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1. 사랑은 타이밍(5)

in #kr7 years ago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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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기숙사 쪽으로 갈게
시간은 그 날 보고 다시 연락해줄게

'오... 기숙사로 직접 재돌샘이 날 데리러 온다구?
멋지다.
재돌샘은 차가 있구나.'

약간
의외였다.


11.
사랑은 타이밍(5)

'그래. 맞아.
재돌샘은 차가 있었잖아.'
남자친구가 있었던 시간동안
뚜벅이 데이트를 했던 것이 떠올라
약간 새로웠다.

입꼬리가 추욱- 처진 내 얼굴을 보면
이런 상태로는
선생님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있기 힘들겠다 싶다가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선생님과
연락하고
만나고
밥까지 먹기는
어쩌면 쉽지 않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하기 직전까지
재돌샘보다는
가깝게 지냈던
과학선생님과는
딱 한 번 통화해봤다.
그 외에 싸이 방명록도 두어 번,
사진에 댓글 주고 받는 정도가 다 였다.

부재중 전화가 떠 있었던 그 날.
떨리는 마음으로

무슨 일로 전화 하셨어요?

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어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었다.
통화연결음을 들으면서
'설마 잘못 누르신걸까.'
내가 오버하고 전화 먼저 하는건가 싶어서 얼른 끊었다.
내가 끊자마자 다시 과학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화 내용은
재돌샘과 마찬가지로
대학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물어 보고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과학선생님과
연락이 떨렸던 이유는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고3 남자친구와 헤어져라는 식의 이야기를 할까봐
겁이 나서였다.
졸업식 날 커플링을 끼고 있는 나를 보고
'할 거 다 했네.'라고 할 정도라면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도 알고 있을 노릇이었다.
혹시나 그런 과학선생님 입에
남자친구의 이름이 오르내릴까 싶어
연락을 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걱정 했었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모교에 찾아가서 만나지 않는 이상
졸업한 학생과 만나는 건 어려운 일 일 것이다.
당장 학교에는 챙겨야 할 학생들이 있을테고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는데
졸업생들은 떠나보내면 그만이지
다 신경써 줄 겨를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졸업식 날
재돌샘에게 전화하면서
인사치레로 '밥 사주세요!'하고
던져놨었다.
아니 솔직해보자.
인사치레였나.
나는
재돌샘이
여자친구만 없었다면
선생님과 자주 연락도 하고 싶었고
밥도 한 끼, 밖에서 따로 만나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았나.

내가
재돌샘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지 않았나.

기왕 졸업해버린 것을
나도 성인이 되었고
눈치 볼 것도 없이
지금은 졸업했으니
더 이상 날 가르쳐 주는 선생님도 아닌데
이런 나를 보고
선생님에게 집적거린다고 빈정댈 사람도 없고
만나서
예전처럼
학교 다닐 때처럼
이야기 나누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던 것이 생각났다.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도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재돌샘은
나보다 연애 경험이 많을테니
재돌샘에게
연애 상담을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층 마음이 편안해졌다.
재돌샘과 밥 먹을 저녁이 기다려졌다.

일요일.
보영이 언니랑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야 할 과제도 있고 해서
과제 하면서
재돌샘 연락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샤워를 했다.
그냥 나갈 채비를 얼른 해버리자 싶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같이 방을 쓰는
룸메 언니가 집에 갔었던 주말이라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었다.
입고 나갈 옷을
침대 위에 벌려 놓고
코트도 꺼내 놓았다.
그 때가 3시 쯤이었다.
재돌샘은 연락이 올 기미가 안 보였다.
내가 먼저 해볼까 싶었지만
밥 한 끼 사달라고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머리를 말리고 나서
시간이 한참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고데기를 빼들었다.
나는 고데기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정말
정말 특별할 때 말고는 쓰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꺼내서 쓸까말까 하는
아이템이었다.
나는 손재주가 없고
고데기를 해도 위쪽에서 아래로 쭉
머리를 펴며
아래쪽에만 C컬로 마는 정도 밖에 할 줄 몰랐다.
언제 연락올지도 모르는데
이거라도 해보자 싶어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참동안 고데기질을 했다.
정말 한참이 걸렸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서
다시 머리에 물을 묻혔다가
젖을 머리를 다시 말려서
다시 머리를 꼬우고.
'참 내가 별 짓을 다 한다.'

기분 안 좋다고 저녁먹으러
나가기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나는 금세 들떠서
그러고 있는 것이 기가 찼다.
그래도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보다
훨씬 재밌고
남자친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다 하고
화장도 했다.
이른 감이 있었지만.
4시 30분 정도였다.
나는 대학생이지만
여름방학이 되도록 화장을 몰랐다.
남자친구는
'넌 왜 화장도 안 하고 다녀?'
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여름방학이었던
그 때부터 화장품을 하나씩 사고
엄마한테 화장을 배웠다.
남자친구에게 보여주려고 배운 화장은
재돌샘과 저녁먹기 위해
발휘되었다.

비비크림을 얼굴에 펴바르고
눈두덩이 쉐도우를 바르고
아이라인을 길게 빼서 그렸다.
'입술은 나갈 때 발라야지.'

침대 위에 벌려둔 옷도 하나씩 차려입으니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쯤되면 재돌샘에게
연락이 와야하지 않나 싶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최대한 천천히 준비했는데...

머리, 화장, 옷까지 다 차려입은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나 데이트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너무 힘을 줬나.
치마가 영 짧은가...
이렇게 입고 남자친구랑 데이트 해 본 적이
언젠가 싶네...'

옷까지 다 입고 나니 기다리다가 슬슬 지쳤다.
이 기다림.
이 지침.
이 연락 안 옴.
남자친구 기다린다고
맨날 하는 건데...
비슷한 구석이 느껴졌다.
남자친구처럼 연락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저녁을 먹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오늘 연락 안 오는 거 아니겠지?
대체 왜 시간 약속을 안 한거야?
...설마 까먹었나?
연락을 해볼까. 말까.'
폰을 만지작 거렸다.
화면을 껐다, 켰다 반복했다.
잠이 올 지경이었다.
신경쓰고 호들갑을 떨어서 그런지
저녁시간보다 일찍
배가 고팠다.

'나 뭐하러 몇 시간을 이렇게 꾸민거야...
아 배고파.
재돌샘은 언제 연락 오는거야.
눈 좀 붙이고 있을까.'
한숨이 나왔다.
머리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누웠다.
화장도 번지면 안되니까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6시가 지나서
6시 40분 쯤에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재돌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쌤! 우리 저녁 먹긴 먹는거예요?
언제 오시는거예요?!"
내 목소리는 상당히 뾰로통했다.
"어 이제 기숙사 쪽으로 가려고.
어디로 가면 되니?"

'이제 온다고? 진작 연락을 해 주시지!'

"정문 말고 후문 쪽으로 오세요.
후문 쪽으로 쭉 들어오시면 기숙사랑 가까워요."
"그래.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네."

전화를 끊고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오시는구만!'

_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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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헷ㅋㅋ감사합니다~기분 넘 좋아용^_^

어제 약속 잡았자나요.. 그럼 오늘 만나야지 내일봐요??
으잉~~~

정말 센스있는 댓글이었어요~~~~~대바악^^♡

제목보고 실화인줄 알고 눌렀다가....흠흠..낚였습니다. ㅋㅋ
자, 그럼 이제 후문으로 가면 됩니까? ^___^

낚이신 걸까요??ㅋㅋㅋ 시간이 되신다면 첫회부터 봐주세요~^^ 다음 편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잉~~~~ㅎㅎ

이 글을 클릭한 다음부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으흐흐흐흐 반응이 재밌습니당 헤헷.

글이 올라온지 세시간이 됐는데
어째서 난 이제야 봤는가

내일은 몇시 연재 예정이시죠?

히힣 그래서 오늘 일찍 올렸는데~~~ 보셨나용?!^^ㅋㅋ

재미있게 잘봤어요
그런데 제목이 더 관심이 가네요 ㅎㅎ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을 일부러 자극적으로 지었지요~~~ 지켜봐주세용^^

맛난거 빨랑 사주시라고요 재돌샘!!!

ㅋㅋㅋㅋㅋㅋㅋ제가 너무 끌었나봐요ㅠㅠㅋㅋ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짱짱맨 만세~ 레포트 보겠습니다~~~

킴쑤님
글 쓰시면서 다시 연애하는 기분 들 것 같아요...ㅎㅎ
저도 남편 만났을 때 어땠나...... 생각이 난답니다..^^

ㅎㅎ아직 연애는 아니니까요, 곧 그렇게 될 것 같긴 합니다.
그 때의 제 자신을 그 공간에 사는 인물로 다시 보이고 있어요...하하...약간 느낌이 이상하답니다 ㅎㅎ
좀 새록새록하긴하죠^^ 저는 매일 추억을 떠올리면서 사는데...우리 남편이 이 글들을 읽고 좀... 다시 연애하는 기분을 더 내줬으면 좋겠어요키키킼

혹시 제목을 버스커버스커 노래에서 따오신건가요?
제가 장범준씨를 정말 좋아해서, 직접 찾아가 노래 불러달라고 했던 노래거든요 ㅎㅎ 심지어 불러주셨다는...(심쿵)

어머나! 저는 제가 순수 창작으로 제목을 저렇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틀어서 듣고 있는데 이거 제가 한창 많이 들었던 노래예요! 제 무의식 중에 제목이 이렇게 나온 것 같습니다^^ 다시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ㅋㅋ
이 노래를 직접 앞에서 들었다니...정말 심쿵했겠습니다! 우왕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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