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3)

in #kr6 years ago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0.
내가 연애란 걸 하는 시간 동안(3)


그 애는
작게
"그냥 먼저 뛰어 가."
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냥 뛰어가려고
하다가
쟤만 걸려서 혼나면
어쩌나 싶어서
주춤거렸다.
뛰어가는 도중
그 생각이 드는 바람에
영어선생님이
내 발소리를 듣고
내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셨다.
나는
너무 놀랐고
또 뛰어봤자
이미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멈춰서버렸다.

암전되어있던
무대에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이었다.

"누구야? 얼굴이나 보자."
선생님께서는 큰소리 치지 않으셨지만
못마땅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는
영어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영어선생님께서는
나를 확인하시고
뒤에 서 있던
그 애 얼굴도 비춰보셨다.

"아 학생회장님이 이러시면 되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얼른 들어가."

그리고
둘이 거리를 두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는 일단은
영어선생님께
실망을 드렸다는
걱정과
다음 날 영어선생님이
교무실에 알려
나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 같아서
무서웠다.

다행히도 영어선생님은
아무 말 하지 않으신 것 같았지만
그 뒤로
야자 끝나고 만나는 일을
거의 없었다.
대신 주말에
기숙사로 일찍 들어와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문제도 있었다.
연애를 시작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한 달에 문자를
천 통 이상 썼었다.
폰 요금 고지서를 보셨는지
부모님께서
수능 하루 전 날
연락이 오셔서는
"내가 수능 전 날이라고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다만.
고3이라고
학교에서
공부만 한다는 애가...
요금이 많이 나온 걸 떠나서 말이야.
뭘 하고 자빠졌길래
문자를 천 몇 통을 해?
아무튼 내일 시험 잘쳐라."
하고 끊으셨다.
나는
전화를 받는 동안
뭐라 대답할 말도 없었다.
부모님께도
실망을 드린 것 같아
무척이나 마음이 안 좋았다.

그렇게 혼난 얘기를
걔한테 털어 놓았더니
그 애가
매번 '알'을(청소년 요금제로 정해진 알만큼 문자와 전화를 쓸 수 있고 알을 소진하면 요금이 부과된다.)
충전해줘서
걱정없이
연락하고 지낼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난 뒤에는
좀 자유로웠다.
누가 볼까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따로 외출증을 끊어서
학교가 아닌
밖에서
만날 때도 있었다.

문제는
나는 고3이 끝났는데
걔는 고3이 시작된다는데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좋다고
뵈는게 없어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확실히
직면했다.

졸업식 날
나는
과학선생님과
사진을 찍었다.
과학선생님은
내 손에 있는 반지를 발견하고
"반지.
너 뭐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이 하더니.
할 거 다 했네?"
라고 말했다.
나는 별 다른 대답없이
그냥 실실 웃어보였다.
그리고
"잘 지내세요. 또 놀러올게요."
라는 말만 남기고
인사 잘하고 돌아섰다.

재돌샘이랑은
학교를 벗어나기 전에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얼굴 보고 갈까했는데
안되겠죠?"

"내가 지금 나갈 상황이 안되서... 암튼 졸업 축하한다!
니가 졸업할 때가 됐구나."
재돌샘은 역시
여심을 녹이는
목소리를 가졌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래. 나도. 고마웠지."

나는 그냥 그 날 따라 이 말이 하고 싶었다.
"사랑해요. 선생님."
나는 선생님 반응이
궁금했다.
이제 졸업도 했겠다
겁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친구만
모르면 되는거지.

"나도 사랑합니다!"

재돌샘이
그렇게 대답해줘서
좋았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해주는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 대답에
치- 하면서 코웃음이 나왔다.
재돌샘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그렇게 듣고싶은 말을
졸업식이라고 그런지
'옛다, 해줄게.'하는 것처럼 들렸다.

"다음에 밥 사주세요!"
"그래. 다음에 한번 보자."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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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음편이 이제 예상되어지지 않는다...
그저 궁금할 뿐...^-^♡

헤에...반응이 넘나 꿀잼♡이셔요. 감사합니당 히힛.

저는 이번편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 쑥쑥 읽어 내려져 갔어요~
다음편 기대해요~

우왕~정말요? 다행입니당^^ 내일도....그래야할텐데요 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문자 천통에 브라보~!!!
이번 에피소드는 풋풋합니다~^^

브라보~!!!ㅋㅋㅋㅋㅋ 아빠한테 혼나고 눈물 콧물 찔찔했답니다^^;;
오늘도 감사해요~~

@kimssu님 안녕하세요. 개과장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당~오늘도 감사합니당~^_^

한번 보지 말고 계속 보자 자꾸보자 매일 보잣!
@홍보해

힛...그러니까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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