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분할이 막혔을 때 일어난 일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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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는 권력을 잃을 때 그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권력을 나눌 줄 모른다.


역사에서 민주화의 과정을 보면, 서양사에서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를 가장 앞에 두곤 한다. 1215년 영국 남작들은 잉글랜드의 존 왕을 협박해 권력을 나누어 주게 했다. 왕은 신이 선택한 자라는 왕권신수설 시대의 일이다.

존 왕은 그러나, 후일 귀족들의 뒤통수를 쳤다. 존 왕의 후예들도 가끔 왕권 강화를 꿈꾸며 마그나 카르타를 무시하려 들었다. 귀족들은 그때마다 마그나 카르타를 꺼내 들고 절대 권력과 싸웠다.

맴매 스틱을 들고 왕을 바라보는 귀족들. 서명 안하면 치겠다.


그렇게 왕과 귀족들에게 나눠진 권력이, 평민에게, 만인에게 오기까지 또 오랜 세월이 흘렀다.
1775년 영국의 북미 식민지인들이 세금에 반대해 독립전쟁을 일으켰고, 1776년에는 미국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 시민 혁명이 일어났다. 두 사건은 모두 왕과 귀족에 대항해 평민으로 권력 이동을 이루려는 노력이었다.
미국은 공화정 탄생에 성공했지만, 프랑스는 공화정이 전복돼 군주제로 도돌이표를 찍는 굴곡을 겪었다. 결국, 1830년에야 프랑스는 공화정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영국은 이 모습을 보면서 온건한 공화정으로 이행한다. 1832년 영국은 왕실보다 의회의 권한을 더 상위에 두는 의회 내각제를 채택한다. 19세기까지는 그렇게 권력을 남성 시민과 나눈 영국과 프랑스의 시대였다.

프랑스 혁명 직전, 베르사유에서 벌어진 부녀자의 행진. 왕이 파리를 빠져나와 베르사유에 머물자, 붙잡아서 파리로 돌려보낸 사건이다. 전투를 벌인 건 아니다. 실제로는 남자도 섞여있지만, 당시 왕이 '여성들'에게 밀려서 복귀했다는 사실이 무척 화제가 됐다. 결국 이 사건은 혁명의 전조가 된다. 그런데 막상 여러 차례 혁명 끝나도록 프랑스는 여성 참정권을 보장 안했다. 그것도 1944년까지.


노예제도 200년, 눈 뜬 노예의 반란

한편 미국에서 17세기 중반에 시작된 노예제도는 19세기 중반에 거센 저항을 맞이한다.
북미에서 근 200년, 세대를 거듭한 노예는 자신들의 처지, 말하는 생산 도구라는 현실을 알고 탈주와 반란으로 저항을 선택한다.
캐나다와 유럽은 노예제를 폐지한 지 오래였지만, 미국의 일부 백인 시민은 흑인을 같은 시민으로 인정한다는 생각에 반발했다.
그 결과로 남북 전쟁이 터진 거로 생각하지만, 잠깐, 그 앞에 이미 수 차례의 흑인이나 노예 반란과 진압의 역사가 있다. 유혈은 더 일찍 발생했던 거다.

냇 터너의 반란(1831년). 흑인 노예 냇 터너는 백인 주인과 가족 50명을 죽였다. 이후 백인 민병대는 200명의 흑인 노예를 학살한다. 1861년 남북 전쟁 이전에 흑인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폭동이나 탈주로 현실화 했다. 달리 표현하면 사회 불안이 점차 고조됐다.


적은 유혈의 경고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막대한 유혈 사태가 일어났다. 남북 전쟁은 400만의 흑인 노예를 해방 했지만, 미국 역사상 여전히 최대 피해인 100여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회 기여 인정받지 못한 여성, 참정권 요구

1차 세계 대전은 애국시민들의 싸움이었다. 영국-프랑스-러시아 3국 동맹과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가 유럽에서 싸웠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이탈리아, 일본, 미국이 추가 참전했다. 패배한 쪽은 자국 지도의 국경선을 줄여 그려야 했고, 이긴 쪽은 늘려 그렸다. 전쟁이 끝난 후, 1차대전을 통해 산업 전선에 투입됐던 여성들은 사회 기여를 했건만, 미국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투표권을 받지 못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은 여성 근로자가 대폭 늘어나게 된 배경이 됐다. 직장 내 노조 등 조직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는 19세기부터 있었지만, 초기에는 몽상 수준의 문필가 였다면, 20세기 직장인 페미니스트는 자금을 모아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선거권을 요구했다. 시위도 많이 했지만, 북미에서는 다른 권력 나눔에 비해 유혈도 거의 없었다. 왜냐면, 영국에서 이미 사회를 뒤흔들며 참정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미국 여성 참정권 요구가 커진 배경을 보면 직장 내 불평등 대우 때문이다. 불만을 가진 근로 여성이 뭉치면서, 목소리는 강력해졌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의회에 전달할 수 없는 구조가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에 근거가 됐던 건 1차 세계대전 전에 여성 참정권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았던 나라의 여성에 대한 처우 차이였다. 선거권이 없던 나라의 그녀들은 남성들에게 외쳤다. "우리에게 선거권을 달라." 여기에 대해 우리 남성들은, 다른 권력 투쟁보다 대략 두 세대 만에 비교적 순순히 응했다. 배우자를 대상으로 오래 싸울 순 없었는지도 모른다.

참정권만으로는 불평등 해소 안 돼

2차 세계 대전은 우파와 좌파가 손잡고, 극우를 세계무대에서 몰아낸 전쟁이었다. 그리고 등장한 냉전. 루스벨트는 2차대전 미국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는 소련과 스탈린을 파트너로 지나치게 믿었다. 그는 이상주의자였고, 회담과 선언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죽어서 보지 못했지만, 그의 후임인 트루먼은 공산당 진영에게 수 차례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다. 한국 전쟁이다.

그 사이 미국에는 사회적 불공평이 선거권이나 권력자의 선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눈뜬 흑인들이 생겼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에서 목숨을 바쳤는데도, 조국은 대다수 흑인의 가난한 처지를 외면하고, 제도적 차별은 유지했다. 불평등한 대우를 받던 흑인의 불만은, 흑백 좌석이 분리된 버스에서 로사 파크스라는 아줌마가 백인 자리에 앉았다가 곤욕을 치르자 폭발했다.

폭발은 크게 두 개 노선에서 낳았다. 하나는 맬컴 엑스로 대표되는 과격파다. 다른 하나는 마틴 루서 킹 목사로 대표되는 온건파다.

온건한 남자, 마틴 루서 킹. 그래도 FBI에 잡혀가고, 고초도 겪었다.

거친 남자. 맬컴 엑스. 그는 무장 봉기를 원한 아나키스트였다.


처음에는 과격파도 온건파도 모두 공권력으로 눌렀다. 소위 WASP로 통칭하는 백인 권력층은 루서를 따르는 구름 같은 인파를 보고 경악한다.
흑인들 또한 그간 노예해방을 주도한 링컨의 공화당을 버리고, 민주당의 케네디를 선출한다. 그들의 민의를 대변해 줄 정치 권력에, 흑인 유권자들이 눈 떠서 뽑은 사람이, 암살당한 케네디다.

케네디는 흑인 온건 진영과 손잡고 동등한 권리를 좀 더 빨리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한다.
해당 제도는 이후 근 50년간 작동하며 흑인 지도자를 배출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종종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와 다른 소수 민족도 이 적극적 우대 조치의 도움을 받았다. 도입 두 세대 만에 나타난 대표적인 결실이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다.


[적극적 우대조치](https://steemit.com/kr/@joyvancouver/317n1y)에 관한 글... 미국에서만 50년이나 된 제도로... 새로운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21세기… 더 평등하고 화합하는 미래가 아니라…

이 제도를 끌어내는 데 별다른 공을 세우지 않은 백인 여성도 수혜자라는 볼멘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과거보다는 한 발자국 걸어 나온 조처였고, 어제까지는 제도권 보수도 별 이견없이 이를 받아들였었다. -과거 부시 대통령의 '네오콘' 정부 내각 구성을 보라.

오바마 정부까지만 해도 권력의 분할(power sharing)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지금은 갑자기 거센 역풍을 만났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응축돼 터져나오는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지지세력이 미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 참여한 제법 똑똑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은 '공평함'을 내세워 근 50년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들의 메시지가 보수의 메시지로 포장되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 사는 건 아니지만, 미국의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이웃나라 이민자의 입장에서는 참 불안한 현상이다.


권력을 상실했다고 믿는 자들은 과거의 권력을 탐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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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정차별적 메시지가 나오고 있나요? 후속 글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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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십니까? 궁금하면... 500원인데... 20보팅을 받아도 500원이 안되네요. ... 뼈있는 농담이고요.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다룰 생각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후 이어질 20개 글에 대해서 빠짐없이 보팅하는걸로 보답하는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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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스팀잇을 시작하시는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세요.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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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암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그런 요즘입니다.
제 생각엔 지금 미국이, 직접 찍어 먹으면서 똥인지 아닌지 분간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이후 이번 경험을 밑천삼아 두걸음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사회가 조용한 거를 좋아하는, 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는데, 그렇지 않을 거 같아 염려됩니다. 경제와 별개로 사회 분위기는 후퇴로 인한 저항의 소리가 조금씩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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