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방 이야기 #4

내 기준에서 보더는 즐기는 유형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_{대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니 예능에 다큐의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세 부류는,

라이딩을 즐기는 부류
트릭을 즐기는 부류
킥커를 뛰는 상남자 부류

라이딩

라이딩만 주로 파고드는 보더들은 급사면에서의 완벽한 카빙턴 _{데크의 엣지만으로 턴을 하는 것. carved turn 이 맞는 표현이지만 보통 우리나라에선 보통 카빙턴이라고 부른다.} 을 동경한다. 어마 무시한 체감 속도를 최대한 살린 채 턴을 이어나가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부류랄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가 턴을 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속도를 줄여서 턴을 하던가,
설면과 데크의 마찰을 줄여 속도를 유지하되 무게 중심을 낮춰 넘어지지 않는 것.

라이딩에 매료된 보더들은 속도를 줄이느니 차라리 보드를 안 타고 만다. 따라서 데크와 설면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턴이 이루어질 때 데크의 엣지만을 눈 속에 박아 넣는다. 그리고 어마 무시한 체감 속도를 이겨내기 위해 자세를 최대한 낮춘다.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이겨낼 수 있는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높아지는 속도에 비례해 자세는 낮아지면서 급기야 상급자의 레벨에 들어가면 흡사 슬로프에 주저앉거나 엎어져 보드를 타는 듯한 자세가 나온다.

라이딩을 즐기는 보더들 입장에서 턴이 정점에 달했을 때 팔꿈치라도 슬로프에 닿을라 치면 그 짜릿함과 뿌듯함이 하늘을 찌른다. 팔꿈치가 스로프에 닿았다는 건 그만큼 내 자세가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위 영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익스트림 카빙의 영역도 있는데, 이 영역은 절정 고수들 내지는 알파인 보드의 영역이기에 나는 시도만 해봤다. 이 영역에 들어간 보더들은 슬로프에 누워 다닌다.

트릭

트릭에 빠진 보더들은 고생을 많이 하지만 그만큼 퍼포먼스가 멋지다. 뛰고, 돌고,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트릭을 파볼까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려니 또 얼마나 아파야 하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그냥 라이딩만 즐기게 됐다.

재밌는 게 트릭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 보통 사고방식이 다차원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다.

킥커

보통 스키장에 가면 파크 라는 곳에 점프대를 만들어뒀다. 이 점프대들을 킥이라 부르는데, 통상 제일 작은 킥부터 번호를 붙여 1번 킥, 2번 킥, 3번 킥 순으로 불러나가다 가장 거대한 킥을 메인 킥이라 부른다.

주변에 메인 킥을 뛴다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도 그 사람은 범상치 않은 캐릭을 지녔을 것이다. 간이 보통 사람 2배 크기는 되던가 간이 2개던가. 작은 킥들을 뛸 때도 킥에 다가가면 마치 커다란 벽이 나를 향해 쓰러지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 메인킥에 진입할 때면 아마 거대한 절벽이 쓰러지는 듯한 느낌이지 않을까.

킥은 뛰기 직전까지의 스릴 내지는 공포감이 상당한데, 메인킥을 뛰기 전의 그것은 상상도 못하겠다. 메인킥은 실제로 대단히 위험해서 정상적인 착지 범위를 넘어서거나 모자란 곳에 착지하게 되면 큰 부상을 입는다. 실제로 지인 중 여럿이 부상을 입었었는데, 메인킥 진입로를 타고 올라가다 쫄아서 점프가 부족했던 지인은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못해 두 다리에 철심을 박았고, 과욕에 의해 오버 랜딩을 했던 지인은 허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시즌방 식구 중 킥을 주로 뛰는 멤버가 둘 있었는데, 한 명은 타고난 강심장이라 감정의 기복 없이 기계처럼 킥을 뛰는 친구였고, 한 명은 세상만사에 개념이라는 것이 없어 공포라는 개념도 없는 친구였다. 이렇게 평균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야만 무난하게 킥을 뛰더라.

이들은 자나 깨나 아래와 같은 점프를 머릿속에 그리고 동경한다.

뚜렷하게 그 추구하는 바가 다른 형태의 보딩을 하게 되면 각각의 형태에 특화된 데크를 준비하기 마련이다.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캠버의 정캠버 데크를 선택하고, 트릭을 즐기는 보더들은 역캠버, 락커 등의 데크를, 킥을 뛰는 사람들은 정캠버 중에서도 하드한 타입의 데크를 선호한다.

내가 사용했던 데크들을 포스팅해볼까 했더니 이렇게 얘기가 길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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