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이야기 - 삼순이네 된장

in #kr7 years ago

가평 조종면 대보리에는 삼순이네 된장이 있습니다.

당신을 소개할 일이 있으면 꼭 " TV 에 나온 김삼순이 아니라 홍삼순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홍삼순님이 된장 이름을 삼순이네 된장 이라 지었습니다.

음. 우리가 처음 만난게 2002년이니 15년쯤 되었나?

학교에서 떡 만드는 수업을 할 때 지역의 강사를 모신다고 주장하면서 첫 강사로 모신 분이 홍삼순님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저 동네에서 떡 잘 만드는 아주머니 였다는 생각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얘기치도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많이 아프신 환자의 식사를 책임지게 되었지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환자의 몸에 좋은 것들을 말씀하셨습니다.

쌀밥, 가자미, 감자, 호박, 마늘. 청어, 쥐눈이콩, 쌈추, 우엉, 달래......

외울 수도 없는 많이 식재료를 이야기 하시길래 부지런히 받아적었습니다.

'그래 재료를 최대한으로 찾아 보고 몸에 맞다는 것만 해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간은 된장과 조선 간장으로만 해야 된다는 것을 들었을 때 앞이 깜깜했습니다.

된장은 된장국 끓일 때 잠깐 사용하고 조선간장은 1년내내 거의 500ml 는 커녕 50ml 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된장과 간장 만으로 어떻게 간을 맞출 수 있을까요?

더우기 된장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모든 무침과 조림을 어떻게 조선 간장으로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을 때 삼순이네 간장을 만났습니다.

누군가 집에서 간장 된장을 안담궈? 라고 물었지만 집에서 만든 된장 간장으로는 영 맛있게 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매연 언니가

" 난 어딜 가서 먹어봐도 삼순이 된장이 제일 맛있어"

라고 한 게 생각이 나서 냉큼 달려가 간장 1병 된장 1병을 사왔습니다.

그리고는 디포리 우려내어 된장 몇스푼 넣어 끓인 된장국,

다른 양념 하나 하지 않고 된장뿐이었는데

" 음. 이 된장국 정말 맛있네."

소리가 나왔습니다.

된장에 마늘 조금 넣고, 참기름 조금넣어 버무려 놓고 오이 몇조각 썰어 놓았을 뿐인데

" 음, 오이가 정말 맛있네"

결코 특별한 오이가 아니었음에도 된장은 오이를 정말 맛있게 해주었습니다.

또 메추리알이 좋다하여 조선간장에 물 섞어 조렸을 뿐인데 마치 온갖 야채를 넣어 육수를 낸 조림장만큼 맛이 났습니다.

평소 요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누군가의 밥을 하기에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삼순이네 된장 간장은 정말 다른 양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딱~~~~이었지요

그래서 장터에 꼭 나오시라 부탁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 많은데 나까지 뭘~~

이렇게 사양하시면서 나오시길 주저 하셨습니다.

당신은 집에서 있어도 단골 손님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와 팔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장터에 나오시라는 이유는 딱 하나

사람들에게 홍삼순언니가 만드신 된장을 맛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맛있는 된장을 먹어보고

'된장은 수퍼에서 사먹는 것이 아니라 담궈 먹어야 하는 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장터 회원들을 모시고 된장 담구기 수업도 하고.

홍삼순님의 자존감도 세워 드리고.

.......

그래서 된장과 청국장과 청국가루를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노란 돈 바구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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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가 끝난 뒤 제 손을 꼭 잡으셨습니다.

" 너무 고마워 나를 장터에 나오게 해줘서"

"아. 완판하셨어요?"

"아니 다 팔지는 않고 우리 친정엄마랑 형님 동생하면 사시던 감골집 아줌마를 만났어. 정말 오랜만이야, 아줌마가 날 보고 막 달려 오시는 거야"

마치 엄마를 만나신듯 끌어안고 좋아하셨답니다. 너무 오랜만에 뵈었다고, 감골집 할머니가 늙으셨다고....그래서 청국장 몇 개 싸드렸다고..

된장을 많이 판게 아니라 감골집 아줌마 만났다는 게 좋았다는 홍삼순님.

그래서 장터 나온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는 홍삼순님

그래요. 삼순이 아줌마

장터는 사람만나러 나오는 거가 맞나봐요.

자주 나오세요.

그동안 안부가 궁금하셨던 분들 다 보실 때까지

꼬~~옥 나오세요.

보다 열심히 장터를 만들께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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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 감사드립니다 :)
정말 장터라는 곳은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고 갑니다 :)

장터에 놀러오세요.
생각보다 작지만 다들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이 되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는것 같네요 :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삼순님의 된장,간장도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ㅎㅎ)

된장, 간장 맛보시고 싶으면 장터에 놀러오세요.
다음 장터는 7월 9일이고
매주 금요일 15시 부터 18시까지 작은 장터가 열릴때 장터에 나오십니다.
고맙습니다.

태그가 아주 멋지네요....^^

네. 우리 장터 이름입니다.
넘 길다 해서 줄여보려고 했는데 어느 단어 하나 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주욱~~~
고맙습니다.

예전에는 마트라는 것이 없었는데 말이죠^^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낸다'더니..
우리네는 그렇게 도시의 문화를 입고 있지요.
아주머니가 편안하면서도 너무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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