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I choose us.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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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캠벨은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CEO다. 펜트하우스 집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타며, 최고급 양복을 입고 미녀들과 인스턴트 사랑을 즐기는 독신남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회사에서도 휴가보다 회사 실적을 생각하라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성공주의자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장 늦게 밤거리로 나온 잭은 식료품점에 들르는데, 복권을 바꾸러 왔다가 강도로 돌변한 거리의 부랑자와 맞닥뜨린다. 잭은 복권을 자신이 사고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에서 벗어난다.

 잭 캠벨이 잠이 들어 다음 날 깨어보니, 침대엔 13년 전 여자 친구와 아이, 그리고 개까지 함께 뒹굴고 있다. 놀란 캠벨은 집을 나와 자신의 회사로 향하지만, 경비원에게 쫓겨난다. 어제 만났던 부랑자를 다시 만나게 된 캠벨은 이렇게 삶이 변한 이유를 듣게 되는데, 13년 전 성공을 위해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를 엿보는 거라는 답을 듣는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뭔가를 깨달아야 한다는 말만 남기고 부랑자는 떠나간다.

 혼란에 싸인 잭 캠벨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그때부터 가족과 함께 살며 적응하기 시작한다. 13년 전 여자 친구였던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생겨난다. 주변 이웃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행복도 깨닫는다. 타이어를 판매하며 살아가며 소박한 행복에 만족할 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잭 캠벨은 마트에서 다시 그때의 부랑자를 만나게 된다. 잭 캠벨은 부랑자에게 자신을 다시 돌려놓지 말라고 한다. 부랑자는 잭이 드디어 필요한 것을 깨달았다며, 엿보기 삶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 날 잠든 잭은 원래의 현실로 돌아오고, 어제의 삶을 그리워한다.

 2000년에 개봉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패밀리맨>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예전 인생극장을 연상시킨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갈라진 두 개의 삶을 차례로 보여주며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영화에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명대사가 나온다. 엿보기의 삶에서 타이어가게에 들른 대기업 회장의 눈에 들어 다시 성공이냐, 가족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 잭에게 아내가 말한다.

“I choose us.”

 이 대사는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온 잭이, 13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옛 여자 친구를 찾아갔을 때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성공이냐, 사람이냐, 하는 주제는 어찌 보면 매우 진부한 주제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의 모티브가 되었고, 지금도 변주되며 이야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 진부한 주제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우리에게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 된다. 잭처럼 대단한 성공을 좇아가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하나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우리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조언

 내가 대학생이 되었던 스무 살, 존경하던 선배가 후배들에게 진지하게 조언했다.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해라. 그 시간을 모으면 네 실력을 훨씬 빨리 키울 수 있다. 공부하고 책 읽는데 시간을 써라.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 너희들을 성장시키고 자라도록 하는데 에너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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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가 이제 막 새로운 사회에 들어온 신입생에게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조언이었다. 꽉 짜인 일정을 벗어나서, 넘쳐나는 시간을 부여받은 신입생에게, 하루를 스스로 관리하지 못해 방종한 일상을 보내기 쉬운 신입생에게 필요한 조언이었다.

 그때 선배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지만 잘 따르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다른 이를 만나 카페에 하릴없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책 읽는 것보다 더 어려워졌다. 가정을 이룬 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탓도 있지만, 시간이 난다해도 목적 없이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편치 않은 일이 된 것이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거창한 목적 없이도 누군가와 만나 부담 없이 대화하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그 선배의 조언을 들은 우리 중 누군가는 그 조언대로 힘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문득 나와 같이 사람 만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어쩌면 선배도 자기가 낭비라고 여겼던 그 일을 걸음마하는 것처럼 다시 익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선배한테 우리 중 누군가가, 그렇게 시간을 아껴 자신의 실력을 기르고 성장해야 하는 목적을 물었다면, 선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카페에 죽치고 앉아 뭔가 도움이 되는 대화를 주고받기 위해서라고.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 선배는, 이타적인 목적 없이 성공을 꿈꾸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목적을 생각함

 우리는 어떤 대단한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본질적인 목적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내가 처음에 얼마간의 여윳돈과 이곳에서 받은 글 보상을 가상 화폐에 재투자한 것은, 가족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기 위해서였다. 가상 화폐가 오르면, 그걸로 육아로 밤낮 고단한 아내에게 마사지 쿠폰도 끊어주고, 아이에게 고가라 사주지 못한 장난감도 사줄 요량이었다. 그리고 조금 많이 오른다면, 가족 여행이라도 가서 좋은 숙박시설에서 묵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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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알다시피,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가장 고점일 때 투자했던 돈은, 삼분의 일 토막이 났고,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와 놀아줄 때도, 때때로 시세 화면을 들여다보곤 했다. 가족을 위해 시도한 일로 인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방해받게 된 것이다. 난 내 행위의 근본적인 목적을 잊었던 것이다.

 지금 같아선 안 된다. 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원래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떤 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패밀리맨>에서 잭과 아내가 서로를 붙잡기 위해서 했던 말, “I choose us.”는 정작 내가 기억해야 할 말이다.

 I choose us. 다시, 목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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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D사이일 뿐
바로 'Birth' 와 'Death'
하지만 그 안에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C 바로 'Choice'

오늘 솔메님께서 이걸 알려주고 싶으셨군요.
지금의 선택 후회없길 위해 최선을 해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승진'대신 언제나 '나의 가족'을 택합니다 ^^

그나저나 솔메님..
암호화폐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의 가격을 볼 수 없을 날이 머잖아 올겁니다 ^^

승진 대신 가족을 택하시는 소철님~~ 역시 제가 생각해오던 그 이미지십니다!^^ 사실 저도 가족우선주의입니다. 승진을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을 그곳에 투자해야 승산이 있는데, 저나 아내나 우리 아이 잘 키우고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자 주의라서 별 야망없이 지냅니다. 주변에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더라구요. ㅎ
암호화폐 말씀, 소철님에게 이런 얘길 들으니 신뢰가 확~ 갑니다. 정리할까하는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네요. 그저 묻어두고 몇년 뒤에 열어보는 방법을 고려해봐야겠어요ㅋ

저도 대사를 메모해봅니다... 힘들때마다 다시 꺼내서 되새기듯 봐야겠어요 ㅎㅎ

네 잊을만하면 다시 떠올려봐야겠어요ㅎ

무엇을 위한 노력이고 삶인지. 때로 허망해지기도 하는 그 삶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 해보지만 허탈해지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I choose us.’라는 말과 행동이 중요해지는 걸까요.

네 생각하지 않고 시간에 떠밀려 지내다 보면 목적 잊고 흘러가는 일이 많더라구요. 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싶어요. 감사합니다^^

부가적인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왜 이러한 행위를 시작했는가에 대한 본질을 생각하라... 가족을 행복하기 위해 투자한 돈이 반토막이 됫다고 해서,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본질이 훼손되면 안되겠죠. 잘읽었습니다. @홍보해

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읽으셨네요^^ 입대 준비는 잘하고 계신가요. 몸도 마음도요. 남은 날 춥지만 좋은 시간 보내세요ㅎ

@kyslmate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별이 수고 많아요^^

목적을 다시 찾으셨네요. 그 목적이 지금 여기서 행복과 연결되니 보기 좋습니다. 탈중독되는 과정이네요.

수시로 목적을 다시 생각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 대학생으로써 선배가 해준 조언이
되게 확 와닿는것 같아요..
팔로우 꾸욱 누르고갑니다!

요즘 대학생 참 바쁘죠? 힘내세요.^^ 팔로우할게요. 자주뵈어요.

와, 패밀리맨!
제가 예전에 보고 정말 감동받았던 영화!
본질이 중요한건데 항상 본질은 못보는 저같은 장님에게 큰 메시지를 준 영화였죠. 어렵지도 않고 재밌고 훈훈하고 쉬운데도 메시지가 명확해서 좋았던 영화..^^

네 메시지가 간명한데 연기와 스토리가 참 좋아서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허니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ㅎㅎ

선배의 조언이 와닿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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