)

코미디언 중 많은 사람들이 가정환경이 그리 화목하지 못했던 ,불우했던 환경이었던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어둡고 슬펐기에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은 욕구가 컸기에 그렇게 다른 사람을 재밌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나봐요..

스프링님의 수수께끼같은 매력을 진작 알아챘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분이네요...

(메가의 뒤를 이을 분이라는 말도 부족하고 메가를 능가하는 감성이면 감성 유머면 유머 스프링 필드... 휴.. 저는 그냥 2인자가 되어야겠습니다.. 그쪽이 유재석 하세요......쳇)

여기에는 미로가 없군요. 링크거신 글도 읽으러 가겠습니다. 저도 일반적인 환경과는 다르게 자랏는데, 속내를 풀어놓은 적은 없네요. 철없어 보일까봐 두렵기도 하구요.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진 마음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살아가려고요 ..ㅎ
그나저나 ned랑 압둘라님이 보팅을 하셨는데 보상액이 18$이라니.. 작년이라 그런가요..ㅎ

갑자기 지구마을 노래가 듣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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