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비오는 날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기

 연습을 안하면 불안하면서도, 연습을 하는 방향이 갑자기 막히거나 모든 의지가 타다 남은 불씨처럼 사그러질때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앉아 글을 썼다. 술술 풀리던, 또는 종종 이불킥하던 글들이 하나 둘 모이고 몇년간 걸쳐온 연구가 완성되면서 무려 2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완성되었다. 아직 고전음악을 사랑하고 예술인의 삶을 영위하는데 고찰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그래서 소중하고, 그래서 더욱 공을 들여 둥지를 틀고 싶은 마음.


 수영을 시작했다. 소비습관, 삶의 균형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체력 증진을 위함으로 등떠밀려 감사하게 시작했으나 온갖 방해와 사건들로 인해 이번 주말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영장 밖 50m 만 가도 나는 락스물 냄새와 특유의 습한 기운이 오랜만에 내 정신을 깨워주는 듯 했다. 천천히 물장난 치는 것부터 시작해 다리 힘과 허리힘 그리고 호흡을 늘리자는 계획이 머리속으로 그려졌다. 실로 수영 후에 집에 가서 오랜만에 호흡연습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정신 못차리던 나약한 몸과 씨름하다보니 한시간은 훌쩍 지나있었고 밤이 되니 급격히 피로해졌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 얼굴 피부는 완전 뒤집어졌지만 결국 돌아올테니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고… 이런저런 귀찮은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어떠한 식으로의 운동은 내게 도움이 되기에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꾸준한것 하나만큼은 자신있지 않은가.


 Obliviate - 오블리비아테. 해리포터에서 희생자의 기억을 수정하는 주문이다. 가끔은 이 주문을 내 자신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떄가 종종 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드는 회의감 떄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재즈를 공부 또는 연주하기 시작한 열아홉부터 꾸준히 그러나 뚜렷한 방향성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지금, 커리어적으로만 봤을때 이 주문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원한적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기에 이 주문을 살면서 딱 한번 쓸 수 있다면 바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데에 쓸 것이다.


 보컬의 한계, 그 연구와 음악에 담기는 경계를 내 선에서는 더이상 영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어제, 오랜만에 플룻을 연주하는 친구의 유투브 영상을 보다가 문득 든 느낌이었다. 그 영상에서 그는 오스카피터슨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고, 옆에는 꽤나 유명한 한국의 재즈보컬이 스캣을 하고 있었다. 유투브에 몇 ‘재즈보컬’ 키워드로 올라오는 영상을 찾아보면 몇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의 기록이 없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대중성과 인지도가 없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왜 일까? 왜 재즈 ‘보컬’ 이라는 카테고리는 한국도 그렇거니와 전세계적으로 연주자만큼의 영향력과 그 가짓수가 크지가 않은걸까.


 급 마인드 매핑을 시작했다.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여기에 공유할 생각은 없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질문들이 노트에 가득 메워졌다. 마인드 매핑, 즉 아이디어 트리는 내가 생각을 하는 방법중 하나인데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을때 효과적이다. 몇 키워드를 뽑자면 가사, 정서, 생활, 돈, 본질가치 그리고 집중이다.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것 같다. 이미 벌려놓은 프로젝트가 많기에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까 싶지만 마감기한을 만들어놓고 방향성만 정해놓으면 얼추 가속도가 붙으니 주말동안 시작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