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암호화폐의 탄생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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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史

암호화폐의 탄생



안녕하세요!KEEP!T입니다.
지난 시간엔 사이퍼펑크의 기원과 그들의 사상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이번 시간엔 사이퍼펑크의 사상을 이어받은 암호화폐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창과 방패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이란 그들의 모토처럼, 사이퍼펑크는 남의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 프라이버시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사이퍼펑크는 수학적 원리로 무장한 강력한 암호 기술을 사용합니다. 즉, 문제를 제시한 본인이 아니면 풀 수 없는 암호를 사용하는 것이죠. 어떠한 무력도 수학 문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렇기에 암호는 마치 어떠한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점에서 암호는 지성으로 무력에 대항하는 개인의 비폭력적 방어 수단인 셈입니다.

암호화폐의 탄생 역시 사이퍼펑크 정신을 물려받습니다. 디지털 화폐에 익명성을 접목해서 거래당사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화폐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1989년 데이비드 차움 박사의 Ecash로부터, 1997년 아담 벡의 Hashcash, 그리고 1998년 웨이 다이의 B-money에 이르기까지 사이퍼펑크들은 암호화폐의 개발에 몰두합니다. 비록 비트코인 이전의 암호화폐들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들의 유산은 면면이 이어져 비트코인에서 온전히 구현되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천재의 발명품이 아닌, 이전 세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탄생한 작품인 것이죠.

2. 암호화폐의 탄생 배경

디지털 시대에 모든 정보는 온라인 상에 기록되고,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하고 전송이 쉬운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서 프라이버시에 가장 취약한 분야가 화폐와 거래 분야였습니다. 어젯밤에 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책과, 오늘 오후 단골카페에 신용카드로 지불한 커피 값 모두 결제 내역이 남기 때문이죠.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돈은 금융 당국의 통제 하에 있고, 추적됩니다. 그리고 금융 당국은 우리가 무엇을 사고, 무엇을 했는지 용케도 알고 꼬박꼬박 세금을 거둬갑니다.

디지털 시대에 현금처럼 추적하기 힘든 화폐. 암호화폐에 대한 요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금을 거둬가는 금융 당국의 입장에선 모든 화폐의 흐름을 추적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거래내역이 추적될 수 있는 화폐는 사이퍼펑크들이 보기에 대규모 검열과 감시의 가능성이 있는 화폐였을 겁니다. 이 때문에 민간 영역에서 금융 당국의 추적으로부터 자유로운 거래를 가능케 할 화폐가 필요했던 것이죠.

3. 검은 돈인가 익명 화폐인가

지하 경제에서 대부분의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집니다. 현금은 금융 당국의 추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영업자, 그리고 지하경제 종사자(?)들이 현금을 좋아하는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20%에 이른다는 추정치가 있습니다. 한국 지하경제 규모, GDP 대비 19.8%
그만큼 현실의 시장 경제에 있어 지하 경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과 같이 자국 화폐가 무너진 경제에선 더 큰 규모로 존재합니다.

인류 역사상 지하경제는 언제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는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민간 영역에서 당사자 간의 필요에 의해 항상 거래가 이루어져왔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지하경제에서 오가는 돈은 출처와 행방을 알 수 없는 검은 돈이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지하경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는 않겠습니다. 불법적인 거래를 위한 지하경제도 있겠지만, 망가진 시장경제의 틈에서 자라난 지하경제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짐바브웨, 팔레스타인과 같은 나라가 그 근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암호화폐의 탄생 역시 기술중립적으로 보겠습니다. 암호화폐도 어쨌건 거래당사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익명 화폐란 수요로부터 탄생한 것이니까요.

지하경제: 파악되지 않는 음성적인 경제활동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

지하 경제와 암호화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래의 포스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지하경제와 암호화폐의 상관관계 - 전세계 지하 자금의 흐름

4. 비트코인의 투명성 또는 한계

이전 세대 암호화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비트코인도 익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거래는 공개키와 개인키로만 이뤄지기에, 거래당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익명성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이는 다름 아닌 블록체인입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이뤄진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됩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투명한 공용거래장부이기에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거래를 추적할 수 있으니, 비트코인이 달러, 원화와 같은 법정 화폐와 교환된 출구 지점만 조회한다면 거래자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죠. 이는 거래소 수색과 IP 추적을 할 수 있는 정보 기관의 입장에선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2013년에 있었던 '실크로드' 사건은 정보 기관에서 비트코인을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실크로드 사건, 그리고 비트코인의 익명성에 관해서는 이전에 킵잇에서 다룬 익명화폐의 역사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Keepit History: 익명화폐의 역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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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사건: 2013년 10월, 미 연방수사국 FBI가 온라인 불법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를 폐쇄하고 운영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를 체포한 사건. 실크로드는 마약과 같은 불법 상품을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사이트였는데, 이후 FBI는 실크로드에 보관된 14만 4341비트코인(당시 시세로 약 360만 달러)을 압수하고 이를 경매에 내놓는다.

거래당사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익명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비트코인의 공용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은 추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거래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비트코인이 가진 투명성인 동시에 익명성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허나 익명성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려는 사이퍼펑크의 노력 역시 집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비트코인 이후에 등장한 익명 암호 기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비트코인개론]<1>사이퍼펑크와 사토시 나카모토 찾기

blockchainnomad

블록체인史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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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상식을 넓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danovan님!

공부해서 남한테 설명해야 겠어요 ㅎ ㅎ

감사합니다. 같이 공부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킵잇 히스토리를 다음 전자책 주제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메일드릴게요!

네! 이메일로 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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