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사이 바뀐 도시의 온도.

in #kr6 years ago (edited)

piano8.jpeg

    차가운 겨울 냄새 맡기, 긴 코트위 걸친 목도리에 코를 파묻고 멍때리기, 잎이 떨어져 뒹구는 길 걷기 등 겨울엔 왜 이리 할일이 많은걸까. 늘 그러했듯 연말즈음엔 머리가 복잡해진다. 복잡할 땐 다른 생각 말고 무조건 킨들을 켜고 책을 읽는데, 여태 시행해본 그 어떤 습관보다 책을 잡는 게 가장 머리를 비우는 데에는 효과적인 듯.

    할로윈 또는 올할로윈, 올할로우’이브, 올세인트이브 등으로 알려진 어제는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축하 행사로 모든 성도의 날에 대한 서양 기독교 축제의 전야제로 불린다. Trick or Treating을 하던 어렸을 적엔 그저 사탕을 먹는 날인 줄 알았지만, 성도들 (희생자들), 순교자들 등의 사람들을 포함하여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날이었던 것.

    할로윈 활동에는 할로윈 의상 파티 참석, 잭오랜턴 조각, 유령의 관광 명소 방문, 무서운 이야기, 그리고 공포 영화를 보는 것 등의 볼거리와 재미가 다양하다. 그중 가장 즐겼던 액티비티로는 잭오랜턴 만들기. 실제 조각용 호박은 사이즈가 꽤 크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는 옛말이 있지만, 밝은 오렌지색부터 어두운 노란 색의 보통의 배게 크기를 훌쩍 넘는 호박은 또 나름대로 꾸미는 재미가 있는 법. 눈과 코, 입의 대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표정이 바뀌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한 노력을 들여야 하는 묘미가 있다. 그 안에 촛불이나 랜턴을 넣어두고 집 안과 밖에 장식해 놓아두면 물씬 느껴지는 할로윈 분위기를 좋아한다.

12월 되기전 꺼내는 펜타토닉스의 크리스마스 앨범들. 아비가 있었던 앨범에 손이 더 자주 가는데, 그가 그룹을 떠난 시점이 벌써 1년이 넘는 시간 전이라니..호박 생각을 하니 어머니가 해주시던 따듯한 단호박 수프가 그리워졌다. 팥 고명을 살짝 얹어도 맛나고, 생크림을 숟가락 가장자리에 살짝 얹어 입술을 데우며 먹어도 좋다.

    매년 크리스마스 언저리쯤에 공연을 했었는데, 앰프와 보면대 등을 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주머니에 있던 천 원짜리 두 장으로 먹던 붕어빵 가득 한 봉지와 아침 일찍 연습실 가는 길 늘 새벽부터 장사를 하던 아저씨의 따듯한 계란빵과 어묵이 떠오른다. 손이 차가워서 마시진 않아도 따듯하게 들고 있으라며 친구가 늘 손 비울새 없이 들려주던 고구마 라떼도 생각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겨울 음식은 하클렛이다. 손바닥만한 하클렛 기계 위에 치즈와 양송이, 브로콜리, 감자 등을 올려 따듯하게 녹여 먹는 걸 즐긴다. 하도 자주 사 먹어서 작년엔 집에 하클렛 기계를 하나 들일까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음.

    군살 찌우는 계절이 다가왔으니 체력관리에 더욱 힘을 써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준비를 해야지. 집 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할 집밥이 간절하다. 느긋히 먹는 저녁 또한 그립고. 잠깐 방심하면 저녁이라 밥 먹는 때를 놓치는데 잘 먹지 못하니 살이 계속 빠지고 있다.

    할로윈에서 크리스마스로 하루만에 급 바뀐 도시의 분위기가 낯설었던 하루. 크리스마스 계획은 따로 없지만 (아마도) 당분간 공연은 없을 예정이라 올해는 푹 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다.

Sort:  

Winter is coming !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네요 ㅠㅠ 코 끝에 겨울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네요 ㅎㅎㅎ 이번 겨울엔 따닷한 퐁듀는 어떤가요 ㅎㅎ

왕좌의 게임 테마곡을 올릴걸 그랬나봐요. 마지막 에피소드 배경이 겨울이였는데 언제 돌아올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들이네요. 아주추워지기전에 밖에서 마지막으로 놀아보자가 할로윈축제가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요. 군살 찌우는 계절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ㅎ 어제도 오늘도 비가 왔는데 이제는 정말 본격적으로 추워질듯 합니다. 군살 걱정은 마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겨울에 차가운 공기 정말 좋죠. 따뜻한 전기난로에 누워 귤까먹으며 만화책 보기, 추운 겨울 손을 호호불며 카페에 들어가 시키는 뜨끈한 겨울의 고구마라떼. 겨울은 추억의 재료를 모으기 좋은 계절이죠.

음악과 함께 따뜻한 단호박 수프를 드시는 laylador님을 상상해봤어요.
집밥은 드시기 힘들테지만 푹쉬시며 체력보충 잘하세요 :D
(본인이야말로 운동을 해야 될 텐데..ㅋ)

제 경우는 추억의 완성본인것 같아요. 이번 겨울은 혹독할거란 기사가 있던데 잘 버텨내야겠지요. 아, 며칠전 귤이 나와서 사먹었는데 벌써 꽤나 먹을만 하더라는..

고마워요! 운동은 꾸준히 하고있는데 입맛이 없어서 문제에요. 지금도 단호박죽 생각하면서 잠못자고 있어요 흑흑. 고물님은 맛있는 아침 드시고 힘내시라는 응원 보냅니다. ㅎ

저의 입맛을 좀 놔눠드리고 싶네요. 입맛이 없는 느낌을 잊은지 오래.. ㅎㅎ 하지만 그다지 음식을 보면서도 생각이 없다고 하는 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단호박죽 가서 끓여드리고 싶네요! 좋은 밤되세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합니다. 겨울의 입김도 좋고 눈의 결정도 좋고 길어진 밤도 좋아요.ㅎㅎ

저도 겨울파에요. 눈이 내리는 지역에 계시는군요. ^^ 여긴 벌써 네시면 깜깜해지는데 거긴 어떤지 궁금하네요.

코가 시리고 몸을 움츠리다보니 떨어진 낙엽들이 잘 보이더라구요 ㅋㅋㅋ붕어빵냄새도 잘 맡아서 오늘도 2천원치를...

붕어빵은 2천원 어치죠... 예전엔 꽤나 배 부를 양이였는데 요새는 한봉지에 얼마인지 모르겠네요. ㅎ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사먹었던 따뜻한 붕어빵의 기억. 저 멀리 있는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다가 꿈이 너무 먼 것 같아 잠시 걸음을 멈추면, 따뜻한 붕어빵 같은 작은 현실들이 사람을 위로하지요. 그런 위로, 따뜻한 기억 한 자락을 갖고 계시군요.^^
크리스마스에 계획없이 푹 쉬어도, 누군가와 온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ㅎㅎ

붕어빵과 솔메님의 응원같은 위로 또 없네요. ㅎㅎ 이불밖은 위험하지만 또 계획이 없으면 만드는것도 재밌죠. 여차하면 멤버들 불러서 버스킹을 할수도.... ㅎ

저를 붕어빵과 대등한 대접을. 해주셔서 영광입니다ㅋㅋ 붕어빵처럼 수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어효ㅎㅎ

헤이~ 시스터 🌹
오늘도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덕분에 조금 더 행복해졌어요 😊 고맙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5
TRX 0.16
JST 0.028
BTC 67844.42
ETH 2429.36
USDT 1.00
SBD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