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13] 루체른 호수를 방랑하다
11년 전 겨울,
스위스 루체른에 도착한 시간은 이른 오전이었다.
이제 막 사람들이 평화로운 꿈에서 깨어나 출근 준비를 할 그런 시간.
중간 기착지인 루체른에 우리가 머물러야 할 시간은 12시간 남짓.
우리는 알프스를 오르기 위해 인터라켄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거리를 거닐며
"우리, 여기서 뭘 해야 하지?"
"글쎄. 여기 뭐 있나? 난 특별히 하고싶은게 없는데."
"일단 그냥 걷자. 문 연 가게도 없는데."
이런 대화나 주고 받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 앞에 장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여기 이런 호수가 있었나? 우린 정말 이 도시에 아무 관심이 없었구나, 하고는
호수를 향해 빠져들듯 다가갔다.
어떤 경로로 우리가 루체른 호수의 증기선에 오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차피 할 것도 없고, 시간도 많은데 호수 구경이나 실컷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한 달의 유럽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물해주었다.
증기선이 호수위를 미끄러져 나가자,
시시각각 눈에 담기는 풍경이 바뀐다.
아직 이른 오전.
호수 너머로 알프스 산이 보이고,
루체른 시에서 멀어질수록
아기자기한 호숫가 마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백조 한 쌍이 수면을 스치듯, 우아하게 바람을 가른다.
우리는 넋을 잃고 호수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갔을까?
우리는 증기선의 몇 번째 기착지인 어느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했고,
무턱대고 배에 올랐듯이
아무 생각 없이 배에서 내렸다.
동화같은 마을은 15분도 되지 않아 한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아담했다.
우리는 작은 마트에서 빵과 물을 사고
다시 호숫가로 와 선착장에 걸터앉았다.
빵을 조금씩 뜯어 먹고 있자니,
우아하게 날던 그 백조가 다가온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 백조에게 빵을 조금 떼어 던져주자, 곧잘 받아먹는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내 손에 든 빵까지 노리고는 덤벼든다.
백조는 무서운 생물이었다.
코알라 같은 녀석!
하마터면 손째로 백조에게 뜯어먹힐 뻔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바람이 호수를 쓰다듬으면, 귓가에 울리는 바사삭,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가끔 들려오는 백조의 물질 소리.
그리고 비상.
이곳에는 자연의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게 맞나?
혹시, 나는 이미 죽어서 천국에 온게 아닐까?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아니,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잊은체
나는 호수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 때, 멀리서 증기선이 뿌우, 소리를 지른다.
돌아가야지. 넌 가야돼, 하고.
여전히 그 곳은 내게 꿈으로 남아있다.
마음이 지친 때면,
눈을 감고 루체른 호수의 어느 이름모를 마을을 떠올린다.
내 영혼의 한 조각을 그곳에 두고 왔는지,
눈을 감으면 나는 그 곳에 있다.
거기엔 내 손을 호시탐탐 노리는 백수의 왕 백조도 그대로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스위스행 비행기 티켓 하나면 족하다.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일단 그 이름모를
호숫가 마을에 도착하기만 하면.
한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이네요,
사진도 너무 좋고 ,,,,
아름답네요 글과 사진들이 😀
가보고싶어라~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가보고싶어요!
사진 너무 멋지네요.
한적한거 같고 딱 하루만 .. 아니 일주일만 저기서 쉬고 싶네요
다음에 혹시 가게 되면, 정말로 다른 일정 아무것도 안잡고 저기에서 방 하나 빌려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진 너무 멋진데요? 우후후 넘 분위기 있는거 같아요ㅋㅋ
감사합니다^^ 여기, 정말 꼭 다시 가보고싶어요~!!!
사진은 그림이고 글은 시고... 너무하세요~ 이렇게 멋져도 되는건가요? ?🤔
헛, 분에 넘치는 극찬을...감사합니다. 쑥스럽네요ㅎㅎㅎ^^
루체른 정말 또 가고싶은 나라 중 하나예요!! 어딜찍어도 그림같은곳! 사진보니 더 가고싶어지네요 넘 멋잇어요 ㅠㅠㅍ
가보셨군요! 여기는 아무리 잘 찍으려고 해도 사진이 실물을 따라가기 너무 힘들죠! 지난 사진들 들춰볼때마다 마음이 선덕선덕합니다ㅎㅎㅎ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오,, 완전 그림같은 곳이네요...
저런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ㅎㅎ
언젠가 은퇴하면 저도 저런 곳에서 지내보고 싶어요!!:-)
언젠가 은퇴하면 저도 저런 곳에서 지내보고 싶어요!!:-)
사진을 보니, 오랜만에 저도 한번 다시 들르고 싶네요.
(그나저나, 저는 백조에게 발가락을 먹힐 뻔 했습니다...)
역시 백조는 흉폭한 동물이었군요...ㅋㅋㅋ
스위스,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글과 사진을 통해 충분히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평화로워 보이네요!
정말 평화로운 곳입니다. 그때 더 많이 사진을 찍어둘걸 하고 후회되네요^^
몇 일 전에 저도 루체른 여행 사진을 올렸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동네죠 :D
그렇군요!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요즘은 어떻게 변했을지... 언젠가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