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97] 넷플릭스 드라마 <탄금> 후기 (스포일러 포함)

in #kr3 hours ago

IMG_0686.webp

<탄금>은 보고 나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 미술, 액션, 음악까지 기본적인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특히 조선 시대의 분위기를 담아낸 색감과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었고, 주연 배우들의 감정 연기도 좋았다. 작품의 분위기 자체는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장르의 균형이다.

초반은 설인, 화백, 가짜 홍랑, 실종 사건 등을 앞세운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미스터리의 흐름은 거의 멈추고 권력 다툼과 인물들의 감정선이 중심이 된다.

권력 싸움이나 홍랑과 재이의 감정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초반에 던져 놓은 미스터리 요소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다 보니 리듬이 끊기는 느낌이 강했다. 설인, 화백, 대군의 정체나 의도 등을 매회 조금씩 풀어갔다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선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후반부에 한꺼번에 회수하는 방식은 다소 아쉬웠다.

캐릭터 역시 장단점이 분명했다. 홍랑은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살아가려 했고, 그의 감정 변화는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반면 재이는 강인한 여성으로 설정됐지만 실제로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냉정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다. 서브 캐릭터들도 조금 더 강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였다면 갈등이 한층 팽팽해졌을 것이다.

후반부에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진짜 심재열의 배신, 단주의 궁극적인 목적 등은 어느 정도 암시는 있지만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특히 단주는 복수를 원하는 인물인지, 대의를 추구하는 혁명가인지, 아니면 홍랑을 위한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 동기가 끝까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탄금>을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좋은 요소가 정말 많은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는 뛰어나고, 감정선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다만 미스터리와 감정극, 권력극 사이의 균형을 조금만 더 잘 잡고, 인물들의 동기와 과정을 한두 장면씩만 더 보강했다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탄금>은 ‘못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명작이 될 수도 있었던 수작’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Sort: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LICK HERE 👇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3
JST 0.100
BTC 64206.40
ETH 1783.22
USDT 1.00
SBD 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