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무서움을 떨쳐낼 수 있는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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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살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주인공 아이가 무서울 때 뭔가를 상상으로 불러낸다는 내용이었다. 거대한 거인이 잠이 든 아이를 지켜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책을 다 읽고 딸에게, "우리 딸은 무서울 때 뭘 부르고 싶니?" 라고 물었다. 딸은 너구리를 부르겠다고 답했다. 너구리는 요즘 딸이 좋아하는 팔뚝만한 인형이다. 난 다시 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기를 지켜달라고 큰 거인을 불렀는데, 너는 (작은) 너구리를 부를 거야?" "응. 너구리를 꼭 안을 거야. 호랑이도 불러서 꼭 안을 거야." 호랑이도 팔뚝만한 인형이다.

 난 그림책에서처럼 힘이 센 뭔가를 곁에 두었을 때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딸의 생각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힘 센 뭔가가 아니라, 우리처럼 작지만 친숙하고 따뜻한 대상을 통해 두려움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말이다. 거대한 몸집 대신,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다. 서로가 얼마나 작고 약한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혼자였을 때, 세상이 두렵고 한없이 작았던 소녀와 소년은, 자기보다 작은 아기를 안고 온기를 느끼며 이전보다 조금 더 용감해진다. 호위 무사나 큰 가드가 두려움을 없애주지 못한다. 나를 사랑하는 작고 연약한 아이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무섭고 막막할 때, 세 살 다섯 살 아이들을 꼭 끌어 안는다. 자주 안는다. 하나님께서 거인대신 아이를 곁에 두신 이유다.

 세상은 나를 지켜줄 히어로를 원하고, 온갖 히어로가 극장가를 점령했지만, 실제 세상이 무서움을 떨쳐낼 수 있는 이유는 눈 먼 내 등을 타고 있는 앉은뱅이 친구 때문이요, 내 품에 안긴 작고 연약한 너구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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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i님의 평론가들의 도서리뷰 # 63 (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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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약한 사람, 내가 지켜줘야 되는 사람이 힘을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

네 맞아요. 서로 힘을 주는 존재지요. ^^

오 그렇군요. 부싯돌 처럼 인가요. ㅎㅎㅎㅎ

엄마가 그래서 강한가 봅니다.

그래요. 엄마, 아빠가 되면 더 강해지죠^^

친숙하고 따뜻한 대상을 통해 두려움을 더 잘 이겨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말이다

어린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있으면 편안함을 찾듯!!
자신에게 친숙한것이 더 안정을 찾아주는것 같아요^^

네 맞아요. 가장 친숙한 존재가 부모지요ㅎ
우리 아이는 호랑이 다음에 아빠를 말하더라구요. 다행이라 해야할지ㅋ

실제 영웅은 내 옆의 가족들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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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두의 곁에 영웅이 있지요^^

쏠매님 포스팅을 보고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느 작은 아이가 어머니와 한 밤에 산길을 걸어가는데 아주 무서웠었답니다. 어머니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무사히 집으로 들어와 어머니께 산길을 지날 때 무섭지 않았냐고 여쭤봤더니, 어머니도 많이 무서웠지만 작은 아이가 있어 무서움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쏠매님이나 저 같은 어른들도 작고 연약한 아이들이 있어 두려움과 무서움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네요^^

네 집에 혼자 있는거 보다 갓난 아이라도 함께 있으면 무서움이 훨씬 덜하다는 얘길 들은적도 있어요^^
가족은 크든작든 함께 지켜주는 사이인가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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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yes님의 [뉴비붙잡을오예스] #2 뉴비님들 어디계시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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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namu ravenkim jungjunghoon bbooaae kyslmatedozam

감사합니당! 고마운 오예스 원정대원느님들+_+!!! 매우 유치한 이름에도 ㅋ 흔...

서로에게 기댈수 있는 대상에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고 그런 것 같아요.

호돌박님은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많아 든든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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