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감퇴는 뇌기능의 저하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경험의 증거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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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증거로 리모컨을 찾기가 힘들다, 어제 보았던 TV 프로그램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전 식단과 누굴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와 같은 사례들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을 토대로 자신의 뇌기능이 저하되어 더 이상 새로운걸 학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가지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개인의 정서, 태도가 육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거대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진 사람은 면역력이 상승합니다. 불안함을 해소하는 음악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킵니다. 고해성사, 일기, 그룹테라피, 심리상담 등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경험은 면역력을 상승시킵니다. 면역에 국한된 일도 아닙니다.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 낙관을 지닌 것이 성취도, 수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등은 끊임 없이 연구되고 증명되었습니다. 가장 흔히 알고 있는 것으로 플라시보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효능이 없어야 할 위약을 복용자가 효과 좋은 약이라 생각하고 복용하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뇌기능은 쇠락하고 있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뇌는 예측의 도구입니다. 다음에 올 일을 예측하는게 뇌의 주요 업무입니다. 지능검사도 패턴에서 다음에 올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가 주를 이룹니다. 여러분들이 계단을 오를 때, 계단의 높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눈대중으로 발을 얼마나 들어서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험을 토대로 뇌는 어느정도 발을 들어야 정확하게 계단을 오를 수 있을 지 쉽게 답을 냅니다. 구기운동을 생각하면 논의가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우리는 공의 궤도를 끝까지 바라보지 않습니다. 공이 날아올 방향을 예측하고, 경험을 토대로 그 궤도에 맞추어 받아치는 자세를 취합니다. 더 나아가 내가 받아친 공이 날아갈 궤도, 이를 받아칠 상대의 자세, 그 다음 공이 떨어질 위치까지도 끊임 없이 예측합니다. 이러한 예측은 경험을 토대로 일어나며 경험의 저장이 곧 기억입니다.

우리 뇌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기억합니다. 이는 특히 퇴행을 겪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족 누구도 의식의 표면에 떠올리지 않고 있던 기억이 이들에게는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흔히 기억력 감퇴라는 말은 가지고 있던 기억의 상실이 아닙니다. 뇌는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기억력의 감퇴는 '기억력'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뇌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는 능력의 감소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는 사실 아주 간단한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측을 위해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경험을 기억의 형태로 지니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예측에 전혀 필요 없는 기억은 어떻게 될까요? 이미 충분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의식의 표면에 생생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겪는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가 여기서 나오는 현상입니다. 매 순간 뇌는 경험을 기존에 가진 기억과 대조합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게 많을 수록 그 경험은 새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에 가진 것과 다름 없는 경험을 새로이 받아들이는 것은 예측의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일상에서의 몇몇 경험들을 굳이 꺼내기 쉬운 곳에 저장하지 않습니다.

막상 나이 많은 이들과 젊은 이들의 암기력을 시험하면 나이 많은 이들이 유의미하게 높은 수행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경험을 토대로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법'조차도 젊은 이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혹시 뇌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건 어떨까요? '노인이라면 당연히'라는 생각에 새로운 경험을 피하고 익숙한 것만 찾는다면 정말로 뇌기능의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육체도 지속적으로 단련하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들듯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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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도토리를 여기저기 저장해놓고 잊어버리는 다람쥐 같네요. ㅎㅎ 다람쥐가 깜빡 잊고 놔둔 도토리들이 훗날 참나무 숲을 이루듯, 우리 머리 속에 저장된 기억들도 나름의 역할을 다 할 거라 믿습니다. :)
머리건 몸이건 꾸준히 움직여줘야 하나봐요. :)

역시 멋진 표현력입니다. 기억에 관한 글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마지막 문단에만 주목하시는거 같아 조금 아쉬움이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이제와서 머리가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감소시키지 않으려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해봐야겠어요.

경험은 돈이 드니 결국 돈을 벌어야... 스팀 10배 갑시다!

맞네요~ 도전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죠. 경험과 조화를 이루는 도전은 가치를 상승시킬 것 같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오늘도 도전~~ ^^

진짜 새로운 경험은 삶의 활력소가 되는것 같아요..
뇌건강을 위해서라도 더 즐겁게 새로운 경험을 찾아나서야 겠어욤 ~~ >_</

맞습니다 ㅎㅎ 스팀잇에서도 다른 분들의 경험과 생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니 매일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입니다.

맞아요! 우리에겐 경험이 있잖아요!!^^ 경험의 힘!

저는... 아재가 아니라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답니다... 죄송합니다!

경험의 힘을 실감하고 갑니다 ㅎㅎ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진짜 과학자 앞에서 과학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군요!

오.. 레퍼런스가 궁금해지네요. 혹시 몇 가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특히 마지막 문단에 관한..

정확한 레퍼런스를 드릴 순 없고 아마 참고한 곳은 로버트 트리버스(The folly of fools) , 제프 호킨스,(On intellegence) 마이클 가자니가(Who's in charge), 이 셋 중 하나였을겁니다. 학자도 아니고 글을 쓸 때 논문을 참고하며 쓰질 않아 신뢰도가 낮음을 용서하시길.

무섭네요.
긴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겠습니다.

무섭기보다 낙관을 담으려 쓴 글인데 무서움을 느끼셨군요. 압박감도 몸에 좋지 않으니 부담 없이 즐깁시다.

'기억을 꺼내는 능력의 감소' 라는 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셜록홈즈에서 나온 기억의 궁전?! 과 같은곳을 만들고 기억을 찾아내는 훈련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음,,,,꼭 @kmlee 님의 글때문이라고 할수도 없지만 아니라고도 할수 없죠
무슨 말이냐구요?
3,4번읽던 글을 요즘은 2,3번? 간혹4번 하여간 많이 요즘 좋아지고 있습니다.꾸준한 훈련덕인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읽을것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좋아지는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어떤 방향이건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이처럼 기쁠 수가 없습니다.

감사는 제 몫이죠 ^^...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거군요. 저도 꾸준히 노력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정말 신기하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끔씩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뇌는 알고보면 이처럼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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