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8. Out of sight, out of mind.(3)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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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이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잡아 끌고
방에서 나왔다.


8.
Out of sight, out of mind.(3)

그리고 기숙사 중앙에 있는
독서실에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나경이는
"일단 여기서 얘기해도 되겠지?
애들 기숙사 들어오는 시간이라
아직 아무도 없나봐.
여기 앉아봐. 내가 물 좀 떠올게."
라고 얘기했다.

나경이가 정수기에
물을 뜨러간 사이
얼굴에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나는 왜,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경이가 "괜찮아?" 물으며
물컵을 내 앞에 내려놨다.

내가 훌쩍거리자 나경이는
"방에 가서 화장지도 가져올게."
하고 자리를 떴다.

지금까지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그동안 재돌샘에게 가졌던
마음들이
혼란스러웠다.

'둘이 사귀든가 말든가 내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뭐라고...
재돌샘이 누구랑 사귀든가 말든가.
원래 여자친구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잖아.
나는 그냥 학생이고, 재돌샘은 선생님인데
내가 뭐라고
지금 이러는거야?

근데

근데
내가 지금까지 선생님한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건 뭐가 되는거지?
선생님이
왜 나 예쁘다고 했지?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 예쁘다고 해줬지?
나 예쁘지도 않은데...
왜 예쁘다고 했지?
왜 날 학생이 아니라
여자 대하듯이!
머리는 왜 쓰다듬고
다른 친구들한테 하는 거랑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웃고
왜 특별하게 나를 대한거냐고.

선생님 중학교 가고 나서도
한번 마추쳐보려고 애쓴 나는 뭐야?
뭐하러 맨날 맨날 편지 쓴거야?
내가 수학 일기는 쓴다고 했을 때
선생님이 왜 좋아한거야?
수학 일기 써서 갖다주고 맨날 또 돌려달라 했던 게
얼마나 귀찮았을까!
내가 얼마나 선생님을 귀찮게 만든걸까.
내 악수한답시고
손잡고,
선생님 생일 날
내가 확
선생님 끌어 안았을 때
내가 선생님을 성추행한건가?

나 대체 선생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나 혼자
선생님 하는
말마다
행동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생각한거네.

내가 좋다고
헤벌레하면서
선생님한테
달라들 때
선생님은 그런 날 보면서
웃겼을까.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삐진 척하고
띄엄띄엄 반말도 찍찍하는 내가,
심지어 수학 일기에 선생님한테
오빠라고도 써놨던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나경이는 휴지를 가져와서
한 장, 두 장 빼주었다.
"울지마. 킴쑤야."
그리고 안타까운 듯
내 손을 토닥이며 얘기했다.
"나도 깜짝 놀랬어.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거기서 갑자기 재돌샘이랑 나타날 줄 몰랐지.
내가 진짜 크게
"선생님!"하고 불렀는데
아는 척도 안하고 가버리니까.....
그러면 안 들킬거라고 생각했나봐.
근데...내가 너한테만 얘기할 걸 그랬나...
미안해.
근데 진짜 깜짝 놀라서
내가 흥분해가지고 얘기 다 해버렸네.."

"아냐. 나경아.
후우....
근데
...나경아 있잖아.
나 지금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
내가 뭐라고 지금 이러고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선생님이 원래 나 좋아한것도 아니고
나만 혼자 좋아한건데,
나 혼자 좋아한거면서
내가 뭐라고
지금 이렇게 눈물이 나는건지 모르겠어."
그리고 한참을
나경이 앞에서 울었다.
눈물 북받쳐 터져나왔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눈물을 참으려고 애를 쓸수록
더 머리가 띵해졌다.

"나 머리가 너무 아파.
그냥 방에 들어가서 잘래."

우리 방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룸메들이 예상이라도 한듯
"킴쑤야 괜찮아?"하고 물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응."이라고 대답했다.
"나 먼저 잘게."라고 대답했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남자친구 있다고
언뜻 얘기하시는 거 같더니.
그게 재돌샘이었다니.
어쩐지..
그 때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울었을 때
그래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었구나.
그래서 자기가 나중에 따로
얘기 해본다고 한거구나.
진짜 그래서 둘이서 맨날
마주보고 같이 점심 먹은거구나.
그래.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착하고, 아담하고,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내가 남자라도
나보다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을 좋아하겠지.
나는 수학도 못 하니까...
재돌샘은 나보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더 말이 잘 통하겠지.
B반 여자 수학선생님 부럽다.
여자친구라니...
수리 20점 올려봤자
선생님 달라고도 못하겠네.
선생님은 나한테 뭘 다 준다고 얘기한걸까.
공부 맘 잡고하고 뭘 생각해보라고
얘기한걸까.
나한테 뭐하러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그 다음 날부터
재돌샘을 찾아가지 않았다.
일부러 중학교에
찾아가는 일은 없었다.
물론
만나기 위해서
애쓰는 일도 하지 않았다.
주차장에
선생님 차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지도 않았다.
선생님 뒷모습을 봐도
달려가지 않았다.

자주 보지 않는 만큼
재돌샘에 대한
마음이 점점
작아졌다.
그냥
안 봐도 상관 없었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사귄다는
사실을 알면서
선생님을 만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애정표현을
해서는 안 됐다.

_내일 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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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재밋어지네요 재돌쌤과 관계가 크으.. 잘 보구 갑니당!

연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궁금궁금 ㅎㅎ

흐힛. 기다려주셔서 넘 감사해요ㅠㅠ 오늘 친정갔다오느라 좀 늦었네요^ ^ 늦어서 죄송해요~~

글 호흡의 적절한 분배가 마음에 듭니다. 자.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경쟁자일 것인가, 서포터일 것인가,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나가던 1인 일 것인가. 매우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_@

궁금해해주셔서 넘 좋아요. 헤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아팠었구나...
@홍보해

흥칫뿡

@kimssu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점빠져들게 되는 글입니다.. ㄷㄷ...
내.. 내일을 또 기다려야겠군요

옴마나 정말요?! 더 빠져드세욧!!!
히히 오늘도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

수학선생님...대체 왜 그런 행동을...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재돌쌤! 왜그랬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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