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이야기 -당신 마음은 지금 어디 있을까? 편

in #kr7 years ago

한동안 안했던 일을 해보려고 주섬주섬 챙겨본다.

mbti 검사지.

자살충동검사지

자아 존중감 검사자

위기척도 검사지

인터넷 중독 검사지

등등을 박스에 담고

춘천 라온마켓에 나간다.

그저 라온마켓이라는 곳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뭘 가지고 샐러를 해볼까 했는데....

내가 갖은 능력이라고 찾아보니

mbti 검사를 해주고 상담을 해주는 것

장터 기획자들에게 이런 것 팔아도 되냐고 했더니

" 네 좋아요. 선생님"

했다.

그래서 라온장터에서 mbti 검사를 해주고 분석해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3월이었던가? 정말 날이 좋은 날.

하루종일 앉아 몇 명 되지도 않는 손님들을 맞이 하며 라온을 즐겼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

정말 몇명 되지도 않는 사람이랑 즐겁게 하루를 보내면서 또 다시 나오리라 했는데

4월 5월을 바빠서 못 가고

다시 6월 라온에 나가 봤다.

크게 준비 한것은 없지만

책상앞에

각종 검사지를 늘어 놓고

A4 용지에 이런 글을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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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마음은 지금 어디 있을까?:"

" 당산 마음은 안녕 한가요?"

3월 장터와는 달리 라온의 6월 장터는 정말 많은 손님들로 북적여서

이곳에서 무슨 상담이 이루어 질까? 했지만

나는 거의 쉬지 못했다.

큰 탁자 하나에 내 의자. 내담자의 의자. 두개 놓고

각종 검사지를 늘어 놓았더니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앉기 시작했다.

그 복잡한 곳에서 상담이 될까?

보통 상담실은 사무실과 다르게 따로 조용한 공간안에 두는데

허허벌판에

한 사람이 자리에 앉는다.

검사지를 들쳐본다.

"어떤 것을 해야 하나요?"

"그냥 원하는 것이요"

그래서 검사지를 하나 들어 보이면 묻는다.

" 왜 그 검사지를 들었지요?"

그 때 부터 이야기가 시작 된다.

많이 묻지도 않는다.

그냥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네요.

나도 그러면 당황했을 거에요.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상처가 있네요

정도

몇마디 안하려고 노력했다.

그저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안다.

자기가 내게 들려주고 싶은 게 뭔지

그리고 자기가 해결도 한다.

내담자가 내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다음 사람이 얼른 와서 앉는다.

때로는 오미자차 한 잔,

때로는 커피 한 잔

때로는 토마토 쥬스 한 잔.

내가 받은 상담료다.

그저 잘 들어 주려고 노력하는데 벌써 저녁 8시가 되고

장터는 문이 닫혔다.

집으로 찾아 오고 싶다는 몇 분을 뒤로 하고 돌아 오는 차 안.

팔고 싶다던 MBTI 는 하나도 못팔고(ㅋㅋㅋ)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하루를 보냈다.

좀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면

좀 많은 임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도움이 되었을텐데.....

난 그냥 들어 주는 일만 잘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판다고 한 생각이 어리석었던것 같다.

들어 주는 것은 사고 팔 수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팔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편안했다.

누군가에게 들어줄 사람이 되었다는 그 자체로 평화로왔다.

존재 자체가 감사했다.

라온 장터에서

난 들어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울 아들 철우가 이야기 한 것처럼

"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자살을 결심하지는 않는대요"

라는 말을 떠 올려 본다.

.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한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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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것만 해도 이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 들어주는 것이 그냥 들어주면 되니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 중 하나라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
마음을 울리는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받아보고싶네요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우리가 스티밋을 하는 이유죠!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은 신경써서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글 잘읽엇어요!

저두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이 글에 답을 달아 주시는 것으로
이미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경청은 정말 쉽지않은것 같습니다
타인의 말을 잘듣는사람은 주위에 친구가 많은것같습니다

사람과의 대화라는 것이
건널수없는 벽이 있다지만
때로는 그걸 건넌거 같은 착각으로나마
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
마음이 비어 버리기 전에
씨앗 하나라도 심어 줄 사람이 있으면
그게 희망이 되겠지요.
@khy 님을 응원합니다.
vote&follow하고 갑니다.
행복하세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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