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의 계절, Samba de Orfeu

in #kr3 years ago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및 작곡가이자 'the' 보사노바의 연주자인 루이즈 봉파 Luiz Bonfa 의 삼바 데 오르푸를 듣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든다. 그래 듣자마자 이렇게 어깨가 들썩이는 따듯하고 경쾌한, 살랑이는 여름바람 같은 보사노바를 더 공부했어야 했어. (심지어) 프랑스가 아닌 브라질에 갔어야 했다고 중얼거리기까지. 그렇게 찾아온 혼란에 잠시 몸을 맡기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5월이 가기 전에 보사노바를 한 번은 연주하고싶어 섭외를 덥썩 잡으려다가도, 아냐 아직 회복이 덜 됐어 무리하자 말자를 반복했다. 요새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무대에서 봉파의 곡을 불태울 체력이 남아있을까 싶은 거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보사노바를 제대로 연주한지가 언제였나 싶었다. 아니, 레파토리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내 기억에만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연주 방향으로는 활발하게 보사노바를 지향해왔건만, 쿼텟 또는 트리오로 활동할땐 주로 스윙쪽으로 방향을 틀다 보니, 왠지 보사노바는 기타 듀오로 연주하는게 제일 좋지 않나 하는 쪽으로 생각이 굳어져버렸다. 그때 하나 둘 떠오른, 나와 함께한 기타리스트들.

 그들은 현재 프랑스에도 있고, 뉴욕에도 있으며, 가장 많게는 한국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앨범을 발표하거나, 전문 세션맨이 되었거나 또는 학업에 뜻을 두어 강사로 일을 하거나 다양한 방향으로 음악을 자리를 지켜내는 중이다. 그들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 만나면 할 얘기가 무더기로 쌓여있지만 정작 매일 살아내기에 틈이 없던 그들과 나는 마음으로 서로 응원을 나누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내게 전화 한 통이 온 게, 작년 12월 즈음이었나.

 '삼바 데 오르푸.' '?여보세요?' '한국이지?' 갑자기 전화해선 삼바 데 오르푸라니, 참 변한게 하나도 없다고 핀잔을 줬다. 그랬더니 예전에 나와 함께한 연주 영상을 보는데, 삼바 데 오르푸를 연주하는데 라라라~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 온것 같으니 목소리나 한번 들을까 하고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곡 이름을 대뜸 말했단다. 그는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켜둔 채로 말하면서 베이스를 짚었다. '솔 키 맞지?'

 아직 내 키를 기억하는 그와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다가, 얘기가 나온 김에 근처의 재즈 클럽에서 5월 말쯤 함께 연주하자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삼바 데 오르푸의 벌스인 '라라라~'는 연주자 모두가 함께 떼창을 유도할 수 있는 즐거운 보사노바 곡이다. (물론 TRISTEZA 도...) 마지막으로 이 곡을 부른지가 언젠지 기억은 희미했지만,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이 노래를 부른다면 참 좋지 아니할까. 용기를 냈다. 오랜만에 공유하는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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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키’가 그 키인지 생각했었습니다 ㅋ

ㅎㅎ 영어로는 key 한국어로는 조성이라고 합니다.

그럼 lay님은 기타리스트에요? 보컬도 하시구요?

본업은 재즈 보컬리스트 입니다. ㅎㅎ 글은 기타리스트 동료에 관해 쓴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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