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0. 선생님,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3)

[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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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서울로 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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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선생님,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3)

도와주삼돠주삼ㅋㄷㅋㄷ
그냥 옆에서..
아니 멀리서라도 목소리만이라도 들려주면 좋아
-재돌 오빠

그럼 전화로 응원할게욥! 으쌰으쌰!
-킴쑤

짐을 들고도 파닥파닥 날라갈 수 있을거임>o</
-재돌 오빠

오빠는 전 여자친구가 옆집에 살았던 그 자취방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정석쌤(중학교 과학쌤)과 함께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석쌤이 먼저 그러자고 했다고 한다.
실연 당한 재돌샘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단다.
나의 자취를 남기고 온 그 자취방은
나도 못마땅했다.
차라리 오빠가 그 자취방에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를 잊어버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제법 친해보이는
정석쌤과 같이 지내는 것이
재돌샘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먹든, 밥을 먹든
혼자서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다음 날 밤에는
오빠가 과학선생님과 한 잔 한다고 연락이 왔다.
술에 한번 적신 듯한 문자를 단방에 느낄 수 있다.

오빠 ㅎㅎ 얼마나 마신거예용~
-킴쑤

아잉 우리 킴쑤^__^♡
나 술 얼마 안했또ㅋㄷㅋㄷ
-재돌 오빠

일찍 잠들지 않는 사촌동생 덕분에
오빠에게 문자가 오든 안 오든
신경쓰지 않고 연락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우리 킴쑤 자니?
-재돌 오빠

안 자고 오빠 기다리죠~
애들이 안 자서 저도 못 자요ㅠㅠ
-킴쑤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자는 줄 알았네ㅋㄷ
이야기가 길어져서 2차를 왔어요
근데...술은 적게 먹고 있어요 의식적으로...
음 뭐랄까 술 먹어도 해치지 않아요 뭐 그런 느낌ㅋ
에궁 밤 늦게까지 네가 고생이 많타...
그리고 그 아해가 난 부럽다규 ㅜ _ㅠ
-재돌 오빠

난 오빠랑 같이 놀고 싶어요 ㅠㅠ
-킴쑤

아흥 나도 나도 ㅜ_ㅜ 잉잉잉
이렇면 어떻게 할텐가 그대...당신♡
-재돌 오빠

술에 취하면 더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나는 오빠의 그런 점이 생각보다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당신♡
우리도 나중에 같이 밤늦게까지 놀면 되죠~ㅎㅎ
-킴쑤

잉잉...그런가?...
아... 고마워...ㅜ_ ㅜ
어서 와야할텐데 그날이..
-재돌 오빠

그 날이 곧 오겠죠^^?
-킴쑤

앗!!! 엉엉....ㅜ_ㅜ
애완용 짐승 한 마리 기르세효♡ 아잉♡
-재돌 오빠

술 취한 사람은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술 취한 곰돌이가 상상됐다.
기분 좋아서 배시시 웃는 곰돌이.

ㅋㅋㅋㅋㅋㅋㅋ아잉♡
근데 우리 밤새도록 뭐해요?ㅋㅋㅋ
-킴쑤

-..- 밤새 안자면 되...라기 보다...
내가 재워줄게
나 잘 재울 거 같아
-재돌 오빠

불이 꺼진 방에 폰 화면을 자꾸 반짝이니
사촌 동생 잠을 방해하게 됐다.
잠들 때까지 잠깐 폰을 뒤집어 뒀다.
곧 사촌 동생이 잠들고
오빠에게 '잘자요♡'라고 답장했다.
그런데 금방 또 문자가 왔다.

잘자요...우리 킴쑤!! 우리 애기♡라고...
보내려는데 문자 두둥!!
-재돌 오빠

나는 오빠에게 먼저 잔다는 문자를 보내고
잠이 들었었다.
그런데 웅-하는 폰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술자리가 다 끝날 때까지
오빠를 기다려주지 못한 탓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깊은 잠에 들지 못했었다.

우리 애기 자니? 잘자구 나 네 꿈속에 들어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 ㅠ_ㅠ
킴쑤야 너에게 대한 나위 감정이 커져가...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지만 구햐도...난 널.... 좋아... 휴~~~ 하나봐... 아니 그 이상... 아흥.... 잘..자요..
-재돌 오빠

폰 화면의 밝은 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리고 한참 문자를 읽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읭 오타 투성이네..ㅋㄷㅋ 잘자요...사랑해♡
-재돌 오빠

그리고 솜사탕에 빠져 헤엄치는
달콤한 꿈을 꾸는 것 처럼 기분이 좋아서
헤에- 하고 미소지었다.
옆에 사촌 동생만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오빠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오빠 목소리가 당장 듣고 싶었다.
'얘는 왜 내 옆에서 이러고 잘까...
지네 엄마 옆에 가서 자지.'

나두 사랑해요♡
-킴쑤

나는 깜짝 놀라도록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고 있다고 생각하고 보냈겠지 싶어서.

킴쑤는 천사얏!!!!! 나 잔닷ㅋㄷㅋㄷ
-재돌 오빠

천사...까지야 ㅎㅎ
-킴쑤

엉? 맞아 천사 이히^__~
내사랑 천사♡♡♡♡♡
-재돌 오빠

술에 적신 문자든,
술 냄새가 나는 문자든,
술이 되서 보낸 문자든,
술에 취해서 보낸 문자든
나는 재돌샘의 진심이 보였다.
술의 힘이라도 빌려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도 좋았다.
재돌샘이 나에게
'애기', '천사'라고 불러주는 것도
쑥쓰럽지만 좋았다.
오빠에게 나는
그런 의미가 있는 존재인 것이 기뻤다.
그렇게 불리는 것이 나를 예쁘고
귀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너두 힘내고 애들 부디 재워서....
아... 보고싶답!!
-재돌 오빠

다음 날, 사촌동생과 씨름하는 시간동안
그래도 나에게는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잉뿌잉 ^3^♡
-재돌 오빠

뿌잉뿌잉♡
오빠 완전 애교쟁이 다 됐네요?ㅋㅋ
-킴쑤

킴쑤가 날 이렇게 만들어ㅋㄷ
음 너무 가벼워 보이니?
그렇진 않은 거 알지?ㅋㄷ
-재돌 오빠

가벼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오빠가 나에게 그런 모습으로
다가와주는 것이 고마웠다.
충분히 나에게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요구한 부분들을 염두해두고
나에게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빠가 그런 부분들을 염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에 대한 마음을 숨김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내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나는 늘 오빠가 나에게 그래주길 바랐다.
그게 내가 오빠에게 여자로
보이고 있다는 증거로 여겼다.

아구구 우리 킴쑤 올롤로 꺄꿍♡
애들은 보채지 않구 잘 놀아?
-킴쑤

오빠는 한숨 잔다더니~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잖아요~
-킴쑤

킴쑤가 재워주면 되지^__^ 이잉♡
-재돌 오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오빠에게 여자로 보이고 싶어했고
성인,
여자로 보이고 싶어했으면서도
오빠가 나를 아기처럼 대해주는 것도...
좋았다.
내가 오빠에게 여자로 보이지 못 할까봐,
그냥 어린애로 보일까봐 싫었으면서
귀여워 해주는 오빠에게는
왜 더 아기처럼 되고 싶었을까.

잉 잉 안자고 나도 보챌거임>_</
-재돌 오빠

오빠도 한 번씩 애기 같았다.
오빠랑 나는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도 오빠가 귀엽고.
나도 오빠한테 귀엽고.

ㅋㄷㅋㄷ 킴쑤 좋아 >_< 귀여워ㅋㄷㅋㄷ
-재돌 오빠

보고싶잖아ㅋㄷ 상상이 돼 네 모습ㅋㄷㅋㄷ
좋아 너무너무ㅋㅋ
-재돌 오빠

킴쑤야 너두 잘자^___^♡♡♡♡♡♡♡♡
-재돌 오빠

우리 킴쑤 한테서요 뿌잉뿌잉♡♡♡^3^
-재돌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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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남겨둔 이야기들은
이렇게 달달하고
달디단 초콜릿을 먹었을 때처럼
머리가 띵할 정도인데
내가 혼자 썼던 일기에는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내가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서로를 만나지 못하면서
나나 오빠나
둘 다
'우리 사이가 하루는 될 것 같고
또 다음 날은 안 될 것 같고.'
를 반복했다.

오빠는
하루는 미안하다고 했다가
또 하루는
사랑한다고 했다가
하루는 연락이 더뎠다가
하루는 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답장이 왔었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혼자...
오빠 마음을 다 알지도 못 하면서
혼자...
소설을 썼었다.
마음을 정리했다가
다시 사랑한다고 했다가
그만하자고 했다가
오빠를 놓아줄 수 없다고 했었다.

_내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