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4)

in #kr7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4)


나는
모의고사는 아니지만
1학기 기말고사때보다
2학기 중간고사에
수학 점수가
19점이나
올랐다.


2009년에
막대과자데이는
수능 전 날이었다.

공식적으로
선물을 줄 수 있는
이런 데이, 저런 데이를
반드시 놓치지 않는다.
여러 사람에게 주는 것 처럼 하면서
꼭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튀지 않게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조금만 더 특별하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곁들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날이니
반드시 놓치지 않는다.

재돌샘에게도
막대과자를 두고왔다.
손편지는 없이.
아침에 일찍가서
재돌샘 이름이 적힌
신발장 안에 넣어두고 왔다.
재돌샘에게 막대과자를
줄 사람 따로 있겠지만
재돌샘이 고등학교 있을 때는 줬으니까.
작년에는 좋다고 쫓아다녔던
내가 오지 않아서 서운할까봐.
찾아오지 않는 내가
이상하다 생각할까봐.
여자 친구 있는 거 알지만
재돌샘은 내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니까.
내가 선생님을 좋아한 건
어쩌면
선생님을 향한
존경의 의미였으니까.
감사의 마음으로
막대과자를 두고왔다.

나라는 사람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욕심의 의미로도.

막대과자를 여기 저기 주면서
나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 자체를 안 해야
상처를 덜 받을테니까
나는 줘도
받지는 못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재돌샘에게
선물을 받는 일은 없었으니까
일찌감치 기대는 관뒀다.
그래도
내가 준 편지에 대한
답장은
세 번 정도
해주긴 했지만.

근데
그 날은

기대가 됐다.
과학선생님은
다정하니까,
꽤 섬세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날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내가
선생님에게
막대과자를 받아야한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그래서 과학선생님에게는
얼굴을 보고
직접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과학선생님 손에 직접 쥐어 줄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수능 전 날이라
고3 선배들 눈치가 보여
관리실에 갈 수가 없었고
과학선생님이 혼자 있는 족족
관리실에는
여학생들이 바글바글 했다.
나는
고3 선배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시간에 맞춰
관리실로 갔다.
안타깝게도 관리실에는
과학선생님 혼자가 아니라
기숙사 총 관리감독 선생님과 계셔서
그 선생님께도 막대과자를 드리고
과학선생님 앞에 다가가
막대과자를 내밀었다.
손편지도 함께.

나는 과학선생님이
"자 이건 니꺼."하고
나에게 주는
막대과자를 받을 기대에 차 있었지만
"잘 먹을게."
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기운 빠진 얼굴로
관리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킴쑤야."
라고 과학선생님이 날 불렀다.
나는 선생님이
입술을 떼는 순간을 가로채
"아무 말도 하지마요! 눈물 날 것 같아요!"
라고
허섭스레기 같은 말을 남긴 후
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나 뭐래니...'
막대과자 받을
기대했다 실망했다고
있는 그대로 다 뱉어낸 꼴이었다.

'근데 과학선생님은
나한테 무슨 말 하려고 했던거지?
설마
내가 준 거 도로 가져가란 말이었을까?'

그 날
일과가 다 마치도록
과학선생님은
나에게
막대과자를
주지 않았다.
야자 할때는
그냥 포기 상태였다.
기대하지 않는다 해놓고
기대한 내 잘못이고,
내가 과학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지
과학선생님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기대한 내가 미쳤지.
나 혼자 좋아하는거면서
막대과자 받을 생각을 했던거야?'

점오가 끝난 조금 늦은 밤.
2009년 그 때는
'신종인플루엔자'라는 병 때문에
기숙사 사감선생님들이 애를 먹었다.
나는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관리실 옆에 있는 교무실에 있었다.

그런데
어째
과학선생님은
나와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에 자꾸
찾아왔다.

처음에는
안 그래도
마음 정리 안되서 죽겠는데
자꾸 얼굴을 드미는
과학선생님이
미워서
자는 척 엎드렸다.

그래도
날 좋아하는 줄 알았던
과학선생님에게
받지 못한 막대과자에
미련이 남았던 것이다.
그래서 좀 우울해 있었다.
선생님이라서
학생에게
잘 해줬던 것일 뿐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아서 슬펐다.
재돌샘처럼
여기까지가 끝일까
싶어서.
사실
내가 꼭 받을 필요도,
과학선생님이 줄 필요도 없는
막대과자를 가지고

혼자
실망하고
상처받고
삐치고
우울하고
슬퍼하는
혼자 하는 짝사랑인 걸 가지고.

엎드리고 있는
내 머리 위로
과학선생님 손이 올려졌다.

'왜 이래. 진짜.'

과학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내가 고개를 돌렸더니
"자는 줄 알았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과학선생님은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나가기 전에
다시 엎드려 있는
나를 깨우려고 그랬는지
손이 머리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내가
휙 하고 일어나버렸다.

과학선생님이
관리실에 가고
교무실에는
열이 오르는 여학생이 있다며
후배가 찾아와서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과 함께
여자 기숙사로 갔다.
급히 교무실에서 나가는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을
보고 왔는지
과학선생님은
다시 내가 있는 교무실로 오더니
내가 앉은 의자 뒤에 서서
"요새 어디 아프니?"라고 물었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어디가?...마음이?"
과학선생님은 오히려
내가 하는 대답에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나는 과학선생님이
내 마음도 모르면서
장난치는 것이 괘씸해서
"아니요. 그냥 아파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휙 나가시길래
그러고 가시나 보다 했는데
관리실에 갔다가
다시 교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교무실 문을
꾹꾹 누르면서 꽉 닫더니
다시
내가 앉은 의자 뒤에
과학선생님이 섰다.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리는 순간
내 눈 앞에
막대과자가
보였다.

"비밀."

'나한테 지금 막대과자 주는거야?
지금 나한테 비밀이라고 한거야?
갑자기? 지금 주려고 여태까지 기다린거야?'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사감샘한테도 말하지 말고!
얼른 숨겨."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이야기 하는 과학선생님 때문에
얼굴을 벌겋게 달아 올랐다.
그 상태로 뒤돌아 보지 않고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엇, 반응이 없는데? 그럼 도로 가져간다?"

그래서
내 머리 위에
올린 과학선생님 손 위에
내 손을 포개고
또 "감사합니다."라고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금방 과학선생님은 관리실로 돌아갔다.
교무실에 혼자 남은 나는
한참을
속으로 웃었다.
뒤늦게 기대를 버렸더니
돌아온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과학선생님한테
진짜
막대과자를
받다니...
이런걸 언제 준비한걸까.
완전 감동이야!'

선생님이 준 막대과자는
그냥 시중에 파는 빨간 종이 상자에 든
막대과자가 아니었다.
기존 막대과자보다 작은 크기이고
따로 투명 포장지에 들어있는
막대과자였다.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막대과자였다.
가방 안에 넣어두고 나니
여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돌아오셨다.
또 관리실에서
온 과학선생님은
떡을 갖다 주질 않나
음료수를 갖다 주질 않나
왔다 갔다 하면서
"안 오려고 했는데 자꾸 뭐가 나오네."
하면서 자꾸 그 잘생긴 얼굴을 비췄다.

기숙사 올라가기 전에
문단속 하는 과학선생님 뒤로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 마냥
뛰어가서
"으히^_______^"하고 웃었다.
캄캄한 복도를 둘이 나란히 걸으면서
확인 받고 싶은 것이 있어서
내가 물어봤다.

"다른 애들도 줬죠?"
"당연히 다 줬지."

'아 진짜. 내가 그럴 줄 알...'

"멘티들 주고,
멘티 말고는 너 밖에 안 줬어."

'....아. 그래도 멘티는 줬네.'
표정만 바꾸며
대답은 하나을 하나도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싫구나?"

"네?"

과학선생님이 날 쳐다보길래
눈이 마주쳤다.
"다 뺏을까?"

나는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뇨, 아뇨. 쳇."

과학선생님은 날보고 빙그레 웃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와! 막대과자 받았다!"
라고
비밀이라고 해서
선생님 앞에서 작게 외치며
여자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에 올라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몇 번이고 삼키고
막대과자를
나만 볼 수 있는
서랍 속에 넣었다.

과학선생님 멘티 중
나와 친했던
다인이는
나에게
투명 포장지에 들어가 있는
막대과자를 보였다.
"멘토 아빠가
오늘
막대과자 줬다?"

내가 받은
반의 반 정도 였다.
기분 좋은 표정을 숨기며
"멘토 아빠 있어서 좋겠네."
라고 웃어보였다.

과학선생님이
정말
날 위해서
막대과자를 준비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과학선생님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확신이들었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거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본 과학선생님
폰 배경화면을 보고
1000일이 넘은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돌샘에게 한 번 겪어보니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당연히 있겠지.' 싶었다.
이렇게 다정하고 친절하고
잘생긴 사람에게
여자친구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나는
가까이 있지 않은 과학선생님의 여자친구보다
매일 과학선생님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웃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과학선생님을
여자친구에게서
뺏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과학선생님이 준 막대과자는
6~7번에 걸쳐서 다 먹었다.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꺼내서.
정말 소중하게
아껴먹었다.

그리고
과학선생님이
내 마음을 뒤흔든 사건은
또 있었다.

_내일 봐요!

Sort:  

과학샘이 마음을 어뜨케 흔들었을까~~~~요?
윽~~~ 간지러워 못 살겠어욥..빨랑 올려 주세요~^^

헷.. 아마 내일을 금방 올릴 수....있을 예정입니닷^^
간지러운 부분은 살살 긁어주세요. 피나지 않게요 살살 ㅋㅋㅋㅋㅋ

앗!!
매번 지금이야!!
하는 순간에 끝난다고요!!
ㅎㅎ

헤헤 제가 그거 연습중이라 ㅎㅎ 제 의도대로 되고 있군요 ㅎㅎ

요즘 바빠서 밀린거 다 챙겨 보고 있어요 흑흑 ㅠㅠ
보팅하고 갈게요 @kimssu님 ^^

많이 바쁘시군요ㅠㅠ 힘내세욥! 그래도 오셔서 챙겨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빼빼로....빼!빼!!로!!!
@홍보해

@kimssu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름이님 저의 소환에 급히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을 보는 재돌샘은 속으로 속상해합니다.

크흑 ㅋㅋ그렇지 않으시답니다.ㅋㅋㅋㅋㅋㅋ 그런지 안그런지 모르겠지만^^ㅋㅋㅋ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209.62
ETH 2570.91
USDT 1.00
SBD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