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부끄러운 것인가?

in #kr7 years ago

오늘은 집짓기에 이어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주제 : 가난은 부끄러운 것인가?

누구나 학창시절의 경제사정은 넉넉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용돈이 끊기기 시작했던 시점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마련하고 학비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 했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들 처럼 옷에 관심을 갖거나 최신 핸드폰을 갖고 싶어도 엄두를 못내던 시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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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625 전쟁 시절이 아닌. 제 20대의 이야기 입니다.

요즘에 등록금 대출로 인해서 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그 등록금과 생활비 상환을 하지 못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들도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지금은 금리가 낮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등록금 대출의 이자는 지금보다 몇배는 높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출이 많아지게 되면 생활의 안정성은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의 삶을 누린다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갚기 위해서 생활을 하지만 이자가 다시 원금과 합쳐지는 것 같은 모습은 결코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오지 못하게 합니다.

1800원짜리 학식으로 6년의 생활.

학식만으로 6년동안 식사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1800원짜리 학식 쿠폰을 구입해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금더 비싼 미네르바 정식 같은 2200원짜리 식사는 기분이 우울할 때 한번씩 먹었습니다. 그 결과 모교를 방문하더라도 저는 학생식당 근처에는 잘 가지 않습니다.

한달의 식단을 잘 차린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시절의 급식에 비해서 덜 다양한 메뉴로 인해 물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식당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식당 쿠폰이 절실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에 잘 질리지 않았던 제가 스스로 질린다는 표현을 썼던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부모님은 저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위기였던 IMF 이후로 형편이 어려워졌던 것은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큰 사건이었습니다. 잦은 이사와 함께 생활의 불안감은 어린 제게 큰 상처였고. 지금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그 시절에 생긴 습관은 '너무 성실한, 그리고 여유가 없는 모습' 일 것입니다.

빚 + 생활고 = 남은 것은 마음 하나.

20대에 남은 것은 마음 하나였습니다. 옷은 구입하지 않고. 취미생활 역시 최대한 근절해야했습니다. 모든 것은 스스로 마련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옷은 낡았고. 지갑은 채워지는 속도보다는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버스 3-4 정거장은 걸어다녔습니다.

그래도 마음 하나는 남아 있었습니다. 환승을 찍으면 100원 - 200원이 추가되는 거리도 걸으며 신나게 다녔던 때도 많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취미 생활이었습니다. 걷는 것을 너무 잘하게 되어 이제는 하루에 10000보 ~ 15000보 정도를 돌아 다닙니다. 몇시간 걷지 않으면 마음이 허합니다. 걸으면서 정리하는 생각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자신의 것입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마음 조차 그것에 빠져버리면 안됩니다. 저는 지금도 돈에 집착을 할 때가 많지만. 집착하면 집착할 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조금씩 깨쳐갑니다. 그때에 비해서 오히려 지금은 집착을 버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될때가 많습니다.

가난과 행복의 관계.

돈을 모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안쓰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은 저희 형이 알려준 방법으로 자린고비를 통해 자신의 아파트를 마련한 대단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진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갖고싶은 것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돈이 어느정도 생기게 되면 갖고 싶은 것은 줄어들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갖고 싶지만 돈이 없을 경우 반대로 소비력은 늘어나게 됩니다. 사도 사도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막상 구입하고 나면 더욱 어려워진 생활고로 인해서 스트레스는 가중됩니다.

이런 악순환을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료 조사하면서 행복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출시된지 1년 정도 지나 신형이 나왔을 때. 검증이 끝난 그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생활의 패턴이 되었습니다.

무언가 사고 싶을 때 그것을 찾아 자료를 모으는 일 자체가 제게는 행복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 습득 방법은 10년 뒤에 집을 짓는 과정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지금 역시 무언가 출시되면 바로 구입하는 법이 없고 오랜시간 자료를 모두 모아 검토한 뒤에 구형이 되면 구입을 합니다. 물건을 통해 얻는 기쁨이 아니라 물건을 얻는 과정 혹은 기대감을 최대한 오랫동안 누리는 것을 연습합니다.

행복은 각자마다 얻는 기준과 방법이 다릅니다. 옷이 튿어진 것을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이면서 '엔틱하지 않냐'고 외치는 저는 늘 괴짜처럼 지인들에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옷을 잘입어야 성공한다'는 통념에서 전 빠져나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으니 보다못한 지인들이 옷을 선물해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별달리 의복이나 기타 다른 것들에 대해서 돈을 쓰는 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없는데 있어 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리 해서 없는데 있어보이는 생활을 하게 되면 미래의 자산을 끌어다가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낡은 물건. 그리고 추억.

어떤 것이든 모두다 기억입니다. 그리고 물건이 낡으면 낡을 수록 추억도 함께 쌓이게 됩니다. 그렇게 낡게 되기까지 많은 기억을 물건이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벼룩시장이 활발하게 오프 모임을 갖지 않지만. 유럽이나 일본만 하더라도 물물교환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꼭 제가 이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통해서 얻는 기쁨이 커지려면 오랜 시간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신기기의 주기가 일년에서 분기별로 바뀌게 되는 사이클은 사람들은 따라가기도 바쁩니다. 가지고 있어도 만족감은 불과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물건을 통해서 기쁨을 누리려면 차라리 오래 쓰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가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가난하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돈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영원히 가난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잠시 가난이 나에게 머물다가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불안이 평생갈 것 같았던 시기도 있지만. 역시 그것이 모두 평생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시기가 그때에 비해서 모든 것을 해결되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과거는 분명 미래의 초석이 될 것이며. 현재의 과정 속 고통은 미래의 보상으로 되돌아 올것이라고 말이죠. ㅎㅎ

지금은 행복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인이 추천한 장자와 노자 사상에 심취해 있으며. 앞으로 그것에 대해서도 공유할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양평 김한량입니다. @lklab2013
저는 서울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양평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귀촌을 했습니다. 스팀잇에 제 모든 기록을 백업하기로 마음을 먹고 스팀잇을 새로이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kr-house를 개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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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lklab2013 really nice post have a good day ahead keep up the good work best wishes thankyou

감사합니다. 앞으로 스팀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숨차게 유행을 좇는 이들은 유행에 뒤쳐지면 큰일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요. 엔틱도 그저 유행을 나타내는 키워드 중 하나라는게 우스우면서도 서글픕니다.

엔틱마저도 유행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 정말 유행은 돌고 도나봅니다. 그래서 멈추다 보면 다시 이곳을 스쳐지나가겠지요. ㅎ

응원 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ㅎ 벤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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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라 조금 불편한거다..
란 말이 문뜩 떠오르네요...
저도 동의하는데 아이가 생기니 어떤때는 그 불편함이 좀 미안해지는때가 생겨요..

사랑으로 대신하자고 생각해도 말이예요^^;;

제 상황이 가난이란 표현을 쓰기에 적절했는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 불편한 점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젊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그때는 실감이 안났지만. 분명한건 지금에 비해서 더 큰 용기를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점점 추억이 되고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생각해보곤 합니다.

사랑으로 대신한다는 생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사랑이 매말라 가는데 부모님의 사랑만큼 큰 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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