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치와 절망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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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치란 반응이 일어나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뜻한다. 역치가 높으면 작은 자극으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역치가 낮으면 작은 자극으로도 반응이 일어난다. 그러한 역치는 일반적으로 계속해서 높아진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의 신체는 작은 운동으로는 자극을 받지 않고 운동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역치를 넘을 수 있도록 운동의 강도를 점점 늘려나간다. 중독도 이와 비슷하다. 큰 자극에 자주 노출된 뇌는 도파민 수용체를 줄이고, 도파민 수용체를 줄이면 역치가 늘어난다. 더 큰 자극으로만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작은 자극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콜 중독자는 음주량을 계속 늘려가고, 약물 중독자는 더 강한 약물을 찾는다.

정신에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한번 높아진 눈은 낮아지지 않고 요행히 받은 성적을 넘어야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아까 신체의 이야기를 할 때 운동을 예시로 들었는데, 운동에 작용하는 역치는 신체적인 면만 있는게 아니러 정신적인 면도 있다. 여러 사정이 있어 몸이 약해진 사람의 경우 신체의 운동에 대한 역치는 낮아졌더라도 정신적인 역치는 낮아지지 않아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 하고, 약해진 몸이 견딜 수 없는 격한 운동을 하다가 역효과를 보기도한다.

역치가 계속 높아지면 행복의 역치도 높아져서 행복에 무뎌지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와는 다르게 어른은 쉽게 행복을 느끼지 못 하곤 한다. 그런 어른은 불행하다. 공허함을 느끼고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어도 잠시뿐, 역치가 높아지는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또 금새 그 자극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서 행복을 느끼지 못 한다. 그리고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 하는 자극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공허감도 커질 것이다. 마치 항생제 남용의 결과로 나타난 슈퍼 박테리아처럼, 그 거대해진 공허감은 숙주를 갉아먹는다.

일상에서의 행복을 충분히 소중하게 여겨도, 더 큰 행복이 찾아오면 그 행복에 더 큰 감사함을 품게 된다. 그리고 한번 상대적인 크고 작음이 생긴 후에는, 그 큰 행복의 상실을 감당하는게 쉽지 않다. 여전히 일상에 감사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지만, 한번 느꼈던 큰 행복감이 영원하길 바랐던 기대감이 꺾일 때의 좌절감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과연 그런 좌절감에 대한 역치를 높일 방법도 있을까? 역치를 높혀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글을 쓰는게 너무나도 힘이 들어서 어설프게 글을 마치게 되었지만, 오늘 글을 올리지 않으면 또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아, 어설픈 글이나마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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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ee 선생님도 글의 역치를 갖고 계시는듯요. ㅎㅎㅎㅎ 역치가 있다는 건, 맞는 말씀 같습니다. ㅎㅎㅎ

요즘 글을 잘 못 올리시는 이유가 바로 이 글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

어설프고 본인이 만족못하는 글이더라도
이렇게 족적을 남긴게 어딜까 싶네요

역치라는 개념과 더불어서
역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겪게 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저도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한때 만원단위로 넘어가던 스팀시세를 겪으면서
반영되어지는 보팅값을 보면서
보팅값에 대한 역치가 높이지게 되면서
피로함과 힘듬을 겪었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죠;;;

간사하게도 행복의 역치는 낮아지지만 불행의 역치는 생각보다 낮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인간은 상실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 몇 배로 민감한 법이니깐요.

문득 글을 읽으면서 역치란 기대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생물학적 화학반응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꽤나 역치가 낮은 사람이거든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늘 잘 읽고 있어요.

아마 두가지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는 없는 경우도 많을 거에요. 사람이 품는 기대감이 생리적 반응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생리적 반응이 변화함에 따라 기대감의 크기가 변하기도 하겠죠.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네요. 고통에 대한 역치도 있을 수 있겠네요.
굳은 살이 박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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