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 뭐 별로 무서운 얘기는 아닐 건데...

in #kr6 years ago (edited)

별로 무서운 얘기는 아닐 거에요.

20년 전쯤 얘기에요. 제가 인솔자로 애들하고 캠핑을 떠났어요.

중학생, 고등학생이어서 사고치지 않게 신경 많이 쓰였습니다. "새벽에 화장실 갈 거면 나 깨워서 가라"라고 지시하고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거예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플래시를 들고 앞장섰죠. 누군지도 확인도 안 하고.

막상 화장실에 도착했는데…. "자 들어가"라고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는 겁니다.

잠이 확 깼어요.

그래서 돌아와서 텐트에 있는 애들을 점검해봤어요.

모두 다 자고 있더군요.

제가 자다가 꿈을 잘못 꾼 건가 하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악몽을 꿨어요. 내가 한 여자애를 뒤에 두고 걷는데, 화장실 앞에서 돌아보니 아이가 얼굴이 없네…….

에구 이런.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가 저를 불러요.

겁이 좀 나더라고요.

일부러 인기척을 줄이고 일어나서,

텐트 지퍼를 확~ 내렸습니다. 순식간에 확....

그리고 플래시를 파악~ 비췄습니다.

한 아이가 앞에 엎어져 있더라고요.

"놀래서, 지렸어요. 선생님"이라고. 걔가 그러더군요.

…. 끝….

아~ 올릴까 말까 고민되네요. ㅎㅎ

제가 경험한 거의 유일한 심령(?) 현상입니다. 아…. 하나 더 있다.

아이 둘이 갑자기 미쳐서, 교회 안에서 자꾸 호숫가로 뛰어가려 한 적이 있어요.
경건한 기도회라…. 각자 성경책 읽고 묵상하는 자리였는데….
분위기 안 어울리게 처음에는 한 명이 갑자기 낄낄낄~ 웃다가 나가봐야 한대요.

"가긴 어디를 가?" "Lakeside". "왜?" "I gotta go"…. 얘가 영어 하는 애였어요.

귀신들린 거라면, 귀신은 영어도 잘하다가 되나? 아무튼…. 이 녀석 이상하다 해서 못 가게 했지요.
그리고 걔랑 친한 다른 애한테 얘 좀 지켜봐 달라고 했는데….
제가 전도사님 부르러 간 사이에…. 애네 둘이 호숫가로 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야! 잡아! 잡아!" 다급한 마음에 애들에게 소리를 질렀더니 개네 둘은 호수를 향해 뛰고, 뒤에 애들은 따라가고….

발목까지 들어간 걸, 덩치 큰 남자애 둘이서 들다시피 해서 데려왔어요.

"야 장난치지 말어" 라고 했더니, 한 아이 입에서 온갖 욕이 터져 나오더군요. 저를 닮아서 평소에 욕 좀 하는 애면 모르겠는데. 그런 애가 아니었어요. 솔직히 엑소시스트가 떠올라서 제 기분은 으슬으슬.

밤새워 교회 안에서 몇몇 사람들만 불러다 앉혀놓고 기도했어요. 기도하는 사람도 탈진하고, 걔도 괜찮아졌다가 이상해졌다가를 반복하더라고요. 먹을 걸 좀 달라며 괜찮아져서 이거저거 먹고 마시고 했다가, 갑자기 호수를 향해 돌진. 만약 귀신 들림이라면... 귀신은 '먹튀'를 즐긴다가 되겠네요.

그런 상황을 거의 1시간마다 한 번씩 반복하다가, 날이 밝았어요.

당연히 난리가 났고 의사도 오고 했는데…. 원인은 모르는 거예요. 발작일 수도 있다는 데, 그게 썩 이해가 가진 않았어요. 귀신들림? 빙의? 글쎄. 저는 솔직히 과학적인 기독교인 인지라 그게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그날 이후는 애는 둘 다 그냥 평소대로 돌아왔고요. 제가 아는 한, 20년이 지나서 연락도 안되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 문제도 없는 거 같습니다.

이게 뭘까요? 심령현상? 아니면 정말 건강한 아이 둘의 갑작스러운 발작?

... 정말 끝.



스팀을 달려보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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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귀신 쓰인거 같은데... 무섭네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그 때는 무섭+이상한 기분이 들었네요.

"놀래서, 지렸어요 " ㅎㅎㅎ
가위눌리고 그러면 이상한게 보이긴 하더라고요 ㅎㅎ
근데 액소시스트..는 섬짓하네요 ^^

그날 신경도 많이 쓰고 피곤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꽤 섬뜩했답니다. 화장실만 불들어와 있고, 주변은 컴컴한 곳이여서... 텐트로 무슨 정신으로 돌아갔나 몰라요.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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