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4.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거리(1)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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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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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14.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거리(1)

-2012.01.02 오전 12:31
제 어디가 좋은지 궁금해서 그래요. 선생님은 충분히 능력 있는 여자를 찾아 볼 수 있고 또는 선을 보고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는데 제가 예뻐 보인다니요. 제자니까 자식처럼 생각해서 예뻐 보일 수 있겠죠? 또는 제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힘나게 해주려고 예쁘다고 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제가 참 좋아했던 사람이 제가 좋다고 하시니 저는 신기하기만 해요. 사랑 받고 싶었던 사람에게 사랑 받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 무지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어요. 저한테 무슨 이런 능력이 있나 싶다니까요. 사랑한다는 게 뭔지 헷갈려요. 만나서 안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키스 하고 싶은 그게 사랑일까요? 생각나고 보고 싶고 보면 가슴 떨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전 선생님을 사랑하는 거 같은데요? 어떡해요? 우리 이래도 될까요? 14살 차이? 저는 괜찮은데 그러니까 우린 괜찮은데 주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겠죠? 우리의 감정들을 모두 설명하기도 어려울 거 구요. 선생님께 기댈 수 있는 날이 온 것이 여전히 신기해요. 사랑해요♡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전
핸드폰에

내 복잡한 마음을
써 내려가고는 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늦은 밤
재돌샘과
문자가 끝나고 나면
끝내
다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을
나 혼자
남겨두었다.

.

.

.

전 남자친구를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재돌샘에게
내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찝찝하지 않았다.

저...쌤한테 기대도 되요?
-킴쑤

안겨도 됌ㅋㅋ 뭔데 그래?
-김재돌선생님(12/30 4:27pm)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ㅠㅠ
내일 친구랑 점심 먹으려고 외출하고 싶은데
엄마가 못 나가게 해요...
짜증나 죽겠어요 ㅠㅠ
-킴쑤

그랬구나 토닥토닥
-김재돌선생님

고마워요ㅠㅠ기댈데도 없고
집에 오면 너무 힘들어요
-킴쑤

난 나한테 기대는 사람
글고 변함 없는 사람이 좋아
-김재돌선생님(12/30 5:25pm)

저는 많이 기대고ㅋㅋㅋ
변하지 않을 거예요!
-킴쑤

재돌샘은
절묘한 순간에
큰 반응이 없었다.
막상
남자친구를 정리하고
내가 앞서서
다가가려고 하니
재돌샘은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었다.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저렇게 문자를 보내면
재돌샘에게
'그래. 넌 나한테 기대.
나도 변하지 않을거야.'
와 같은
고백이 담긴
답장이 올거라고 기대했다.
재돌샘에게 답장이 오기 전까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기대에 못 미치는
문자를 받으면
더욱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이제 정말
여자로서
재돌샘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20살이 넘은
나는 성인이었고,
재돌샘이 수업하는
교실에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제자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생겼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진작
선생님과
내가
지나가다 만나는
'남자'와
'여자'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재돌샘과 나 사이에
방해가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선생님과 제자 사이라는 것과
나이
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상관이 없었다.

이미
졸업한 제자였고,
나보다 14살이 많은 재돌샘이
나보다 14살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내 또래 친구들이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좋다고 할 때
나는
재돌샘이 잘 생겼다고 쫓아다녔다.
나는
특히나
재돌샘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 목소리로
나에게 다정스럽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다.
쩌렁쩌렁하는,
호탕한
그 웃음소리도 좋았다.
심지어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이제는
나에게
애교 섞인 문자도 보낸다.

나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문자를 주고 받는 이 상태로
재돌샘과 나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인지,
남자와 여자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한 잔 하러 가는 중이야
연말이라 샘들이 한 잔 하자네
-김재돌선생님

아...그렇군요ㅠㅠ
술 적당히 마셔요~
건강 생각해서 조금만 마셔야 해요~
-킴쑤

나는
재돌샘이
나에게
머뭇거리는 느낌을 받을수록
더 여자친구 같이 굴고 싶었다.

아악 마눌님 같아 어쩜 좋아+_+
-김재돌선생님(12/30 8:42pm)

나한테
마음이 있는건
확실한 것 같은데

나한테
사귀자는 말은 안할까.

그럼 술 조금만 마시는거죠?^^♡
-킴쑤

아앙♡^______^♡
-김재돌선생님(12/30 8:57pm)


사귀자는 말은
안할까.

다음날
엄마에게
기어코
허락을 받아내고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지켰다.
엄마에게
진짜 점심만 먹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날은
2011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었다.
아름이와 만나기로 했다.
아름이는
나와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가면서
고등학교 졸업한 후
처음 만는 자리였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나에게
집중됐다.

"걔랑은 아직 사귀나?"
"아니."
"엥? 헤어졌나?"
"아니."
"어?ㅋㅋㅋ 뭐 저번에는 죽고 못 산다며?!"
"내가 정리했다.
헤어지자는 말도 못 들었고.
수능 끝나고 부터
연락이 없더라."
"헐..."
...아름이는
한참 작은 목소리로
욕을 했다.
"xxx,xxx,xxxxx,xxxx, 아놔 이 xxxx.
어디 우리 킴쑤를.
야, 찾아가자 얼른!
앞장 서라!"
속이 다 시원했다.
"진정하세요. 아름님.
말만으로도 고맙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고
나 대신
전 남자친구에게
욕을 쏟아붓는
아름이가 고마웠다.
나만 아는 비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말하고 싶어서
안달났었다.
재돌샘과 나의 사이.
내가
재돌샘과
어느 정도로 가까워졌는지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재돌샘을
차버린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어떤 여자인지 퍼뜨리고 싶었다.

"있잖아...
아름아 이거 비밀인데..."
나는
망설이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아름이에게
중, 고등학교 방학식 때 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아름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
야....
뭐?
뭐라고?
아니. 잠깐만. 뭐라고?"

나는 그 반응이 재밌어서
잠깐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야기를 이으려고 하자
아름이가 내 입을 가로막았다.
"있어봐.
내가 지금 정리가 안되서 그래.
멈춰봐. 좀."
생각에 잠긴 아름이의 눈을 마주보고
'뭐가 문제야?'하는 표정으로
양 쪽 손과 양쪽 어깨를 들썩였다.
아름이는
나를 힐끗 째려보더니
"그래서
너 재돌샘이랑 사귄다고?"
라고 놀란 듯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놀라서
"야 목소리 좀 낮춰."
하고 웃어보였다.
아름이는 자기 목소리에
자기가 놀라 얼른 입을 가렸다.

아름이는
입을 가린 채로 말했다.
"그럼 뭐야?
재돌샘이 그렇게 문자를 한다며?"
"아니, 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어.
아직 재돌샘이 사귀자고 한 건 아니야."
"그래?
왜?
근데 재돌샘은 아니다.
재돌샘 나이 좀 많지 않아?
우리랑 몇 살 차이 나지?"
"....14살.
내가 계산 해봤지."
"야!
안돼! 안돼!"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아."
아름이는
내 어깨를 내려쳤다.
"야 정신차려. 나이 많은 아저씨랑 뭐 한다고?!"
나는 말없이 실실 웃었다.
"방금 재돌샘한테
문자 왔는데
나 데리러 여기로 온데."
나는 부끄러운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깔며
작은 입모양을 냈다.

사실
나는
점심 먹으러 나올 때
재돌샘에게 따로 문자를 했었다.

쌤 저 외출해요!
엄마한테 허락 받았어요~
저 나중에 데리러 오면 안돼요?
-킴쑤

그리고
아름이와
밥 먹는 중에
재돌샘에게 답장이 왔다.

킴쑤 볼라면 그래야지ㅎ
-김재돌선생님(12/31 2:30pm)

아름이는
그 때서야 웃음이 터졌다.
기가 찬다는 표정이었다.
"야 재돌샘하고
진지한 대화 좀 해야겠다.
나 좀 보자 해."
장난스런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싫은데~ 싫은데~"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4.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거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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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뒷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집니당~ 앞에 이야기는 못읽어서 찾아봐야겠어요 키키 팔로우하고 갑니다:)

으아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뒷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용. 히힛! 정주행 퐈이팅!^^
https://steemit.com/kr/@kimssu/-13

스팀가격이 떨어지는 절대보팅금액이 줄어드네요...
ㅠㅠ
그래도 같이 힘냅시다!! 화이팅!
후후후 딸기청이나 만들어볼까합니다!
https://steemit.com/kr/@mmcartoon-kr/6jd2ea

같이 힘냅시다 ㅠㅠ화이팅!

재돌샘 입장에서는 먼저 말하기 힘드셨을테니까요ㅜㅜ
킴쑤님은 또 아직 연애 경험도 적고(많은가?) 여자니까 먼저 말하기 쉽지 않으니...
어떻게 고백해서 사귀게 되셨을지 궁금해용 +_+

힛. 기대해주세용^^
달걀님 말대로 둘 다 먼저 말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지요~
연애 경험은 딱 한 번이었습니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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