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종교의 자유를 허하라 : 종교와 철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in #kr6 years ago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영역은 자유와 선택의 존중이란 이름하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왔습니다.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금기의 영역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의 종교를 이야기 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죠. 그도 그럴 것이 종교를 이야기 할 때는 ‘전도’라는 한 가지 목적을 둡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종교에 대한 논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나 결론적으로 전도의 대상으로 글을 진행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란 철학,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 세상과 구분 지어 놓을 때, 생겼던, 그리고 나타날 변화에 대해 논의하려 합니다.

대학들은 철학과를 없애고 있고,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점차 줄어듭니다. 대학에서 철학과가 폐지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자 오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 길을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철학이 없는 대학이 어찌 학문을 연구한단 말일까요.)

SNS는 본래 가벼운 공간이며,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공기의 무게가 다른 공간이라 인식 됩니다. 하지만 역으로 SNS는 공적 논의를 하기에 최선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팀잇은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 1인 미디어로서의 기능이 가능한 플랫폼 입니다. SNS에서 종교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세상 속에서 더 많은 논의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국가 철학의 부재

“일제 강점기 이후 국가 철학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 민족주의, 대륙사학, 종북주의 사학은 국가 철학이 아니다.. 이대론 선진국 대열에서 낙오될 수 있다.”

문화 평론가로 활동하는 박정진 평화연구소장이 자신의 칼럼에서 한 표현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념적으로 여전히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정치, 정파에 따라 그것을 이용하고, 공격해 정권을 추구하는 악순환을 진행 중입니다.

박정진 소장이 이야기 한 민족주의, 종북주의 사학은 국가 철학이 될 수 없음에도, 지난 수 십년간 대한민국을 끌고 온 뿌리가 되어왔고, 이념적 이데올로기가 종식된 지 30여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의 양 축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문제는 이념적 이데올로기가 국가 철학은 아니며, 평화 시대를 맞이하였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철학이 없습니다.

종교의 의미

"처음에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미국의 상원의원을 지낸 리처드 헬버슨이 교회사를 두고 한 이야기 입니다. 이 말의 뼈대는 ‘미국에 왔을 때, 교회가 기업이 되었다’ 이지만, 우리는 이 문장 하나에서 종교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됩니다. 유럽으로 넘어가서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종교를 배제한 체 의미를 찾으려는 철학, 사회, 문화의 토대에는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종교가 있는 겁니다. 이를 부정하며, 철학을 논하며, 사회, 경제, 문화를 논할 수가 없는 것이죠.(지금 그런 모습이 너무 자연스레 나타나고 있지만요.)

이는 기독교에만 해당 된 내용이 아니겠죠. 서구 사회의 기틀을 만든 것이 기독교의 확산이라면, 이슬람은 아랍 사회의 기틀을 만들고, 불교는 동아시아 사회의 기틀을 만듭니다. 곧, 종교를 배제하고는 근본적인 해답을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뿌리를 잘라버리고, 나무를 심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종교가 배제되었을 때 생긴 변화

우리는 종교가 약화되었던 시점 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변화를 목격 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천동설과 창조론을 약화시킵니다. 이후 ‘그러면 우리의 기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들고 나옵니다. 진화론은 실존주의 사학과 막시즘, 파시즘 등에 영향을 끼치고,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폭력을 합당화 시켜줍니다.

이러한 부정적 결과 이외에도 재밌는 변화도 있습니다.

“신에 대한 전통적인 믿음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던 바로 그 순간에 서구인이 숭구한 풍경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알랭 드 보통
“다른 어떤 논증의 도움 없이도 무신론자에게 경외감을 일으켜 신앙으로 이끄는 장면들이 있다.” - 토머스 그레이
“광활한 공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전능한 존재’에 대한 관념이 떠오른다.” - 조지프 에디슨

이것들은 모두 18세기 이후 나타난 사고의 변화 입니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는 자연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역사가들은 18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넓은 시골을 감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종교가 배제된 자리를 무언가로 채워야 했고, 그것이 이전 신에 대한 경배에서 자연에 대한 경배로 이동합니다. 자연 경관에 대한 여행의 시작은 서구 사회에서의 기독교의 붕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겁니다.

종교가 배제됨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는 작은 것 부터, 큰 것 들까지 아주 다양하게 있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대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혐오는 답이 아니다.

지난 세월 동안 종교와 사회가 단절되어 왔습니다. 고의적 단절이었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세상의 진리를 알고자 말하였지만, 실상 그것 또한 누군가의 ‘믿음’에서 출발 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과학이든 사회, 문화의 변화이든 실상은 우리 안에 ‘믿음’과 연관되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대표적으로 천동설이 있지만, 창조론과 진화론은 모두 일정 수준 ‘믿음’에 기초를 둡니다. 그 밖에 정치적인 사안에서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믿음’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를 봅니다.)

진리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혐오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내가 싫어하는 것, 보기 싫은 것을 배제하고 보고자 한다면, 결론을 정해 놓고, 근거를 찾아가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겁니다.

대안 제시

다양한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논의 하려면, 규칙이 필요합니다. 또한 진리를 탐구하는 논의는 사실과 근거에 기반해야 합니다. 막연한 믿음을 이야기 하며, 진리라 이야기 하는 것은 나와 내가 속한 집단에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으나 다수가 논의 하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3가지만 지킨다면 논의가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

  1.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토론
  2. 믿음의 실체 같은 증명 불가능한 논의 배제
  3. 근거 없는 비난, 모욕 금지

결론

철학을 약화시키는 것은 모든 위기의 근본이 됩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답변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종교에서 옵니다. 우리는 종교를 일체 배제하여 모든 변화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기반으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리처드 헬버슨의 표현대로 철학 역시 종교에 뿌리를 둡니다.

우리는 철학을 이야기 하기 전에 종교에 대해 알고, 논의 해야 합니다. 이는 철학, 사회, 문화와 구분 된 개별의 사안이 아닙니다. 또한 종교란 사회와 개인 삶의 가치관의 반영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매주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여러 주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고 합니다. 이기기 위한 토론이라기 보다도, 결론이 없을 법한 문제에 대해서도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 하는 것이지요. 이는 개별 적인 사안에 대해 각자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 할 것입니다.

SNS는 가장 좋은 소통 도구입니다. 물리적 장벽이 없으므로, 원하는 누구나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의 지인에게 들을 수 없는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SNS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기능 뿐만 아닌, 다양한 의견을 전달 할 수 있습니다. 지금껏 나왔던 플랫폼들에서는 어려웠지만, 스팀잇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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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역사를 약화하는것 = 인간의 퇴보 라고 생각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렵고 불편해도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돈이 되지 않는다 해서 쓸모없는 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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