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고마운 간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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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는 '엄마'다


 작년에 내측 측부인대와 전방 십자인대 손상을 진단 받았던 어머니와 몇일을 꼬박 병실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떠올려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간호는 '엄마'다, 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실제로 우리 엄마가 아플줄 누가 알았을까요. 막상 누군가를 간호한다는 것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크게 할일은 없었지만 심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수시로 간호사분들이 오셔서 여러가지를 체크해주시고, 고통에 괴로워 하는 어머니에게 약을 투여해주시고, 대화를 걸어주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일산 동국대 병원 외과병동에 머무셨던 어머니는 자리가 없어 6인실에서 몇일을 보내시다가 겨우 2인실로 옮기셨어요. 그방에 이미 계셨던 환자분은 어머니 또래로, 마찬가지로 다리 수술을 하셨던 분이었어요. 두명의 아드님이 계셨는데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방문하시며 저희 모녀에게도 다과를 나누어주시며 몇일간 친해졌었죠.

 아버지는 퇴근하시면 바로 병원으로 오셔서 같이 저녁을 먹고, (어머니는 병원식, 아버지는 밖에서 사오신 음식)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시다가 주중엔 집에서 주무시고 주말엔 병동에서 주무셨습니다. 집이 병원 바로 옆이라 어머니가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오라 하시는 심부름에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훌쩍 왔다갔다 하곤 했었어요.

 고통이 심해진 어느 밤이면 앉아 일어나셔서 조용히 저와 대화를 나누시며 참기 힘든때면 간호사님께 부탁을 드려 조금 더 센 약을 투여해달라 요청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조용한 병동을 지키시던 간호사님들은 친절히 어디가 어떻게 안좋으시냐, 메슥거리진 않냐 친절히 얘기해주셨구요. 같은 말이라도 간호사님들이 건네주시는 말은 참 따듯한 힘이 느껴져요. 전문가라 그런지, 그런건 조금 참으셔야 돼요- 아니면 약을 더 드셔도 돼요, 하시는 말에 신뢰가 간다고 할까요. 사실 전 옆을 지키기만 할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어요. 화장실을 가시는 어머니 부축해드리기,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어 드리기 등.. 차라리 제가 아팠다면 좋았을걸 이란 생각을 수십번도 더 했답니다.

간호사의 힘


 간호사, 즉 남을 간호하는 직업은 참 쉽지 않은 직업이란걸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막상 매일 24시간 같이 있어보니 더욱 와닿았습니다. 수십 아니 수백명의 환자들의 차트, 상태를 일일히 확인해가며 근무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니 감정없이 일할 순 없겠지만, 때론 바쁘셔서 냉담했던 모습에 조금 상처받기도, 한없이 따듯하고 친절한 한 마디에 덩달아 기분좋던 적도 있었답니다. 힘내시라고 수액을 놓는 팔뚝에 귀여운 곰돌이를 그려주고 가셨던 간호사님, 3교대중 늘 저녁에 오셔서 봐주시던 큰언니 간호사님, 어머니 퇴원때 고생하셨어요, 이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라고 덕담 해주시던 가장 친해졌었던 간호사님. 더 많은 간호사분들이 계셨지만 모두 쓰기 어렵네요. 모두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셨어요.

 사실상 환자들이 입원했을때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인것 같아요. 의사는 아침에 회진을 돌때 잠깐 보고 마는데, 간호사분들과는 하룰종일 더 많이 자주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까요. 포도를 가져다 간호사분들 간단한 새참하시라고 갔다 드리기도 했는데 너무나 좋아하시더라구요. 간호사분들이 다 딸래미, 아들래미 같다던 어머니 말씀에 붉히시며 저희도 다 어머니 아버님 같아요 라고 말하시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인상적이였던 장면은 그런 훈훈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손으로는 재빠르게 약을 투여하고 체크하고 적는 전문가적인 모습.. 두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서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답니다.

 이 분들도 오랜 시간동안 공부하고,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전문직 자리에 서 계실수 있는 거겠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분들인데, 옆 병동에서 들려오던 간호사를 아가씨 라고 부르던 사람들, 밥이 맛이 없다며 내팽개치며 간호사에게 화를 내던 사람들을 보며 할말을 잃었던 기억도 납니다. 세상에 무지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굉장히 고통스럽죠. 그럼에도 묵묵하게 할일 하시던 성숙한 간호사분들의 얼굴에서 많은걸 느꼈습니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신 어머니와 가끔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얼마든지 아플일은 있고 병원에 입원하게 될 기회도 생기겠지만 우리가 멀쩡히 살아가면서 늘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고마운 손들을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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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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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간호사분들 참 고생많이 하시죠. 저도 어머니 수술하셨을때 많이 느꼈습니다. 어머니 쾌차하시길 바랄께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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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st month (edited)

가족이 한번 아프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분들의 고마움이... 응원 감사합니다 jay2dream 님 ^^

안녕하세요 laylador님

랜덤 보팅 당첨 되셨어요!!

보팅하고 갈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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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감정' 노동을 겪는 분야입니다. 질병으로 마음이 불편한 것을 간호하는 사람에게 푸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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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정노동의 대표적으로 꼽히는 직업이 아닌가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