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3.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1)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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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3.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1)

'우리도 이럴 때가 있었구나!'

그동안 써 놓았던 다이이리를
모조리 꺼내보고 있다.
다이어리 뿐만 아니라
작은 기록 하나까지 찾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중학교 때부턴가
약간 병적으로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농담까지
쓴다는 학생이
바로 여기 있다.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오빠와의 연애 때 기록이
꽤 상세히 적혀있다.
쌍둥이 엄마가 된 후
지난 날은 모두 뒷전이었다.
내 기록들을 다시 읽는 순간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특히나
오빠에게 받은 문자들을 따로 적어 놓은
수첩을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이
다 읽어내렸다.
오빠에게 받은 문자 중 보관함에 따로
저장해 둔 문자룰
따로 수첩에 적어 놓은 것이다.

내가 뭐라고 보냈는지도
적어 놓을 걸 그랬다.
저장해 둘만한 문자이긴 한데
내가 뭐라고 보낸지 기억이 안 나서
맥락을 모르겠다.

'썸'이라는 단어가
일찍 나왔더라면
그 때의 우리 관계를
'썸타는 중'이라고
명명했을텐데.

"오빠! 이거 봐 봐.
오빠가 나한테 이렇게 문자를 했었다니까?
내가 다 적어놨지! 음하하!"
오빠는 몇 장 넘겨 보더니
부끄러운 듯 웃었다.
"내가 이렇게 보냈다고?
으하하하하하핳하학 재돌이 미쳤네."
나도 따라 웃다가 한 마디 했다.

"그럴 때가 좋았다, 진짜.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다니."

오빠는 말 없이 또 미소 지었다.

"오빠! 나 데이트 하고 싶어!"

"지금?
애는 언제 재우고,
내일 나는 새벽에 어떻게 일어나라구~"
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역시 안되겠지?...
그럼 나중에 라도...
...예전처럼 데이트 하고 싶다~"

.

.

.

"...그럼 이현지쌤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 였어요?"
"...그렇지."
"사귄지 얼마나 됐을 때요?"
"...4년 정도..."

재돌샘과 차에서 나눴던 대화는
꽤 오래
귓가에 맴돌았다.

'4년을 사귀었다고...
4년...
4년이면 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귄 거 잖아?
애들 사이에서 돌던 소문이 진짜였구나...
급식소에서 맨날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점심먹더니...
그냥 친했던 게 아니구나.
그런 거였어...'
머릿속이 복잡했다.

'4년을 사겼는데
왜 헤어져?
뭐 때문에 헤어져?
4년을 사겼는데
왜?
도대체 언제 헤어진거야?
대체....
이현지쌤은 어떤 사람인거지?
내가 알던...
현지쌤이라면
그럴리가 없는데...
너무하네, 진짜.
착한 사람이라고...생각했는데.'

재돌샘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재돌샘과의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쌤이라고 부르지만
이젠
더 이상 쌤과 제자 사이의 대화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밤 늦도록 문자를 주고 받는 건
기본이었다.

ㅋㅋ부끄럽네 무얼 열심히 하고 살아야 하지?
"다"인가? 난 하나 있는데...
유치하지만...
-김재돌선생님(12/27 12:15am)

유치하지만...?
-킴쑤

엘오브이이
주고 받는거?!!
유치하지ㅎㅎ;;
-김재돌선생님(12/27 12:17am)

ㅋㅋㅋㅋㅋㅋㅋㅋ
-킴쑤

난 유치하게 살건데ㅋ
유치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누구 같이 살아 줄 사람 없나 하는거지 ㅜ_ㅜ
-김재돌선생님(2011.12.27. 00:20)

잠들기 전에는
이렇게 문자가 왔다.

그래 꿈에서라도 킴쑤 만나게 자야겠당 ㅇ_ㅇ
-김재돌선생님(12/27 12:56am)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재돌샘이 느껴졌다.
여자의 촉은
무시할 수 없다.
남자가 이 정도로
추파를 던지는데
모를리가.

하지만
나는 혼란스러웠다.
헤어지지 않은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군지
전 남자친군지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
얼굴을 볼 때까지,
졸업식까지
남자친구를 기다릴거라고
다짐했는데
재돌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돌샘은 나랑 친하니까
...그냥 이렇게 친하게
문자하는 걸까?
아니면...'
여자의 촉이니 뭐니 해도
재돌샘이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짐작,
착각일 뿐
재돌샘 마음을 그냥 넘겨짚고 싶지는 않았다.
재돌샘이
나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이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몰랐다.

엉? 네가 그래 반응하면 내가 미안하잖아
네가 있단 거 자체가 힘이 돼 Q(^-^)Q
-김재돌선생님(12/27 8:54am)

아침은 드셨어요?
-킴쑤

주면 먹지.. 혹 입주 가정부를 들이든
내가 입주 가정부가 되든...
결혼을 해야 챙겨 먹을 거 같아ㅋㅋㅋㅜ_ㅜ
-김재돌선생님(2011.12.27. 11:38)

그래도 아침은 드셔야죠ㅠㅠ
아침을 거르고 다닌다니....걱정이에요ㅠㅠ
-킴쑤

왜 그래 나 장난인데 그리 반응해ㅋ
이젠 만성이라 아침 안 먹어도 돼ㅎ
아님, 아침을 해주던가ㅋㅋ
-김재돌선생님(2011.12.27. 11:51)

저 요리 잘 못해요 ㅋㅋㅋ
-킴쑤

음 밥 나 잘해 밥을 먹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해ㅋ
-김재돌선생님(12/27 12:06pm)

정말요?ㅋㅋㅋㅋ
쌤 요리 잘해요?ㅋㅋㅋ
-킴쑤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맛ㅋㅋ
-김재돌선생님(12/27 1:18pm)

오늘 발표 있으시다면서요?
긴장하지 말구~ 잘하세요 화이팅!
-킴쑤

킴쑤가 보러 안 와서 긴장도 안돼ㅋㅋ
-김재돌선생님(12/27 2:19pm)

ㅋㅋㅋㅋ제가 갈까요?
-킴쑤

잉잉 보러와ㅋㅋㅋ
-김재돌선생님(12/27 2:23pm)

칼답은 아니었지만
띄엄띄엄 계속 문자를 주고 받았다.
나는
재돌샘의 일과를
꿰뚫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자꾸 뭐하라고 시켜요ㅠㅠ
-킴쑤

돠 드림서 애교 피우라하면 안 할거지?ㅋㅋ
-김재돌선생님(12/27 5:46pm)

....엄마한테 그런 거 못해요
-킴쑤

응 그런가 나한테 보여봐
-김재돌선생님(12/27 6:01pm)

아잉
-킴쑤

아잉♡
-김재돌선생님(12/27 6:13pm)

재돌샘이
자꾸만
내 일상에
파고 들었다.

ㅋㅋㅋ 킴쑤야 너 넘 좋아 ^____^
-김재돌선생님(12/27 10:29pm)

제가 좋아요?ㅋㅋ
-킴쑤

히 그래 그래 너 좋은 애야
그리고 좋아 ks마크감이야ㅋㅋ
-김재돌선생님(12/27 10:34pm)

거짓말하지 마세요 ㅋㅋㅋ
-킴쑤

읭 진담임
-김재돌선생님(12/27 11:24pm)

에이 거짓말
-킴쑤

ㅋ좋아서 그러는 거얏 내 맘도 모르고 ㅜ_ㅜ
-김재돌선생님(12/27 11:37pm)

ㅜ_ㅜ
-킴쑤

아잉 뿌잉 뿌잉
-김재돌선생님(12/27 11:39pm)

재돌샘은
애교쟁이였다.
애교쟁이가 따로 없었다.
재돌샘과
남자친구와 할 법한
문자를 나누면서
내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예전에
재돌샘을 좋아했었고
그 때 그 마음이
다시 새록새록 피어났다.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남자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괘씸했다.
나에게 예쁘다고 하는
재돌샘이 좋아서
심장 뛰던 순간이
재현되고 있었다.
나도
재돌샘이 좋긴 한데,
재돌샘 마음도 무슨 마음인지 알겠는데.
재돌샘에게 오는 문자에
나도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아직
남자친구와 정리가 안된
내 자신이 혼란스러워서
사실은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만 좋아해야 겠다고,
포기 해야 겠다고
억지로 좋아하는 마음을 떼어냈던
그 순간도 떠올랐다.
지금.
재돌샘은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헤어졌다.
그렇다면
다시
내가 재돌샘을 좋아해도 되는건지...
그런데
재돌샘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건지.
'진짜 내가...좋아서 그런거면 어떡하지?
선생님이랑
제자가
서로
좋아할 수 있는거야?
사귈 수... 있는 걸까?
우리
...
이래도 되는걸까?'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3.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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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선생님 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 ㅋㅋㅋ
궁금한게 있어요~! 글 스토리를 미리 다 짜고 하시는 건가요 아님 그때 그때 쓰시는 건가요?ㅎㅎ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글 스토리는 이미 다 짜져 있긴합니다만...
짜져있는 스토리의 내용을 제가 매일매일 글로 씁니다.......으학 ㅋㅋㅋㅋㅋ 그래서 올리는 시간이 들죽날죽하지요^^;;

재돌쌤은 이미 혼자 사귀는 각?
ㅎㅎ
근데 킴쑤 아직도 안 헤어진거예요?!
오메~~지고지순한 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가 이 글 진짜 올릴거냐고 물어봤어요.....ㅋㅋㅋㅋㅋ
근데 아마 재돌샘을 안 만났다면 남자친구한테 헤어지자 이야기 들을 때까지 안 헤어졌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 성격상. ㅋㅋㅋㅋ오메~~~

하하하 눈에서 땀이 나네요 하하하하하

ㅎㅎ
재미있어요
오래된 일기장. 일기장을 넘어서 작은것 하나하나 메모해놓은 킴쑤님을 존경합니다
이렇게 문자하나하나 꺼내볼수 있는건 좋은것같아요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히힛 이럴때 기록해둔 것이 정말 뿌듯해용^^
재돌샘이 보내 준 문자는 적어 놨는데 제가 보낸 문자는 안 적혀있어서...매우 아쉽습니당 ㅠㅠ 제가 대충 생각해내서 쓰는데.. 원래 보낸 의미랑 맞지 않을까봐 조심스러워요ㅎㅎ;;

재돌 선생님은 진짜 좋아서 그러는지 의도가
궁금하네요
제자와 선생님 사이라 더 재미있네요
학창시절 생각도나고...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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