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의 디저트, 생토노레로 사랑하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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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와 디저트를 비교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쓰기 시작한 글. 달콤하지만 일정량을 섭취하게 되면 질리게 되고, 건강 상도 좋지 않으나 매일 (프랑스인이라 더 그런듯) 조금씩은 먹어줘야 하는 그 유혹적이면서도 아슬아슬한 관계와 빗대어 하는 이야기에 과연 그럴까, 궁금해졌어요. 전 미식가 축에는 끼지 못하나, 나름 제 기준에서의 맛있고 건강한,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운 미적/감각적인 다양한 음식들을 소박하게 차려 먹고 외식도 종종 하는 편입니다. 바빠서 대충 차려 먹거나 마트의 인스턴트 파스타로 끼니를 때울 때는 하루 동안 어떠한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더라도 몸은 벌써 눈치를 채죠.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에 금세 피곤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며 조금 과장하자면 애정과 공감의 욕구까지 부진해 지기도 하는듯..

#Ledes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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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au St.Honoré with salted caramel

    한 식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의 디저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생토노레. 집 근처 빵집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어요. La duree, Lenotre 등 유명한 곳에서도 시즌별로 각색되어 나오는데, 동네 빵집에서 고수하는 각자 다른 레시피의 생토노레를 먹으러 찾아다니는 재미도 큽니다. 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나 개인지도가 있는 날 저녁, 오늘 하루도 고생했단 의미로 이 생토노레를 하나 사서 들고 오는 길에 먹곤 해요. 자신을 사랑해주는 소소한 방법이죠.

    생토노레는 바삭함과 촉촉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차가울 때 먹으면 더 맛있는 디저트에요. 둥근 파이 시트를 만든 뒤 가장자리 또는 속을 따라 슈를 올리고, 그 안에 시부스트 크림을 담아내는 레시피 입니다. 개인에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크렘)가 다를 경우도 있지만, 크렘 시부스트가 가장 대표적이에요. 달콤한 머랭의 향이 느껴지는 크렘 시부스트를 한 숟갈 가득 떠서 입안에 넣으면 퍼지는 행복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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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saveurs du palais-Allocine

    영화 < Les Saveurs du Palais >에서 셰프 라보리가 가장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디저트로 만들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21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활동했던 다니엘뢰 델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 영어판으로는 "Haute cuisine" 높은 질의 풀코스 식사란 뜻이에요. 남성 셰프들로만 운영되던 퀴진에서 당당히 여성 셰프로서 정통 프랑스의 '맛'을 고수하는 엄마의 음식을 선보이는데,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녀의 요리에 대한 우아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녀가 만드는 음식들에서 기교로 차 있는 장식을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인데, 영화 속 아름다운 엘리제궁의 장식과 이어지는 음식들의 향연에 점차 빠져들더라고요. 프랑스 필름만의 독특한 영상미도 영화 속 맛있는 분위기에 한 몫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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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ved black truffle toast

    영화 속의 트러플 바게트 Des tartines beurrees tartinees de truffe, 소고기 롤빵 Carre de boeuf, 아름다운 오로르의 배게 L'oreiller de la belle aurore 등 침샘 자극하는 음식에 한동안 프랑스 가정식만 찾았더랬죠. 영화 속, 엘리제의 엄마란 수식어가 붙을만한 정통 프랑스 퀴진들이 영화 곳곳에서 탄생합니다. Arther dupont 배우의 젊은 보조 요리사(파티쉐) 매력에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는 핑계로 몇 번이나 돌려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의 열정적인 손끝에서 탄생하는 타르트, 치즈, 생토노레 등은 과연 어떤 맛일까 하는 상상을….

    프랑스는 일요일엔 빵집들이 오픈 하지 않습니다. 하루정도는 탄수화물과 설탕의 중독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인가요.. 데이트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먹는 디저트를 주말이 지나면 즐길 생각입니다. 부드러운 생토노레와 따듯한 차 한잔 마시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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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배고파지네요 :)

맛있는 음식 드시고 건강한 한주 보내세요 :)

가끔은 이런 디져트를 먹어줘야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

가끔으로 줄여야 하는데 말이죠. 식사 마지막을 달콤하게 끝내는 습관이 들어서 이젠 디저트로 마무리 하지 않으면 심심하네요 ^^

사진이 너무 맛나보여요 ㅠㅠ

눈으로 먹는 디저트라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소고기 롤빵~ 어떤 맛인지 기대됩니다

Carré de boeuf 는 한국에선 좀 생소할수 있는 음식이죠. 저도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궁금하네요 :)

헉 엄청 맛있어보이네요. 이탈리아 돌체와는 또 느낌이 다르군요!

전 슈크림 케잌의 고급버전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에클레어와도 약간 비슷한 느낌. 이탈리아에 가서 디저트만 먹다 오고 싶어요 :)

생토노레 꼭 먹어봐야 겠네요. 다른 음식들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드는데 빵이나 후식은 먹고 싶은걸 보면.. 탄수화물 중독인가요? ㅠㅠ
데이트와 디저트는 좋은 비유네요~ 근데 데이트가 건강을? 데이트하랴 일하랴 잠이 부족해져서 그런가요?^^

친구의 경우엔 데이트를 '정신적' 건강을 비유한것이 맞아요.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친구라서.. 적당히 먹으면 나쁠것은 없겠죠. ㅎㅎ thrufore 님도 생토노레 좋아하실듯 해요!

찐~~한 커피랑 먹고 싶은 디저트네요^^

커피와 궁합이 좋은 달달한 디저트인것 같아요. 생토노레에 단 음료까지 더해 마신다면 한 두시간은 설탕에 취해 날아다닐수 있을듯(?) 합니다. ㅎㅎ

데이트만으로 평생을 살 수 없죠ㅎㅎ 디저트는 결국 메인이 아니라는 거. 공통점이 또 있네요ㅋ
여기는 이제 쌀쌀해졌네요. 좋은 한주 되세요^^

메인은 아니지만 달콤하니 매일 매일 하고 싶네요. ^^ 데이팅 하는것에 대해서 포스팅 하고싶은 주제가 있는데,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어요. 솔메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듯한 한주 되세요 !

디저트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이야기거리를 줄줄 풀어내시다니 멋지십니다. :))

감사합니다.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먹는거라면..) 주절주절 할말이 많았네요. 달콤한걸 좋아하는지라 버블티도 밥먹고 나서 꼭 한번씩 찾게 되더라구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아.. 파리의 빵이라.. 파리바게트.. 아니 현지의 빵맛이 궁금해집니다. 크렘 시부스트가 뭔지 모르지만 글만 읽어도 맛있을 것 같은..^^ 요번에 테이스팀에 디져트 포스팅이 있던데 참여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스팀 해가요^^

저도 음식 용어는 잘 모르는데 찾아보니 커스터드라고 이해하면 될것 같아요. 조르바님도 디저트를 좋아하시나요? ㅎㅎ 전 일본의 빵맛이 너무 궁금해요.
테이스팀과 트립스팀은 잘 활용을 못하고 있어요. 쓰는게 늘 일상글이다 보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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