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 1 - 만약에 If Only / Raveena

in #kr5 years ago

I Couldn't Get Over You


 모색하지 않아도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는 늘 많기에, 주위에서 고찰하는 사물들을 끌어오자면 연애 이야기는 늘 꼬리처럼 맨 뒷전이였다. 하지만 친구들과 나누던 스쳐간 이야기 중 문득 오늘까지 머리 속에 남던 한 문장, 그 문장으로 시작된 연애라는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사랑이 주제인 플레이리스트 음악과 가사를 덧붙인 COLORS SHOW 와 함께 시리즈로 기록해볼 예정이다.

 평소 보지 않는 드라마를 어쩌다 틀어놓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펼치고 흘려보내던 어느 저녁, 화면에 비친 익숙한 연예인의 얼굴을 보고선 문득 누군가 물었다. 저 연예인 결혼 했나? 그러자 연예에 관심이 많은 한 친구가 대답했다. 아니, 안했어. 앞으로도 안할걸? 하지만 연애는 끊임없이 해왔겠지. 그 한 문장에서 나는 가만히 멈추고 곰곰이 생각의 빠졌다. 끊임없는 연애가 뭍 위로 떠오른 다는 것은, 누군가는 늘 겪기도 하는 관계의 굴레이기도 누군가에겐 생소한 일일터. 하지만 나에겐 단번에 흥미가 가는 주제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 뜨겁지만 식지 않는 연애의 온도를 유지한다' 라는 것.


When i was younger And i didn't know better
내가 어렸고 어리석던 시절엔
Living with these wolves Hurting for pleasure
늑대 사이에서 살며 재미로 상처를 주곤 했지
Some kind of angel took me out of the jungle
한 천사가 나를 그 정글에서 구해주었고
From your blue nights Into sunlight
우울한 너의 밤에서 벗어나 햇빛을 봤어



회상하기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거나 관계에서 배움을 얻지 않는 외톨이의 삶(Loner)이 과연 가능할까? 적은 찬스라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지난 과거의 관계에 대해 회상하는 추억들은 대게 이런 식이다. 그 시간의 그 장소에 서있는 외로웠던 나를 반복해서 떠올린다. 시간이 지난 나중에서야 한걸음 멀리 떨어져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듯이,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난 끊임없이 연애를 해온, 앞에서 얘기한 관계에 두가지 굴레 중 전자의 타입에 해당한다. 내 인생은 다들 어찌 그리 타이밍 맞게 줄줄이 나타나주시는지 자의로든 타의로든 끊임없이 누군가로 채워지곤 했다. 운이 좋은건지 불운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 연애가 나에게 남겨준 감정들과 배움은 그대로 내가 자라온 길을 진하게 물들이고 깊이 영향을 미친 것만은 확실하다.

 연애가 나에게 남긴 것 중 소중한 것 두가지를 얘기해보자면, 바로 책과 편지다. 세상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단 한 권이며 그것은 바로 '마음'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선물하던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감히 과학적으로 계산해볼 수나 있을까.매번 감상평을 편지에 써 전해 주려고 했으나 괜히 유치한 말들만 적어 내려갈 것만 같아서 마음에 묻어버리고 말았는데 결국 건네주었다면 '우리'(그와 나)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없이 흔들리고 불안했던 시간 속에 만나 불같이 타올랐던 감정들이 책에 꽂힌 편지 한 통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전해주지 못했던 그 마음 또한 그리운 추억 중 하나인 것이다.

 요즈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라는 말을 떠오른다. 비록 그 마음이 이어지진 못했더라도 그 시간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마음은 진심이었음을 알기에, 이 책도 이 책을 건네준 사람도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했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


I sleep better at night without you around
너가 없는 밤이 더 평온해
Sometimes i still awake from you calling out
아직도 가끔은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괜찮다, 얘기해주자.


 첫사랑의 추억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연애들의 단편적인 또는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그들을 추억하려는 시도는 결국 그들과의 기억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하지만 조금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적이다. 떠올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려 마음을 먹고 책상 앞에 앉은 순간부터 신기하게도 불편했던 마음이 꽤 편해짐을 느꼈으니.

 늘 생각하는 부분중 하나는, 사람의 기억은 그 모습이 늘 변형되고 뒤틀려져 자신만의 모양으로 보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분명 충분히 아프고 뜨거웠던 청춘이였을 그 시간 속 나와 그들은 좋았던 일로 행복에 취해있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고,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에서야 퍼즐 조각처럼 끼워맞추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의는 달라진다. 그들의 모습, 그때의 감정은 비록 처음과 같을 순 없을지라도, 오로지 내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그 형체 없는 기억을 끄집어내 글로 기록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도움은 우리동네 30분 의원의 정닥터님이다. 지난 12월 찾아가 받았던 심리상담때 같이 차분히 나눴던 나의 과거이야기로 예상하지 못했던 힐링을 받았고, 기억하기 힘든 부분을 끄집어내 남에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로가 됨을 경험했었다. 물론 전문의와 1:1로 이루어지는 상담과 대다수에게 공개되는 곳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이렇게 용기를 냄으로서 과거로부터 괴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용기를 불어넣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그곳에 존재한다는걸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괜찮아지기까지 정해진 날짜나 시간 따위는 없다. 내가 오롯이 괜찮아지기까지 그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내가 가장 귀기울여 주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슬픔을 느껴도 된다고 허락해 주자. 완전히 이별하는 몇가지 단계 중 내가 크게 공감하는 부분들이다.

 당신 자신의 해피 엔딩을 만들자. 곁에 누군가 있든 없든, 내 자신은 계속해서 살아내고 일상을 피워낸다.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고 그리워해도 괜찮다. 그 시간을 지나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일테니, 그 순간 만큼은 내 감정에 충분히 젖어도 괜찮지 않을까. 충분한 용기를 가지고 내 자신을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재정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It's too late to hold me
나를 안기엔 너무 늦었어
too late to call me too
나를 부르기도 너무 늦었어
You're saying if only I could get over you
넌 말하지 “만약 내가 너를 잊을 수 있다면“
Too late to know me
이제 날 알긴 너무 늦었어
I'm going without u
난 너 없이 떠날 거거든
You're saying if only, If only
넌 말하지 “만약에, 만약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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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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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각자 재밌는 연애 얘기들을 갖고 있는것 같아요 ㅎ 기대되는군요 !!
노래도 너무 좋습니다 ㅎㅎ

그동안 어떤 연애를 해왔는지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
If only 노래는 예전부터 이 주제와 딱 맞다고 느껴왔는데 시리즈 첫글에 쓰게 되었네요. ㅎㅎ

로맨스가 통하는 랄라님ㅋㅋ 저 이 시리즈 찬성이요! 어떤 시리즈보다 기대됩니다.
저도 저의 철 지난 연애이야기를 풀어볼 계획이 있어요. 제겐 처음으로 생각나는 주제가 연애인데 저와는 달리 뒷전이 되셨군요. 이리 풀어주신다니 기쁠 따름~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 뜨겁지만 식지 않는 연애의 온도를 유지한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

지나고 나서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연애이고 그 안의 있던 자신인 것 같아요.
세상 모든 만남은 말씀처럼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값진 경험이겠죠.

책과 편지가 소중하다는 이야기에서 어톤먼트라는 영화가 laylador님의 마음에 유독 와닿았는지 그리고 그 리뷰글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는지 느껴졌어요.

이번 시리즈를 통해 회상하시고 마음껏 감정을 느끼면서 좀 더 자유로워지는 laylador님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분명 해피엔딩이 되실거에요:D

뒷전인 주제긴 하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은 사랑이 제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본문에서처럼 대화에서 영감을 받고 시작했지만 COLOR SHOWS 에 너무 좋은 라이브가 많아 음악과 같이 풀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나온 주제에요. ㅎㅎ
한 사람에게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그 사람에게 모든 사랑을 퍼부어주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제 전부를 퍼붓고 받았던 그 시절은 떠올리기만해도 행복해져요. 물론 미화시키기만 하진 않아야하고 전 애인들에게 적당한 예의를 갖추고 풀어내야겠죠. 그래서 이 시리즈는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어려울거라 지레 겁먹었었는데, 고물님의 응원으로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다. ^^
연애하며 굴러가는 철지난 청춘 이야기 사실 별거 없지만 기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물님 이야기도 기대되네요. 언젠간 꼭 써주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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